눈으로 말해요
눈으로 말해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2.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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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 시인

제주도는 완연한 겨울빛이다. 깊고 상쾌하고 서늘한 눈동자의 빛이다. 제주의 12월은 깨끗하고 투명하다. 차고 맑다. 제주 날씨는 겨울이 짙어질수록 순수해지고 본연의 자연적 본색을 보여준다. 사람으로 대신한다면 깊고 평온한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 저절로 마음이 환하게 열린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눈으로 주고받는 침묵 속 대화는 서로에 대한 마음의 소리가 들어있다. 눈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듣는 대화는 진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요즘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손끝으로 터치 또 터치의 감각에 익숙해져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대화하고 이야기할 여유도 시간도 없다. 작고 네모난 세상에 갇혀 우리들의 눈동자는 외롭다. 사이버공간에서 홀로 뛰어논다. 함께 호흡하고 접촉하는 인간적 교감이 낯설 정도다. 더욱이 지금은 마스크의 시대다.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최고의 자연 백신은 현재로서 마스크라고 한다. 말을 아끼고 고요한 눈으로 말하는 시대가 코로나19 시대다.

지금의 위기는 다시 눈으로 대화할 기회다. 목소리 없이 서로 마주 바라보는 대화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진심, 슬픔, 오해, 분노, 그리움 등을 눈빛으로 깊이 받아들인다. 손짓과 몸짓, 표정을 눈에 담아 말하고 진실한 아름다움으로 듣는 눈빛 대화법이다.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교통하는 방법이다. 마스크에 가려진 목소리의 침묵 덕분에 되찾은 재발견이다.

물론 눈이 모든 것을 다 말해줄 수는 없다. 그러나 눈을 통해 우리는 깊은 속내를 드러내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말과 소음이 공해처럼 뒤섞여 분별할 수 없었던 따뜻하고 편안한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눈으로 말한다는 건 진심을 보여주는 거다. 눈이 마음의 창인 이유는 눈빛은 거짓을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삶의 의미들이 속임 없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눈은 다른 모든 감각기관이 배제된 상태에서 가장 정직해진다. 마스크를 쓰고 보니 사람마다 눈동자 모양도 눈빛도 눈의 표정도 모두 다르다. 수많은 이야기가 눈을 통해 반사된다. 눈으로 말하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마음으로 들어주는 행복을 느껴보자.

침묵으로 이해하는 고요한 대화. 마음이 읽히는 눈빛. 따스한 미소가 번지는 눈빛. 맑은 눈동자의 사랑스럽고 진지한 눈빛. 삶의 고단함으로 의기소침해진 눈빛. 서늘한 외로움이 배어있는 눈빛. 반가움과 그리움이 가득한 눈빛. 피로에 지쳐 울적해진 눈빛. 희망과 기대감으로 반짝반짝 생기 넘치는 눈빛 등등.

깊고 투명한 제주의 겨울 날씨처럼 모두의 눈빛이 맑고 포근했으면 좋겠다. 올 한 해 코로나의 재앙과 고통 속에서도 배려와 헌신의 사랑에 고맙다고, 힘들지만 곧 괜찮을 거라고 따뜻한 눈빛으로 위로해보자. 잘 될 거야. 우리 잘 견디며 왔어-조금만 더 기다리자. 서로 밝게 눈으로 웃으며 환하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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