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항공수요·안전과 지역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제주 제2공항, 항공수요·안전과 지역경제를 먼저 생각해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2.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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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호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중소기업회장

최근 해질 무렵 사라봉에 올랐다. 영주(제주) 10경의 두 번째로 꼽는 ‘사봉낙조’(紗峰落照)의 아름다움에 취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가며 설명을 붙여 지인들에게 전송했다.

그런데 사라봉 가까이에서 갑자기 위로 솟구치는 비행기들의 ‘이륙 직후 고도 상승’ 모습이 굉음과 함께 계속 이어졌다. 저 멀리 도두봉 위쪽에는 이제 착륙하려는 비행기들이 여럿 대기하는데 환한 불빛으로 보이면서 마치 계단처럼 고도격차를 이루며 열 지어 내려앉는 모습들이 장관이었다. 

“와아~! 땅에서만 차가 밀리는 게 아니라 하늘에서도 교통이 밀리는구나~!”

세계에서 가장 운항편수가 많은 항로는 ‘제주~서울 간 항로’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했다. 이 정도로 하늘길이 붐비는 걸 보니 “정말 안전 문제도 걱정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이맘때쯤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돌아오는데 공항 혼잡으로 이·착륙이 지연돼 하늘에서 선회하며 한동안 계속 떠 있자 승객들은 웅성거리고 어떤 사람은 “왜 착륙하지 않는 것이냐”며 고성을 질렀다. 그 순간 소란스러움에 불안감이 느껴졌다.

제주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년에 7회(왕복) 남짓 공항을 이용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심정적인 거리감은 전남이나 경남지역보다 김포공항이 있는 서울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역시 하늘길의 편리함이 그런 인상을 준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포화된 제주공항이 그간 이용객 확대 추세로 볼 때 미래에도 그런 편안함을 줄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는 현 증가 추세로 볼 때 2055년 무렵에는 연간 이용객이 4100만명으로 폭주할 것이라 한다. 제주 입도 관광객 수가 2009년 653만명에서 지난해 1529만명으로 876만명(134%) 증가한 자료로 볼 때 이는 결코 무리한 예측이 아니다.

이런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해결 방책으로 제주 제2공항 계획이 마련됐고 지금까지 꽤 진척돼왔다. 그 외에 제시되는 다른 대안들도 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없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주된 이유는 ‘자연환경 파괴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 특히 법정보호종인 동·식물 서식지를 보호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제주도민들의 삶에 중요한 다른 요인들, 즉 항공수요 폭발과 안전 문제, 지역경제 활성화와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경제적’ 문제와 서로 비교·조절해가면서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경에 가장 해가 덜 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경기 침체 등 여러 이유로 도내 젊은이들은 취직자리가 없어서 1~2명 채용공고에는 수십·수백명씩 지원한다. 채용 담당했던 한 지인은 “아까운 인재들이 많은데도 그 중에 한 명만 선택하고 나머지 모두를 떨어뜨려야 하니 자기와 괸당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심란해지더라”고 말하는데 정작 취업이 안 된 청년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제2공항에 투입될 국비 등 예상 소요액은 5조1000억원이라고 한다. 제주 신항만 예상액인 2조9000억원에 비교해봐도 정말 대규모 사업이다. 이 엄청난 ‘유동성’과 ‘연관사업’이 지역경제에 미칠 효과를 뿌리쳐 내던져버린다면 이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재작년(2018년)부터 제주경제가 경기 침체에 들어갔고 코로나19가 이를 가중하는 상황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란 너무 어려울 것이다. 이제 제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기를 우리가 마련해야 한다. 대규모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원만히 진행되면서 다시 한 번 지난 7년간(2011~2017년)의 고도성장을 경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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