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9.9㎡) 컨테이너 쪽방에 전기장판 하나.
제주시 내의 한 주거취약가구인 할머니가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한 겨울용품이다.
컨테이너라는 공간 특성 상 난방은 꿈도 못 꾸고 그나마 있는 전기장판도 손님이 올 때만 잠시 킨다는 이 할머니의 설명에 절로 탄식이 나왔다.
컨테이너 바닥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컨테이너 안에는 한기만 가득했다.
열악한 컨테이너 안에서 20년 넘게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에 맞서고 있는 이 할머니는 겹겹이 옷을 입고 목에는 스카프까지 둘렀다.
전기장판 대신 장작을 때는 대형난로가 있는 컨테이너도 있었다.
난로 덕분에 컨테이너 안 공기는 비교적 따뜻했지만 바닥은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웠고 난로가 컨테이너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화재가 우려되기도 했다.
주거취약가구가 따듯한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제주시는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주거취약가구 26곳을 대상으로 패딩점퍼와 방한화를 전달하는 등 위문을 실시했다.
제주시 내 주거취약가구는 컨테이너 18곳과 창고 7곳, 비닐하우스 1곳 등 26곳이다.
제주시가 실시한 위문현장을 동행한 기자에게 주거취약가구는 모두 이웃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패딩점퍼와 방한화 등 겨울용품을 지원해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끔씩 집을 찾아와 안부를 묻거나 얘기 몇 마디 나누는 것이 더욱 따듯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두꺼운 옷보다 이웃들의 온정이 담긴 말 한마디가 그리웠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얼음장처럼 차가운 컨테이너와 창고, 비닐하우스를 따뜻하게 녹일 수 있는 관심이 필요하다.
김동건 기자 kdg@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