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 때는
말을 할 때는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2.08 18: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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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오래전에 일이다.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미혼 여성들이 모여서 이웃에 봉사도 하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순수한 민간봉사 단체다. 세월이 흐른 지금, 기억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학교의 울타리를 갓 넘어선 사회에서 봉사하는 첫 단체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기에 많은 말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오죽했으면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을까, 말이라는 것이 있는 그대로 전달되면 좋지만 순식간에 와전돼 우스운 존재로 전략하게 된다. 그 말들이 너무도 무성해 오죽했으면 단체에서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남의 말을 좋게 합시다라는 캠페인을 열었을까,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말은 인간의 가진 최대의 무기이자 약점이다. 너에게만은 비밀이라고 속삭였던 미세한 말까지 관계가 틀어지고 나면 순식간에 약점이 되어 꼬리를 잡히는 속성이 있다.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는 선입견이라는게 있어서 어떠한 말이든, 상대에 대한 말을 듣고 나면 잘 알지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믿어 버리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말은 항상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은 주워 담을 수 있지만 한 번 입에서 떠난 말은 붙잡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 판도라 상자가 나온다. 신화에 등장하는 최초의 여성이다. 신들은 판도라에게 한가지씩 선물을 줬다. 그리스어로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다 받은 여인이란 뜻이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상자를 선물한 후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판도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 하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원한과 시기, 질투, 복수와 같이 인간을 괴롭히는 온갖 불행들이 튀어나와 세상에 퍼졌다. 깜짝 놀란 판도라는 뒤늦게 후회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이도 밑바닥에 남아 있는 한가지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그리하여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온갖 불행에 시달리지만 희망의 끈을 통해 시련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말이 공해인 시대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갈등과 언어의 무리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말들의 통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말은 죄가 없지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평화가 될 수 있고 독약이 될 수 있다.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발아돼 가슴을 후비고 멍들게 하고 있다. 무기를 가지고 휘둘러야만이 폭력이 아니다. 폭력보다 폭언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다. 일부러 상대방을 모욕하면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되돌아 오게 마련이다.

말에도 온도가 있다고 한다. 따뜻한 말, 미지근한 말, 차가운 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응은 다르게 나타난다. 말을 할 때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화초를 다루듯 조심하게 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말의 온도는 과연 몇 도 일까,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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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2020-12-09 17:41:44
참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항상 말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