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알갱이'의 역습...생태계 위협 이어 인류에 경고음
'죽음의 알갱이'의 역습...생태계 위협 이어 인류에 경고음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0.12.06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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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플라스틱 청정 제주’  (상) 이대로는 안 된다
썩는 데 500년, 매년 바다로 유입돼 해양생물 생명에 위협 현실화
제주바다도 결코 남의 일 아니...먹이사슬따라 사람에게 최종 축적
제주메세나협회 2020 환경개선 프로젝트 ‘Time for Us’ 추진 주목
제주메세나협회가 플라스틱으로부터 제주를 지키기 위해 2020 환경개선 프로젝트 ‘Time for Us’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6일 제주동중학교에서 진행된 현장 워크숍.

 

편리함의 상징이던 플라스틱으로 지구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를 떠돌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더 이상 플라스틱을 놔둬선 인류까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다.

본지는 제주메세나협회 2020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제주를 플라스틱으로부터 지키고 지속가능한 청정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플라스틱 썩는데 500...미세입자 죽음의 알갱이

제주에서만 한해 2t 가량 해양쓰레기가 발생하거나 외부 유입되고 있다.

제주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만 해도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67861t에 달하고 있다.

해양쓰레기 중 81.2%를 차지하는 게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 미세플라스틱은 물에 분해되거나 용해되지 않는 5mm 미만 입자로 죽음의 알갱이로 불린다.

여름 휴가철이 한창이던 지난 816일 제주시 함덕서우봉해변.

녹색연합 주최로 플라스틱 없는 제주-우리가 버린 미세플라스틱 수거 캠페인이 진행됐다.2~3시간 후 참가자들의 채반은 작은 플라스틱으로 채워졌다. 17일까지 이틀간 함덕과 사계, 김녕 등 제주해변 3곳에서 캠페인이 진행된 결과 각종 플라스틱 조각이 쉽게 발견됐다.

해변별로 김녕에서 221, 함덕에서 519, 사계에서 1051개의 플라스틱이 발견됐다. 플라스틱 유형은 스티로폼 파편이 총 3815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섬유형 밧줄(3376)과 음료수병 및 뚜껑(2945), 경질형 파편(2499), 발포형 파편(1869) 등의 순으로 많았다.

이들 해변에서 플라스틱 생산원료인 펠릿까지 관찰됐다.

이대로 2050년이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을 것이란 경고가 들려온다.

엘런맥아더 재단과 맥킨지 경영·환경센터가 발표한 2016년 공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최소 800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1분마다 트럭 1대분씩 버려지는 것으로, 30년 후엔 1분당 트럭 4대분에 달할 전망이다.

 

생명체 죽음의 그림자결국 인간 몸 속으로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떠다니거나 가라앉아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한다.한 조사에 따르면 어류뿐만 아니라 바다거북 종의 86%, 바닷새의 44%, 해양포유류의 43%를 포함해 최소 267종의 해양생물이 플라스틱에 의한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당장 해양동물이 폐그물통발에 걸리거나 갇혀 죽는다. 이른바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다.

실제 매년 바닷새와 바다거북, 어류, 해양포유류 수백만 마리가 플라스틱 조각 등을 먹고 소화장애 등으로 죽는다. 북방 바다표범만 해도 한해 3만 마리가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생물의 죽음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제주에서 진행된 푸른 바다거북 사체 2구에 대한 부검 결과 각각 30~50여 개의 비닐봉지와 밧줄 등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월 제주바다에서 죽은 채 발견된 참고래를 부검한 결과 소화관에서 플라스틱 가닥과 어망 조각, 스티로폼 입자 등 53개가 나왔다. 길이 1m가 넘는 긴 낚싯줄 조각도 섞여 있었는데 일부는 고래 수염판에 얽혀 있었다.

최근 잇따르는 상괭이와 바다거북의 죽음도 플라스틱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상위단계 동물로 올라간다. 그 만큼 먹이사슬에서 최상위 동물일수록 몸속에 더 많은 플라스틱이 축적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을 흡착하기 때문에 체내 유입 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사람이 직접 플라스틱을 섭취하지 않아도 해양생물을 먹고 체내에 미세플라스틱과 오염물질이 축적된다. 해양생물 몸 속에 있던 미세플라스틱이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이다.

제주 역시 플라스틱 못 피해...환경개선 프로젝트 주목

그 만큼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 차단 및 처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캠페인이 진행되면서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1인 가구 증가와 내국인 관광객 회복,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간편식 및 배달음식 이용 증가와 1회용 용기 확대 등으로 플라스틱 프리 운동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제주메세나협회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2020 환경개선 프로젝트 ‘Time for Us’를 추진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폐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책갈피에 캘리그라피를 써보거나 해변에서 폐플라스틱을 주워 시계 등을 만들어보는 체험형 워크숍이 진행돼 왔다. 오일시장 등에서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실천한 도민에게 DIY 시계 굿즈 키트를 교환해주는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인스타그램에서도 온라인 운영되고 있다.

제주메세나협회 관계자는 플라스틱은 만드는 데 5, 사용하는 데 5분 걸리지만, 분해되는데 500년이 걸린다우리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세계에서 매년 플라스틱 800t이 바다로 유입되지만 재활용은 7%에 불과하다. 그 결과 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 역시 플라스틱을 피할 수 없다. 환경개선 프로젝트를 통해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제주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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