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조각과 조각이 만나 이룬 가족
서로 다른 조각과 조각이 만나 이룬 가족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2.0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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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숙 제주지방법원 가사상담 위원·경청아동가족상담센터 소장 - 재혼가정의 면접교섭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올해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와 따로 사는 부모 사이에 양육 책임에 대한 협조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 전국 여러 지역으로 면접교섭 지원 서비스를 확대했다. 제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도 이 서비스를 시행한다. 이제 막 이혼했거나 이혼 후 재혼했지만 자녀와 친부모의 면접교섭과 양육비 지급에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이용하는 서비스인데 필자도 면접교섭 상담위원으로, 올해 이 서비스를 이용한 많은 가족을 상담했다. 

특히 근래는 재혼가정에서 전혼관계 배우자를 상대로 양육비 지급을 요청하면 전혼관계 배우자는 그간 못 한 면접교섭을 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일이 제법 많았다. 

이번 회는 재혼가정의 양육비와 면접교섭에 관해 이야기해본다. 사실 주양육자가 재혼하든 부양육자가 재혼하든 자녀에게는 여전히 부모다. 따라서 부모가 재혼해도 양육비 지급과 면접교섭은 계속돼야 한다. 가끔 재혼가정에 적응해야 한다며 면접교섭과 양육비 지급을 중지하기도 하는데 이때 자녀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방황하는 일이 많다.

간혹 이혼 후 부양육자와 자녀가 단절된 상태에서 주양육자가 재혼했는데 갑자기 부양육자가 면접교섭을 요구하면 “아이가 새 가정에 적응해야 하는데 왜 면접교섭을 요구하느냐?”고 따지지만 양육비에 대해서는 “부모로서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고 양육비 지급 의무만 강조하기도 한다. 이혼 당시 배우자에게 버림받았거나 이혼당했다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유지하고 심리적인 이별을 제대로 하지 못 했을 때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병리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양육자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 이미 자녀는 부모 갈등과 이혼·부양육자와 이별이라는 격랑에서 느끼는 혼란, 재혼가정에 부적응 등 중첩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그간 자녀는 주양육자에게 심리적으로 동화돼 표면적으로는 “부양육자를 만나기 싫다”고 하고 면접교섭 중재 자리에서는 부양육자에게 “양육비부터 주세요”라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면접교섭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녀는 그간 묻어 뒀던 부양육자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며 다음 면접교섭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부양육자는 자녀를 만나고 싶긴 하지만 자신이 먼저 이혼을 요구했거나 정신적 이혼 후유증으로 잠적해 면접교섭이 장기간 단절된 사례가 많다. 즉, 부양육자 역시 자녀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해 해결하려는 모습이 강하다. 이들은 애초에 이혼 시 면접교섭을 실제로 해보면서 부부, 부모-자녀 사이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을 가졌어야 했다(이런 사례뿐 아니라 대부분 이혼 사례는 이혼 당시 면접교섭을 연습하고 면접교섭에 허용적인 쪽을 주양육자로 지정하며 버림받은 감정 해결을 위한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하지 않아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서류 상 또는 판결로만 인정된 면접교섭을 지키지 않고 미루는 동안 문제가 고착화돼 나중에 면접교섭을 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사례는 전문가의 인내와 지혜, 역량이 더욱 필요하다. 또 법원·양육비이행관리원 같은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주양육자가 재혼할 때 “자녀가 계부모를 친부모로 알고 있어서”부터 “자녀가 새 가정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서”, “재혼한 배우자가 자녀와 부양육자의 면접교섭을 원하지 않아서”까지 다양한 이유로 면접교섭을 거부하기도 한다. 이때 전문가는 주양육자의 마음과 불안감에 충분히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면접교섭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목표를 잃지 말아야 한다. 

출생의 비밀이 있어서는 안 되고 부모의 불안감 때문에 자녀가 친부모를 만나지 못 하는 비극이 생겨서도 안 된다. 전문가는 자녀가 계부모를 친부모로 생각하는지, 친부모 존재를 어렴풋이 아는지 확인한 후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계부모도 조정·상담에 참가시켜 자녀·친부모·계부모가 서로 역할에 대한 경계를 분명히 짓고 자녀의 행복을 위해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반대로 부양육자가 “재혼한 배우자가 싫어한다”며 면접교섭을 거부하기도 하는데 마찬가지로 재혼 배우자도 조정·상담에 참여시켜 면접교섭의 필요성을 알려야 한다.

보통(?)·정상(?)의 가족을 지향하며 부모-자녀 관계를 구축하려 연연하기보다는 1대 1의 관계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계부모는 자녀가 친부모와 그 가족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고 친부모는 자녀가 가질 수 있는 계부모에 대한 충성 갈등을 이해해 자녀 입장에서 양쪽 부모 모두 자녀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대를 넘어서는 넓은 가족이 되도록!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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