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 그날로 돌아가다
72년 전 그날로 돌아가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12.0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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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은 매주 월요일마다 숙연해진다.

마치 72년 전 그 날로 돌아간 것처럼 제주4·3의 비극이 눈앞에 펼쳐진다.

유족들의 한 서린 절규와 눈물의 통곡이 차가운 법정을 72년 전으로 돌려놓는다.

4·3의 광풍 속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법정에 선 수많은 도민들은 내란실행, 국방경비법 위반 등 당시로선 입 밖에 꺼내기조차 무서운 죄명을 억지로 쓴 채 죄인이 됐다.

그렇게 전국 형무소로 흩어진 이들은 현재까지 가족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행방불명된 가족들을 70년 넘게 가슴에 묻고 침묵해 왔다.

슬픔마저 견뎌야 하는 그 억울한 세월에 연좌제라는 보이지 않는 족쇄까지 찼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가 바뀌고 세상이 변했다.

4·3 생존 수형인들이 사실상 무죄인 ‘공소기각’ 판결로 명예를 회복하자 행방불명 수형인들의 유족들도 용기를 냈다.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지난해 6월 3일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현재 342명이 4·3 때 행방불명된 가족을 대신해 다시 법정에 서고 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마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은 유족들의 증언을 통해 72년 전 비극의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다행히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행방불명인 10인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72년 전 법원은 선량한 도민들을 죄인으로 만들었지만 지금의 법원은 다시 정식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사법부의 판단에 4·3 관련 단체는 물론 정가 등 온 지역사회가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사법부를 향한 환영의 메시지가 이제 4·3특별법 개정을 결정지을 국회로 향할 수 있길 간절히 고대한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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