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과 평가방식 변화의 중심, 표선 ‘IB 교육타운’
수업과 평가방식 변화의 중심, 표선 ‘IB 교육타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3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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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중 표선고등학교 교장

코로나19로 시작한 2020년도 어느 덧 연말을 맞고 있다. 학교 현장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입학이라는 대사(大事)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 연일 분주하다. 그런 가운데 교육부가 지난 11월 17일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학전형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입학전형 2·3단계에서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종합적 사고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이다. 즉 정답에 개방성이 높은 열린 문항, 서술형 평가 및 문제풀이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로 개선한다는 요지다. 

우리 공교육은 지금까지 수업과 평가방식에 많은 연구와 개선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수업에 따른 한 개의 정답만을 찾는 선택형 평가방식이 주류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4차 산업 혁명의 변화 흐름에 맞지 않는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시 개선책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로 여겨진다. 

제주 역시 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미래에 맞추고 큰 변화의 물줄기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을 창의 융합형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기존의 교사 중심의 수업과 선택형 평가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대표 정책이 ‘IB 교육프로그램 도입’이다. IB 학교를 경영하는 학교장으로서 160여 개 국가, 6000여 개 학교가 도입·운영 중인 국제공인 IB 교육프로그램을 적용해 수업·평가방식을 혁신하고자 한다. 국제 공인 프로그램이지만 국내 공교육에 처음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갈등과 오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는 학교 교육의 3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원들 대상 설명회, 충분한 공감대 형성 등을 통해 대부분 해소됐다. 

IB 학교의 수업과 평가방식은 2022학년도부터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단계적으로 실시 예정인 고교학점제와 흐름을 같이 할 수 있다. IB 학교의 수업은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진행된다. 탐구를 기반으로 한 개념이해와 과제탐구 학습, 토론과 발표 중심 학습 등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꺼내고 어우러지게 하는 수업이 이뤄진다. 평가는 기존의 선택형 및 단답형과 지식 위주 평가 틀에서 벗어난다. 한 개의 질문에 수많은 생각을 존중하는 과정 중심 평가, 과제 해결형 평가, 논서술형 평가 등 고교학점제에서 실시할 절대평가 방법을 적용할 것이다. 

수업과 평가방식의 개선은 자연히 학교생활기록부를 풍부하게 한다. 고등학교인 경우 대학 입시 수시전형에 안성맞춤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4년제 대학에서 2021학년도 수시 정원이 무려 77%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알찬 학교생활기록부로 수시전형과 외국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영어구사능력 및 토론·논술능력 신장을 원하는 중3 학생들에게 IB 학교 입학을 권하고 있다. IB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표선고는 지난 7월 말부터 도내 많은 중학교에 찾아가면서 입학 홍보를 개최해 왔다. IB 학교 교육과정, 한국어 IBDP 교육, 수업방법, 졸업 후 진학 등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도내 국제학교들과는 달리 대부분 무상교육이라 표선지역 4개 학교에 입학하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음을 공지하고 있다.

혁신의 물결은 고등학교에만 국한하지 않고 초·중학교로 확대되고 있다. 표선고를 비롯한 표선초, 토산초, 표선중은 2021년 3월부터 모두 제주형자율학교(IB 학교)로 지정됐다. 표선지역 4개교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자율성이 확대돼 IB 교육과정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가 구축됐다. 그야말로 표선지역은 이른 바 ‘IB 교육타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IB 교육타운’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표선초, 토산초, 표선중, 표선고가 수업·평가방식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행·재정적인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 IB 학교들의 노력을 교육가족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앞으로 IB 교육프로그램이 새로운 공교육모델로 정착돼 향후 표선지역 IB 학교에서 혁신의 희망이 솟아나길 기대한다. 또한 수업과 평가방식의 혁신 사례들이 도내 일반학교로 파급됐으면 한다. 코로나19의 혼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표선지역 초·중·고교들은 미래를 기대하며 즐거운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표선지역이 새로운 공교육의 희망지이자 ‘IB 교육타운’으로 부상하길 기대해 본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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