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활불’이 기거하는 거대한 라마 사원
‘환생활불’이 기거하는 거대한 라마 사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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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11)
티벳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시가체(해발 3840m)에 있는 타쉬룬포 사원. 티벳 불교 2인자인 판첸 라마가 대대로 거주한 사원으로 경당은 50개 이상, 객방은 200개가 넘는 거대 규모를 자랑한다.
티벳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시가체(해발 3840m)에 있는 타쉬룬포 사원. 티벳 불교 2인자인 판첸 라마가 대대로 거주한 사원으로 경당은 50개 이상, 객방은 200개가 넘는 거대 규모를 자랑한다.

■ ‘영웅성’ 뒤로하고 세계 최고봉을 향하다

장쯔는 여느 티벳 도시와 같이 5000m급 고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고원도시입니다.

이 도시 가운데 바위산에 있는 장쯔고성, 즉 ‘드종 요새’는 장쯔 종산고보(宗山古堡)로 돌로 쌓은 성벽 안에 사원의 여러 대전과 행정 장관의 관저, 종부(宗府) 숙소, 창고 등 크고 작은 건물 193칸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장쯔는 ‘영웅의 도시’라고도 불립니다. 1904년 영국군이 화포를 가지고 티벳을 침공했을 때 장쯔 주둔군이 종산에 보루를 짓고 화살과 칼로 2개월간 맞서 싸웠다고 합니다. 장쯔 주둔군은 화살과 식량이 떨어지자 적진에 뛰어들어 육박전을 벌였고 성이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절벽으로 떨어져 죽음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드종 요새를 ‘영웅성’이라고도 부른답니다.

라마 사원인 백거사(白居寺)는 아쉽게도 다 돌아보지는 못 했습니다. 중국인들이 하얀색 큰 탑이 있다고 해 백거사라고 이름 붙였지만 티벳인들은 ‘펠코르 최데 곰파’(Pelkor Chode gompa)라고 부르는데 장쯔 일대를 다스리던 랑다르마라는 왕의 아들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이 사원에는 십만불탑이 있다는데 일부만 일반에 공개하고 있답니다. 아쉬운 설명을 듣다 보니 어느 새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가 장쯔 시내에 있었다면 내일 새벽 출발하기 전 다시 한 번 백거사를 다녀왔을 텐데 거리가 너무 멀어 무척 아쉽습니다. 숙소에는 카일라스 성지 순례를 나선 인도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카일라스 산은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성지로도 유명해 매년 인도에서 수많은 순례객이 몰려오는 곳입니다. 

하룻밤을 보내고 날이 밝아오자 우리 일행은 초모랑마 베이스캠프(BC)를 가기 위해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시끄럽게 굴어 자고 있는 인도 순례객들을 깨우는 건 아닌가 했는데 우리 일행보다 더 일찍 일어나 길을 나섰다고 합니다. 참 조용히도 떠났습니다.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 지구에서 가장 높은 이 산을 티벳인들은 초모랑마라고 부릅니다. 드디어 초모랑마 BC에 간다는 설렘 속에 길을 나섰습니다. 그동안 네팔 쪽으로 랑탕·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다녔지만 BC까지는 가보지 못 해 아쉬워하며 때를 기다렸는데 오늘, 이제 몇 시간 후면 드디어 초모랑마 BC까지 간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초모랑마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는 바람에 펄럭이는 타루초(경전을 새긴 깃발)를 볼 수 있다.
초모랑마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는 바람에 펄럭이는 타루초(경전을 새긴 깃발)를 볼 수 있다.

■ 판첸 라마의 정치·종교활동 중심지

가는 도중 티벳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시가체(해발 3840m)에 있는 타쉬룬포 사원에 들렀습니다. 시가체는 티벳 남부, 히말라야산맥 북록(北麓)에 브라마푸트라 강과 날츄강의 합류 지점에 있는 중국 최고의 고지대에 있는 도시라고 합니다.

‘국가역사문화명성’으로 지정된 도시이자 티벳 불교 2인자인 판첸 라마가 대대로 거주한 곳이 바로 시가체인데 8세기 인도의 고승 파드마 삼바바가 이곳을 지나다가 산하가 수려해 여기에 머무르며 수행했고 이곳이 라싸의 뒤를 이을 도시가 될 거라고 예언했다고 합니다.

타쉬룬포 사원은 시가체 지구 겔룩파(거루파) 최대의 사원으로 판첸 라마의 정치·종교활동 중심지입니다. 다르게는 길상수미사(吉祥須彌寺), 찰십륜포사(扎什伦布寺)로도 불리며 라싸의 3대 사원인 간덴 사원, 세라 사원, 트레펑 사원과 더불어 겔룩파 4대 사원으로 꼽힙니다.

1447년 트카파의 막내 제자로 이후 제1대 달라이 라마가 된 겐둔 둡이 워트 대귀족의 원조를 얻어 12년에 걸쳐 시가체 서쪽 니세리산(尼色日山) 중턱에 건립했다고 알려졌으며 경당은 50개 이상, 객방은 200개가 넘는 거대 규모랍니다.

경내에서 가장 웅장하고 위대한 건축은 높이 30m의 대미륵전과 판첸 영락전입니다. 사방을 돌며 높은 곳이 있으면 올라가서 사원 전경을 찍었으면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나오는 입구에 3층 건물이 있길래 올라가니 전체 모습은 아니지만 중심부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전경을 촬영하기 위해 함부로 옥상에 올랐다가 말이 안 통해 오해를 받을 때도 가끔 있답니다. 티벳 건축은 옥상에 올라갈 때 실내 계단이 없고 이동식 사다리를 이용하는 집이 많아 사전에 집주인 허락 없이 올라갔다가 사람이 올라간 줄 모르고 사다리를 치워버리면 내려올 때 애를 먹을 수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드넓은 고원을 달리고 산능선 오르기를 몇 번,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카쵸라 고개(해발 5220m)를 넘어 세거얼 체크포스트(해발 4350m)에 잠시 내려 구름 사이로 보이는 히말라야 연봉을 바라봅니다.

히말라야산맥이 한눈에 보이자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데 “BC까지 갈려면 시간이 없으니 빨리 출발해야 합니다. 여기는 내일 아침 일출 때 올 겁니다”라고 재촉하는 바람에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달리는 차 속에서 연신 셔터를 누르며 베이스캠프로 향하고 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해발 5220m의 카쵸라 고개를 넘어 세거얼 체크포스트에서 바라 본 히말라야산맥.
해발 5220m의 카쵸라 고개를 넘어 세거얼 체크포스트에서 바라 본 히말라야산맥.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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