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쩐’의 전쟁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11.15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영주 편집인·주필·부사장

‘쩐’이란 무엇인가.

조선 시대 유명한 암행어사 기은(耆隱) 박문수(朴文秀, 1691~1756)가 남긴 ‘전’(錢·돈)이란 칠언절구는 예나 지금이나 시중에 회자된다.

周遊天下皆歡迎(주유천하개환영) 
興國興家勢不輕(흥국흥가세부경)
去復還來來復去(거부환래래부거) 
生能死捨死能生(생능사사사능생) 

이 시를 의역하면 이렇다.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고 / 나라와 집안 흥성케 하여 세력이 가볍지 않네 /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지만 /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는구나”

1723년(경종 3) 급제해 사관(史官)으로 출사했던 그가 영남 암행어사로 나가 부정관리들을 적발하면서 느낀 돈에 대한 생각이다.

이 ‘전’이라는 시제는 흔히 ‘쩐’으로 읽고 ‘세상을 움직이는 돈’으로 번역된다.

▲옛날에도 그러했겠지만 요즈음 “돈은 발이 있어 천리를 간다”고 한다. 그런 ‘쩐’이 넘쳐나면서 이른 바 유동성 과잉, ‘쩐’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돈을 펑펑 푸는 양적 완화의 종국엔 ‘통화’ 인플레이션이란 부작용을 동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13일 국회운영위원회에서 “지금 같은 유동성 과잉 상황에서 자산시장에서 여러 가지 불안정한 버블(bubble·거품)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산 폭등 현상을 말한 것이다.

그는 또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을 보면 우리 경제가 ‘더블 히트’(double hit)란 안 좋은 시나리오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유연하게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새해에도 돈을 더 풀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자산 버블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문제는 버블이 꺼지고 난 다음이다. 

▲버블이 꺼지고 나면 예외 없이 심각한 불황이 찾아온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의 버블 붕괴는 글로벌 금융 위기로 번졌고,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시발이 됐다.

우리 역시 미국, 일본보다는 약하지만 나름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버블이 꺼지면서 2008년 이후 주택 매매가 뚝 끊기고 미(未)분양 주택이 16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건설사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건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밑바닥 경기부터 싸늘하게 식어갔다.

지금 제주경제는 자산 버블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양적 완화로 빚어진 버블이 꺼지는 날, 그 위력은 예전보다 훨씬 클 것이다. 또 앞으로 어느 시점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이미 가계와 자영업자 중심으로 부채가 너무 많아졌고 일자리마저 줄어들 전망이어서 내수(內需)가 개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경제는 제때 대응하지 못 하면 불행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지금 우리가 그런 국면인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경제계가 도전정신을 발휘해줘야 하는데 투자 규제로 사방이 막힌 기업인들은 ‘기업을 내려놓고 싶다’고만 하니 정말 내일이 두렵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혹독한 추위가 올 것이다.

버블은 예외 없이 터진다. 특히 주식시장 버블이 빚으로 만들어졌을 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버블은 어떻게 될까.

2000년대 초와 2007년 두 번에 걸쳐 부동산 버블 붕괴론이 대두됐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론’이 이번에도 유지될까.

박문수는 돈은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요즘 ‘쩐’의 전쟁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가고 있는 것 같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