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코는 복을 불러온다?
복코는 복을 불러온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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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인 성형외과 전문의

복코라는 표현이 있다. 일반적으로 둥글고 넓은 코 끝 모양을 이야기하며 코 모양이 참 복스럽다, 복을 불러오게 생겼다 해 예로부터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사주나 관상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코가 말 그대로 복을 불러들이는 좋은 형태의 코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코 성형을 연구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복코는 풀어야 할 난제들 중 하나다.

복코는 영어로는 bulbous tip이라고 한다. bulbousbulb에서 나온 말로(흔히 전구벌브라고 할 때 쓰이는 그 단어다) 우리말로는 알뿌리라고 하고 한자로는 구근(球根)이라고 한다. 알뿌리는 식물의 뿌리 부분 중에서 땅 아래 수직으로 뻗은 것으로 구근식물에서 양분을 모아두기 위해 잎이나 줄기, 뿌리 등이 둥글게 변형된 것을 뜻한다. 이처럼 성형외과에서는 코 끝과 흔히 콧망울이라고 불리는 코날개 부분이 알뿌리처럼 둥근 형태를 띄고 있는 코를 복코라고 한다.

복코는 동양인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코끝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코의 형태 중 하나이며 순박 하거나 귀엽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서구적인 얼굴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형태의 코가 콤플렉스로 작용할 수 있다.

복코의 형태를 띄게 되는 원인은 약하고 작은 연골과 두꺼운 피부 때문이다. 코 끝과 콧망울의 형태를 결정하는 코날개연골(alar cartilage)이 크고 튼튼한 경우 정면에서 봤을 때 삼각형의 형태를 띄게 되지만, 연골이 작고 말랑거리는 경우 코 끝과 콧망울 특유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 하고 뭔가에 짓눌린 듯한 둥근 형태가 된다. 또 연골이 튼튼한 경우라도 연골을 덮고 있는 피부의 두께가 너무 두꺼우면 연골의 모양이 드러나지 못 하고 두꺼운 피부에 덮여서 둥근 모양이 된다.

복코는 수술적인 방법으로 교정할 수 있다. 기본적인 방법은 그 원인을 교정하는 것으로 우선 약하고 작은 연골의 보강이 필요하다. 성형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흔히 코 기둥(비주)을 세운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비중격이나 귀 또는 늑연골 등 자가연골 등 인공보형물을 사용해서 연골의 형태를 바로잡아주고 필요한 경우 크기를 키워 코끝 모양을 만드는 방법이다. 코기둥의 보강 없이 단순하게 코 끝에 보형물을 이식하는 방법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연골의 변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최근에는 선호되지 않는다. 두꺼운 피부 역시 수술적으로 연부조직 및 진피 일부를 제거해 얇게 만들 수는 있지만 코 끝은 혈액순환이 쉽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방법으로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복코는 복을 불러오며 이 형태에 손을 대면 복이 달아난다는 주장은 의사로서 공부하지 못 해본 영역의 이야기이므로 특별히 맞다 아니다라는 식의 의견은 낼 수 없다. 하지만 코의 형태 때문에 외모에 자신감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수술을 통해서 본인의 마음에 드는 코 모양으로 개선시켜주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진다면, 복이 들어올 기회가 오히려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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