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 간직한 고성…외세 저항 최후의 보루
슬픈 역사 간직한 고성…외세 저항 최후의 보루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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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10)
‘드종 요새’로 알려진 장쯔궁전은 해발 4100m에 축조된 종산고보(宗山古堡)이자 1904년 영국군과의 전투에서 최후의 보루였던 고성이다. 사진은 백거사(白居寺) 언덕에서 바라본 드종 요새의 뒷모습.
‘드종 요새’로 알려진 장쯔궁전은 해발 4100m에 축조된 종산고보(宗山古堡)이자 1904년 영국군과의 전투에서 최후의 보루였던 고성이다. 사진은 백거사(白居寺) 언덕에서 바라본 드종 요새의 뒷모습.

■ 티벳에서 하지 말아야 할 16가지 행동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그 나라의 금기 사항을 먼저 배우게 됩니다. 라싸에 도착하자 맨 먼저 티벳 사람들을 만났을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들었는데 무려 16가지나 됩니다.

실내에 앉을 때는 다리를 굽히고 단정하게 앉아야지 두 다리를 뻗어 발바닥을 상대방에게 보이면 절대 안 되고 식사할 때 입안에 적당한 양을 넣어야지 넘치게 넣지 말아야 하고 씹을 때 소리 내지 말아야 합니다.

티벳족의 가장 큰 금기 사항은 살생으로 양고기나 쇠고기를 먹지만 직접 양과 소를 죽이지 않는답니다. 또 나귀고기와 말고기, 개고기를 절대 먹지 않고 일부 지역에서는 물고기도 금한다고 합니다. 

또 소나 말이 있는 곳에서 대소변을 봐서는 안 되고 티벳어가 적힌 종이로 손을 닦거나 물건을 닦아서도 안 되며 뼈를 불 속에 넣지 말고 집에 환자나 산모가 있다면 문밖에 불을 피워두거나 문에 나뭇가지 또는 빨간 천을 달아두니 이런 집에는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답니다.

몽골을 여행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강에서 빨래하거나 물을 더럽히는 행위입니다. 칭기즈칸 시절에는 물을 더럽히면 그 자리에서 목을 쳐 죽였다고 할 만큼 물을 귀중하게 관리해온 나라가 몽골인데 조금은 비슷한 금기 사항인 듯합니다.

주의사항을 듣고도 자신도 모르게 침을 뱉거나 소리를 지르고, 만지지 말라는 것을 만지게 되는 것은 습관인 모양입니다. 

빙하지대를 돌고 있는데 갑자기 우박이 쏟아져 깜짝 놀랐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가끔 이렇게 우박이 쏟아지니 걱정하지 말고 사진을 찍으랍니다. 카롤라 빙하(Karola Glaciers)도 온난화 현상으로 매년 줄어들어 몇 년 후에는 사라져 버릴 것이니 많이 찍어두라고 합니다.

■ 드종 요새와 백거사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 일행은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장쯔로 향하고 있습니다. 티벳은 가는 곳마다 고속도로를 개설하기 위한 공사로 온 천지가 흙먼지로 뒤덮여있습니다.

특히 장쯔로 가는 지역은 티벳 제2 도시인 시가체와 멀지 않은 곳이라 공사 차량 때문에 자동차 창문을 열 수도 없을 지경입니다. 2시간 동안 달려 흙먼지 날리는 공사 구간을 빠져나오자 전형적인 티벳 고원에 야크와 양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1418년 세워진 라마 사원 백거사.
1418년 세워진 라마 사원 백거사.

장쯔는 라싸에서 인도나 부탄, 잠무카슈미르의 동쪽에 있는 라다크 지역 등으로 가는 길에 있는 중요한 교통의 중심지입니다. 1200년 전에 파드마 삼바바가 장쯔에서 불교 경전을 읽으며 수행했고, 500년 전에 종교와 행정이 하나로 묶였던 당시 현지 두령이 이곳에 장쯔 궁궐을 지었답니다.

원(元)나라 때 중앙정부는 티벳 지역을 13개 종(宗)으로 분류하고 종마다 산마루에 사원과 정부 기능을 합친 궁궐 건물을 짓게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장쯔궁전’ 또는 ‘드종 요새’라고도 합니다. 

초원지대를 벗어나자 도시가 나타났는데 도시 가운데 바위산이 서 있고 그 위에 사원인 듯한 건물이 눈에 띄는군요. 바로 드종 요새입니다. “저기로 올라가느냐”고 물었더니 “저곳은 지금 수리 중이라 올라갈 수가 없고 건너 쪽에 있는 백거사(白居寺)로 간다”며 그곳에서도 잘 보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답니다.

어느 해인가 서인도 성을 갈 때도 오늘처럼 중간에 좀 세워 달라고 했더니 올라가면 잘 보이는 곳이 있다고 했지만 막상 올라 보니 성 전경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가 생각나 은근히 걱정했는데 역시 현실이 되고 맙니다.

골목길을 몇 번 돌아 백거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자 안내를 맡은 오영철씨가 “사원 전경과 아까 본 드종 요새를 찍으려면 저 산 위에 올라가면 볼 수 있는데 골목을 잘 찾아 올라가야 하니 천천히 다녀와도 시간이 된다”며 갈 테면 가라는 겁니다.

티벳 주택은 어떤 것은 독립건물이고 어떤 건물은 여러 채가 연결돼 지어져 골목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골목인가 들어가 보면 집안이고 집안인가 하면 골목이고….

천천히 다녀오라고 했지만 서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골목을 겨우 빠져나오자 산 중턱에 작은 길이 보여 따라 올라갔더니 백거사가 한 눈에 보이지만 정작 드종 요새는 뒷면만 보입니다.

1418년에 세워진 라마 사원 백거사의 건축양식은 황(黃)·백(白)·홍교파(紅敎派)의 예술 특색이 종합됐고 지금은 사찰 내 대전당과 백거탑만 참관할 수 있답니다. 헉헉거리며 산을 다녀온 사이 일행들이 벌써 주차장에 모여 있어 다시 들어갈 수 없어 포기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백거사 주변 장쯔 시가지에서 본 현지 주민들 모습.
백거사 주변 장쯔 시가지에서 본 현지 주민들 모습.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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