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과 예방접종
면역과 예방접종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0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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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

요즘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면역과 예방접종이다.

면역작용은 우리 몸과 침입한 병원체를 구별하는 데부터 시작한다. 이 단계가 완전하지 못 하면 오히려 우리의 신체조직이 자신의 면역세포의 공격을 받아 손상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자가면역 질환으로 부른다.

면역에 관여하는 세포들은 상대의 단백질을 살펴서 제거해야 할 침입자를 식별해낸다. 하지만 거꾸로 자신의 단백질을 모두 무시하고 침입자의 것은 인식하도록 키워진다. 이를테면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림프구는 하나하나가 각각 서로 다른 병원체를 식별하도록 만들어진다.

우리의 신체는 면역 체계를 두 단계로 나누어 역할을 분담시킴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어느정도 극복했다. 첫번째 단계는 병원체가 침입하면 제일 먼저 혈액과 피부조직 속에 있던 백혈구와 대식세포들이 잡아먹음으로써 1차 방어를 수행하는데, 이를 선천면역이라 한다. 이들 세포는 병원체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공격한다. 동시에 잡아먹은 병원체의 단백질을 식별할 수 있는 림프구에게 전달함으로서 병원체가 침입했다는 것도 알려줘 두 번째 단계가 작동하도록 신호를 준다. 연락을 받은 림프구는 증식해 수를 불린다. 이후 감염된 세포들을 제거하거나 항체를 만들며 병원체를 공격한다. 이것이 적응면역이다. 한 번 침입했던 병원체는 다시 침입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병원체를 완전히 제거한 이후에도 림프구는 없어지지 않고 일부는 보존된다. 다음 침범에서는 더욱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한 대비다.

반면 처음 침입한 병원체에 대해서는 초기 방어를 선천면역에만 기대야 하는 취약점이 생긴다. 적응면역이 작동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림프구가 증식하고 항체 생성이 최고조에 다다를 때까지는 1~2주가 걸린다. 병원성이 강한 병원체라면 질병이 너무 진행해 회복이 힘들거나 후유증이 커질 위험이 있다.

만약 유행이 예상되거나 또는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 병원체들에 대해서는 미리 적응면역을 강화해 대비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이런 목적으로 독성이 없도록 가공한 병원체를 인체에 주입해 병원체가 침입한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림프구을 미리 자극해 두는 것이 예방접종이다. 이후 침입하는 진짜 병원체는 들어와서 병을 일으키기도 전에 준비된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이 방법은 인류의 운명을 바꾸는 히트작이었다. 영국 버클리의 시골의사 제너(1749~1823)가 제임스 필립이라는 8살 꼬마에게 천연두 예방을 위해 종두법을 시행한 1796년은 예방접종의 역사가 시작된 해이다.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잉카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유럽인들의 무력보다는 함께 가지고 온 천연두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을 만큼 이 바이러스는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예방접종의 힘이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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