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오페라 ‘순이삼촌’, 강렬한 인상 남기다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 강렬한 인상 남기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11.07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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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와 제주4‧3평화재단,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 초연
제주시와 제주4‧3평화재단은 7일 오후 5시 제주아트센터에서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을 초연했다.

대형 창작 오페라로 부활한 4‧3문학의 고전 ‘순이삼촌’이 도내 문화예술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제주시와 제주4‧3평화재단은 7일 오후 제주아트센터에서 창작 오페라 ‘순이삼촌’을 초연했다. 8일 오후 4시에도 공연이 이어진다.

이번 작품은 현기영의 제주4‧3소설 ‘순이삼촌’을 원작으로 김수열 시인이 대본을, 소프라노 강혜명이 연출 및 예술감독을, 최정훈 작곡가가 작곡을 맡았다.

도립제주예술단과 제주4‧3평화합창단, 어린이합창단, 극단 가람 등 도내 예술계가 주축이 되고, 현대무용단 및 도내‧외 정상급 성악가 190여 명이 출연했다.

공연 입장은 코로나19로 300석까지만 허용, 유튜브로 온라인 중계됐다.

관객들은 극중 인물이 이들에게 일어날 일을 깨닫지 못한 채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가는 모습과 학살 대상에서 군인과 공무원의 직계 가족을 제외시키는 모습에 너도나도 살기 위해 울부짖는 모습 등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탄식도 했다.

극중 ‘어린이’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 4‧3 속 어린이의 천진한 웃음소리, 학살 터인 옴팡밭에서 총탄을 주워와 갖고 노는 모습, 죽창을 들고 자신이 먹고 싶은 떡을 노래로 부르는 장면, 4‧3 이후에도 군인들 명령으로 돌 쌓는 모습 등은 학살이 낳는 비극성을 강화시킨다.

극중 인물 간 4‧3을 바라보는 이념 대립도 드러난다. 극중 인물인 상수의 고모부는 서북청년단 군인 출신으로 노래가사를 통해 4‧3이 남로당 당원을 학살키 위한 ‘필요한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집안 어른들은 4‧3을 남로당 당원 300명을 죽이기 위해 도민 3만 명을 죽인 ‘무고한 희생’이었다고 맞선다.

도립제주예술단의 라이브 연주도 극중 긴장감을 더했다.

오페라 말미 옴팡밭에서 미쳐가는 순이삼촌과 서울 밀물현대무용단과의 조화는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극중 대사에서 서북청년단을 ‘서청’이라고 줄여 표현하는 등 4‧3에 익숙치 않은 관객을 위해 이를 원말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공연에 출연한 제주4‧3평화합창단원 김정자씨는 “4‧3으로 가족을 잃고 오랜 기간 힘겹게 살아 온 한이 노래와 만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공연을 관람한 도민 김예정씨는 “이제껏 4‧3에 대해 글로만 접하고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며 “오페라로 펼쳐진 장면에 마음이 크게 와 닿았다. 직계 가족이 4‧3을 겪지 않았지만 내 이야기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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