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기 전 갖춰야 할 우리의 자세
반려견을 키우기 전 갖춰야 할 우리의 자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0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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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이달의 책] 나의 강아지 육아 일기

강아지와 동거동락 하는 이야기 
여러 에피소드, 그림으로 풀어내
반려견 키우기 위한 필수 정보 습득

나는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산다. 생후 3개월부터 6년간 동거동락했으니 별일이 없는 앞으로 8~9년 정도는 이렇게 살 것이다. 나는 이 개의 이름을 동화책 제목을 따 책 읽는 강아지인 몽몽이라 지었다. 비록 남들은 작은 내 목소리를 한 번에 알아듣지 못 하고 멍멍이?”, “멍뭉이?” 심지어 몽이?”라고 되묻지만 말이다.

처음 개를 만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하나하나 깨닫고 배우다 보니 이제는 반려견과의 생활이 내 일상이자 기쁨이다. 최근에 읽은 나의 강아지 육아 일기는 미지의 존재를 새 식구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새로운 일상을 아이의 시선에서 그림일기 형식으로 그려냈다. 당황한 기색과 얼빠진 표정, 천진한 말투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혹여 내 모습도 이랬을까. 책 속 장면과 같은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

이 책은 그야말로 반려견을 처음 키우거나 키우려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다. 이를테면 강아지는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이 책에 나오는 이들은 강아지를 사지 않는다), 매일 똥과 오줌을 치우고 밥을 주고 산책하는 것, 배변 훈련을 하는 것, 자꾸 똥을 먹는 강아지를 관찰하는 것, 시옷 자세를 취하거나 짖는 강아지의 신호를 이해하는 것, 때로는 집이 엉망진창 개판이 되기도 한다는 것 등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 못지 않게 사랑과 행동과 돈이 필요한 일이다.

의외로 강아지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개를 키우지 못 하겠다고 한다. 자신이 출근한 동안 개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게 안쓰럽다거나 잘 키울 자신이 없다고 한다.

혹자는 반려동물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나 또한 몽몽이를 처음 키우기 시작한 의도는 단순하고 불순했을지 몰라도 개로 인해 내 삶은 바뀌었다. 연약하고 쓸데없는 무언가를 조건 없이 사랑하는 마음, 하루의 고단함을 녹이는 위로, 더 살아야겠다는 의지, 다른 개와 동물에게까지 확장된 관심.

선택된 반려동물이 인간 때문에 조금 편하게 살진 몰라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편의에 의해 버려지고 고통당하는 생명을 생각하면 빚진 게 너무 많다.

 

오늘 두리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고모 품에 안겨서 고모 얼굴을 한참 핥아 주고는 떠났단다. 나는 엄마랑 같이 두리 장례식에 다녀왔다. 고모는 두리한테 미안하다면서 한참을 울었다. 두리를 버린 사람이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데. 고모는 두리를 잘 돌보고 사랑해 주었는데. 그런데 나도 이상하다. 나도 두리한테 미안하다. 왜 미안한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서 자꾸 눈물이 난다.” 76p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이 더 이상 개를 키우지 않는다는 말도 많이 한다. 다시는 그런 슬픔을 겪고 싶지 않다고 한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기에 그럴까. 아무리 강아지와의 이별을 준비하고 대비해도 나는 분명 큰 슬픔을 겪을 것이다. 가히 짐작하기 어렵고 앞날이 두렵다. 그러나 너무 슬퍼서 내 삶이 망가진다 해도 몽몽이와의 만남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같이 동네 어귀를 몽몽이와 산책한다. 종종, 자분자분 걷는 동안 달도 보고 풀벌레 소리도 듣는다. 그냥 이렇게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귀찮고 힘들어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틈나는 대로 안아주고 쓰다듬으며 말한다. “몽몽아, 엄마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언제까지 이런 날이 지속될지 알 수 없으나 살아 있는 동안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잘 보내야 한다는 것, 이 책이 다시 한 번 내게 상기시켜준 가르침이다.

<이찬미 제주도서관 사서>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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