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보이지 않는 거대 호수…하늘빛 담은 성스러운 ‘푸른 보석’
끝 보이지 않는 거대 호수…하늘빛 담은 성스러운 ‘푸른 보석’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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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9)
해발 4250m 고지에 위치한 암드록초(암드록쵸) 호수. 티벳의 성스러운 3대 호수 중 하나로 길이가 무려 180㎞에 달하며 ‘푸른 보석’이라고 불린다.
해발 4250m 고지에 위치한 암드록초(암드록쵸) 호수. 티벳의 성스러운 3대 호수 중 하나로 길이가 무려 180㎞에 달하며 ‘푸른 보석’이라고 불린다.

■ 해발 4250m 고지에 있는 암드록초 호수

‘경험만 한 선생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지를 찾기 시작하면서 항상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해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각오로 다니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안내자 설명을 귀담아듣지 않고 높은 곳을 오르거나 험한 곳도 직접 가서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래야 사실감과 현장성이 있는 사진과 글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제 밤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이 되자 더욱 거세졌습니다. 일정에 차질이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티벳은 상당히 넓은 곳이다. 여기는 비가 오지만 가다 보면 개일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며 출발을 서두르는데 짐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서티벳 오지 탐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산소통까지 챙겨 들고서 티벳 속살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라싸에서 캄바라(Kambala) 고개를 지나자 비가 그치기 시작하더니 파란 하늘에 구름이 산등성이를 휘감아 도는 것이 장관입니다. 한참을 돌아 언덕에 올라서니 많은 차량이 세워졌는데 이곳에서 암드록초(암드록쵸) 호수(Yamd rok Lake)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 호수는 남초(남쵸), 마나사로바 호수(Manasarovar Lake)와 함께 티벳의 성스러운 3대 호수로 꼽힙니다.

해발 4250m 고지에 바다처럼 넓은 암드록초 호수는 길이가 무려 180㎞에 달하며 ‘푸른 보석’이라고 불린답니다. 이 호수의 여신이 티벳 최초의 왕비가 됐다는 전설도 전해진다고 합니다.

조금 높은 곳에 올라야 호수 전경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언덕에 오르니 산 아래로 길게 늘어선 호수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어제 봤던 남초 호수처럼 주변 산들이 설산이 아니라 큰 감명을 주지는 않지만 산 능선에는 희한한 고산 야생화들이 잔뜩 피어 눈길을 끕니다. 이끼처럼 보이는데 그 위에 작은 흰 꽃이 피는가 하면 빨간 꽃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호숫가에서는 사자견(티벳탄 마스티프)을 모델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만 사진값을 내야 한다.
호숫가에서는 사자견(티벳탄 마스티프)을 모델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만 사진값을 내야 한다.

■ “사자견과 사진 찍겠다면 돈을 내야…”

호수 바닥까지 가는 길을 구불구불 위험스럽게 돌며 내려서니 곳곳이 장사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아까 산등성이 오를 때는 경관지마다 기념품을 파는 현지인이 많았습니다,

이곳에서 이른 바 ‘사자견’이라고 불리는 티벳탄 마스티프(Tibe tan Mastiff)란 개가 보여 별 생각 없이 사진을 한 컷 찍었더니 옆에 있던 사람이 돈을 달라고 생떼를 부립니다. 사자견을 모델로 사진을 찍으려면 돈을 내야 한답니다.

우리 일행만이 아니라 다른 현지인들도 이 사실을 몰랐던지 사진을 찍고는 한바탕 난리를 치릅니다. 가이드 말로는 사진값을 달라는 이들은 티벳 사람이 아닌 중국 사람이라고 합니다. 중국인들 상술의 한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호수 옆을 한참 돌아 나오자 가까운 곳에 만년설이 쌓인 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곳이 바로 카롤라 빙하(Karola Glaciers)지대입니다. 산 위에 구름이 덮여 전경을 볼 수는 없지만 길게 흘러내린 빙하가 녹아 그 아래 폭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도 관광지를 만들어 입장료를 받고 있어 중국은 무엇하나도 공짜가 없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은 물론 대부분 관광지가 무료거나 싼 입장료를 받지만 중국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 일반관광지 입장료보다 10배나 비싸게 받는다는 설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관광객을 상대로 지나치게 돈을 받는 중국을 나무랄 게 아니라 지나치게 선심을 쓰는 제주도 관광 정책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자랑하면서도 입장료는 제대로 받지 않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호수를 따라 한참을 가면 카롤라 빙하지대를 볼 수 있다. 거대한 빙하군이 산을 타고 흘러내리다 능선에 걸린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수를 따라 한참을 가면 카롤라 빙하지대를 볼 수 있다. 거대한 빙하군이 산을 타고 흘러내리다 능선에 걸린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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