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 속의 섬’ 우도에 부는 문화바람
제주 ‘섬 속의 섬’ 우도에 부는 문화바람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11.04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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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문화기획자를 만나다(5) - 제주시 문화거점 공간 우도
쓰레기‧획일화된 관광패턴에 변화 시도
유휴 담수화 시설, 전시장으로 화려한 변신
책방에 놓인 공책 속 사연, 창작곡으로 제작돼 공유
한석현 작 ‘백록’

제주 ‘섬 속의 섬’ 우도에 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우도 내 유휴공간 담수화시설이 전시장으로 변신, 주민들을 조명하는가 하면 도내 피아니스트가 작은 책방에 들어서 방문객의 사연을 창작곡으로 풀어내고 있다.

본지는 예비문화도시 제주시가 추진 중인 4대 문화거점 공간 사업 중 우도면에서 오는 연말까지 펼쳐지고 있는 주요 문화 프로젝트 두 개를 살펴봤다.
 

#쓰레기‧획일화된 관광패턴에 변화를

도항선이 끊임없이 사람을 실어 나르고, 오토바이 탄 관광객들로 분주한 섬이 된 우도면.

예비문화도시 제주시는 우도면의 주요 현안을 과잉 관광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및 획일화 된 관광 패턴을 들었다.

이에 제주시는 우도 한 바퀴를 돌고 단순히 끝나는 관광이 아닌 마을 속으로 들어가 오래 머물며 주민들의 삶과 작은 공간을 조명하는 ‘문화관광’을 모색코자 했다.
 
 

#유휴 생활용수공급시설, 전시장으로

‘우도, 수리수리 담수리’ 프로젝트를 이끈 기획자 오현미(오른쪽)와 큐레이터 황성림

과거 상수도 공급이 되지 않았던 우도면에는 1998년부터 담수화시설이 가동됐었다.

당시 담수화시설은 우도 주민들의 유일한 식수공급원이었다. 2011년 상수도 공급 이후로는 해당 시설은 유휴 공간으로 방치돼 있었다.

담수화시설 활용을 두고 다양한 방법이 논의돼 왔으나 올해는 문화도시 거점 공간 사업 일환으로 예술 작품 전시를 추진하게 됐다.

‘우도, 수리수리 담수리’ 프로젝트는 오는 16일까지 유휴담수화시설(영일길 80-34)에서 열린다.

전시 기획은 아트랩티 팀(기획자 오현미‧큐레이터 황성림)이 맡았다.

아트랩티는 유휴 담수화시설을 전형적인 전시장 모습으로 바꾸는 게 아닌 현장에 버려진 쓰레기와 사방의 벽이 가진 결을 그대로 활용한 ‘제로(0)’ 기반의 전시형식으로 공간을 꾸몄다.

참여 예술가 6팀 또한 유휴 담수화 시설 내 산업 폐기물을 작품에 적극 활용해 작품 제작 중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 시켰다. 일련의 작업과정은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낸다.
 

#우도 주민들의 삶 오롯이

장준석 작

유휴 담수화시설 전시에서 예술가 팀은 우도에 상주 또는 사전 조사를 통해 우도 내 가용자원을 조사하고 우도주민과 환경에 영감을 받은 신작을 내놓았다.

방승철 작곡가는 우도 자연과 우도민의 역동성을 창작곡으로 풀어내 전시장에서 공개 중이다.

우도 콜렉티브는 우도 주민 20여 명을 인터뷰해 이들이 바라보는 우도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채집해 미디어 작품으로 만들었다.

한석현 작가는 우도 현장 조사로 올해 태풍에 쓰러진 구실잣밤나무 가지에 백두와 한라를 잇는 설화를 반영한 설치작품을 제작했다.

구스구스 MSG는 담수장 내 버려진 산업폐기물들을 디자인으로 재생해 환경적인 메시지를 담아낸 사인물을 제작했다.

이진아 작가는 우도 해녀의 도구를 작가의 관점으로 해석해 실로 엮어냈다. 해녀 오브제와 실 그물망, 폐플라스틱 등이 주요 재료다.

장준석 작가는 살아있는 식물과 담수장 내 산업 폐기물을 결합해 우도에 대한 환상과 현실의 접점을 부단히 추적해나갔다.
 

#작은 책방에서 쓰고 간 사연, 창작곡으로

피아니스트 문효진이 우도 밤수지맨드라미 책방에서 음악 책갈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도 방문객들이 추억을 기록하는 방식을 글에서 소리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우도 작은 책방과 음악가가 만나 섬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기록하고 있다. 제주시가 도내 피아니스트 문효진씨와 손잡고 연말까지 진행하는 음악 책갈피 프로젝트다.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제주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연계‧협업 사업으로 추진된다.

제주 출신 피아니스트 문효진씨는 올해 하반기 우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소리를 채집했고, 그 소리를 배경으로 지난달 10일 간 우도 책방 밤수지맨드라미에서 방문객의 사연을 받아 다시 새로운 음악을 창작해 유튜브 채널 ‘문화도시 제주’로 공개하고 있다.

그의 작곡 범위는 뉴에이지부터 오케스트라, 가상악기, 전자 사운드, 자연 AMSR까지 다양하다. 그는 중복되는 사연을 피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을 골라 음악으로 만들고 있다.
 

#우도 찾은 우리네 이야기 공감 불러일으켜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우도에 온다.”(우도 방문객 사연 중)

누구나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찾는 나만의 힐링 공간이 있다. 한 우도 방문객에게는 우도가 이런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의 글이 지난달 30일 창작곡 ‘길을 잃을 때면’으로 제작돼 유튜브 채널에 게재됐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가상 악기의 바람소리를 넣은 서정적인 곡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우도를 찾아 제주 햇빛과 바람과 같이 애정의 초심을 잃지 말자는 연인의 글을 토대로 ‘햇빛 바람 그리고 우리’가 제작돼 지난 2일 유튜브 채널에 올랐다.

피아니스트 문효진은 사전 제작한 ‘우도, 반짝이던 모래’를 지난달 23일 업로드 한 걸 시작으로 우도 방문객의 사연을 반영한 창작곡을 10곡 이내로 제작해 공개하고 있다.

그는 “때로는 고민이나 추억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공책에 적은 우도 방문객의 사연을 음악으로 풀어 많은 이들과 공유할 것”이라며 “올해 우도 책방에서 진행하는 음악 책갈피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내년부터는 사업범위를 도내 타 지역 동네책방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도시 거점 공간 우도면은

지역 현안을 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하는 제주시 문화도시 4대 거점공간 중 한 곳이다. 도내 예술계가 주축이 돼 우도면 내 쓰레기 및 획일화 된 관광 패턴을 유휴공간 활용 전시 및 창작곡 프로젝트로 풀어가고 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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