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아름다운 곶자왈 동반자’ 릴레이를 시작하며
‘삶이 아름다운 곶자왈 동반자’ 릴레이를 시작하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1.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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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주 곶자왈공유재단 이사장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이 발발한 지 1년이 돼갑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길은 백신이라는 물질의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간의 관계 회복, 이름하여 생태 백신에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 만능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백신의 완성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아무도 모르며 그러는 동안 인명과 경제에 끼쳐지는 희생은 너무나 큽니다.

사람은 자연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에서 행복을 배우고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볕에서 명랑함을 배우고 차가운 겨울의 황량함에서 악조건을 이기는 강인함과 건강을 지키는 힘을 배웁니다.

그러나 이렇게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회는 우리 주변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면서 점차 희소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물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는 그것을 잃은 후에 알게 됩니다. 그러나 잃기 전에 알면 더 좋을 것입니다. 제주도의 환경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용암이 흐르다가 크고 작은 형태의 바위로 굳어졌고 그 위에 수천년에 걸친 생명의 활동으로 때로는 거대한 숲이, 때로는 거칠기만 한 가시덤불이 형성돼 오늘에 이른 곳이 바로 곶자왈입니다.

마을에 가까이 있어도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짓기에는 부적절해 오늘까지 남아 줬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을 제주도의 허파라고 부르며 이것이 잘 보전되기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2007년 곶자왈 한 평 사기 범도민 운동이 벌어진 것과 이 운동을 이어받아 곶자왈공유화재단이 출범한 것은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곶자왈이 한참 거래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재단의 첫째 목적은 돈을 모아 곶자왈을 매입해 보전하자는 것이었는데 출범 당시 2억원의 모금액이 현재 160억원으로 늘었고 그 중 100억원을 들여 곶자왈 토지 26만평을 매입했습니다.

당초 목표에는 크게 미달했지만 함께 해 주신 모든 기관, 단체, 개인들의 참여 덕분에 가능했던 성과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하는 ‘삶이 아름다운 곶자왈 동반자’ 캠페인은 금전보다는 사람을 그 타깃으로 삼고 있습니다.

곶자왈을 매입하는데 드는 금액의 크기 및 그것을 모으는데 소요되는 기간의 길이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모금해 매입한다’는 기재에 함몰돼 있는 사이에 곶자왈은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매매되고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모금만큼 중요하면서도 곶자왈의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제주 환경의 가치를 알고 지키려는 정신이 도민사회에 널리 퍼지는 것입니다.

환경을 지키는 것은 실제로 매우 어렵습니다. 환경은 공공재로서 시장 실패(Market Failure)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름다운 숲으로 인해 주위의 많은 사람이 얻는 효용과 그 숲의 소유자에게 귀속되는 효용의 크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법으로 규제하는 방법, 국가가 매입하는 방법,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좋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곶자왈의 형질과 가치가 손상되지 않은 체 우리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줘야 한다는 시대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11월 한 달 동안 새로운 기탁자 300명 이상을 신규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 분들은 기존의 기탁자 중 우리 재단이 개인별로 관리, 예우하고 있는 약 900명과 함께 ‘곶자왈 유산 동반자’가 됩니다. 그리고 이 분들을 모셔올 캠페인 활동가를 ‘곶자왈 유산 매니저’라는 호칭으로 30여 명을 따로 선임했습니다.

앞으로 4회에 걸쳐 매주 단위로 캠페인 진행 상황을 도내 일간지에 공개할 계획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역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이 같은 릴레이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는 바로 지금이야 말로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껴야 할 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의 곶자왈 유산을 지키는 길에 동반자가 돼 주십시오. 제주도의 비전인 ‘청정 환경을 보전하고 사람과 자연, 전통과 창조, 자존과 포용이 조화를 이루며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가 커가는 행복한 제주’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감사합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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