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은 곧 울리게 돼 있다
‘천둥’은 곧 울리게 돼 있다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11.0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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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주 편집인·주필·부사장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시작된 ‘개혁(改革)’, ‘사정(司正)’은 거침이 없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수많은 전 정권의 인사들이 이 개혁 사정의 칼날 아래 형옥(刑獄)을 치렀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세상을 위압하는 기세였다고 할까.

‘대도무문(大道無門)’.

김영삼의 이 일필휘지는 그 본 의미와는 다르게 집권 초기 YS 정권을 상징하는 ‘네 글자’가 됐다.

그런 김영삼도 “임기 절반을 넘어서니 공권력부터 말이 통하지않더라”고 대통령 재임 당시를 회고하는 회고록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가 서슬이 퍼렇게 시작한 ‘적폐 청산’도 다름 아니다. 그 성격이나 모양새가 김영삼 정부의 ‘개혁 사정’과 거기서 거기다.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전 정권 인사들이 형옥을 치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 임기 후반 어떤 심사일까.

올 초에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언론인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대통령 임기 3년이 지나면서 시작되는 권력누수는 항우장사가 와도 못 막는다”고 했다.

과거 YS 말년을 염두에 두고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김영삼 정부가 아들 비리가 터져 나오고 ‘식물 청와대’가 된 것은 임기 3년을 지났을 때였다.

YS뿐이랴. 전 정권인 노태우 정부가 ‘수서 특혜비리’로 무력해진 것도 집권 3년 후였다. 대통령 임기 3년 후 레임덕 현상은 5년 단임의 역대 어느 정권도 예외가 없었다. 

DJ 김대중 정부 때는 권력형 비리가 잇따라 불거진 뒤 내부 권력다툼 끝에 대통령이 탈당하면서 비롯됐다. 노무현 정부는 또 어떤가. 집권당 내 권력의 원심력이 커지면서 당시 이해찬 총리가 낙마한 뒤 탈당한 대통령은 힘을 잃었다. 이명박 정부와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지난 5월 10일을 기점으로 3년을 넘어섰다.

이제 11월. 대통령의 실제 임기라는 ‘3년 6개월’째다. 권력은 구심력을 떠나 원심력이 힘에 힘이 붙고 있다.

원심력은 회전운동을 하는 물체가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관성이다. 중심 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인 구심력과 반대다. 두 힘이 균형을 이루면 일정한 궤도로 계속 움직인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달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두 힘이 균형이 깨지는 순간 현상은 파괴된다. 정치권력에도 원심력과 구심력이 작용한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권력의 구심력’을 추구한다. 차기 권력을 노리는 정치인들은 독자적인 행동을 추구한다. ‘권력의 원심력’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노무현의 실패를 생각했던지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 요소 및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당시 조 수석이 제시한 국정의 제1 위험 요소는 권력의 원심력이었다.

그래서 그는 “집권세력 내부의 원심력이 강화될 수 있는 요인들을 사전에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요소를 집권세력 내부에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 상황도 다른 문제가 아닌 원심력 사전 제어가 본질이다.

하지만 세월을 막을 수 있나. 정치권은 문재인 정부를 넘어 차기 권력을 향해 분화(分化)하고 있다.

주역(周易)에서는 요즘 상황을 64괘 중 마지막인 ‘지뢰(地雷)복봉’이라고 풀이한다. ‘천둥’이 땅 속에 들어있는 형상으로 땅 위가 모두 음(陰)인 상태이지만 아주 미세한 양(陽)의 기운이 하나 생겨나고 있으니 그것을 잘 간수해야 하는 괘라고 한다.

세상의 민심으로나 정치사적으로나 ‘천둥’은 곧 울리게 돼 있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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