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과 물
곶자왈과 물
  • 뉴제주일보
  • 승인 2016.04.04 2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수리학(水理學)에서 캣취먼트(Catch ment)란 빗물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여 한 곳에 모이는 유역(流域)을 말한다. 계곡의 경우에는 골짜기 양편의 능선(稜線)의 안 쪽, 호수의 경우에는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등고선의 가장 높은 부분을 연결한 원의 안 쪽이 이에 해당되는데 이를 집수(集水)면적이라고도 한다.

집수면적이 넓을 수록, 그리고 강수량이 많을 수록 강물 또는 지하수의 양이 풍부해진다. 제주도를 하나의 큰 원추형의 산으로 본다면 직경 575m의 백록담만이 집수면적에 해당 된다. 그러나 제주도의 지하수 함양률은 무려 46%에 해당하여 육지부 평균 18%를 크게 웃돈다. 그 이유는 빗물이 즉시 땅 속으로 스며드는 제주도 지질의 특성에 연유한다. 빗물은 지표의 경사와는 관계 없이 사방으로 스며들게 된다. 이른바 중력의 법칙이 작용할 뿐이다.

강수량에 있어서 제주도는 전국의 1300㎜보다 월등히 많은 1900㎜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해안지역은 1600㎜에 그치지만 성판악, 진달래밭 등 고산 지대는 4500㎜ 이상의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인다.

섬 전체에 걸쳐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다공질의 현무암과 화산송이 층을 통과하여 커다란 대수층(帶水層)에 도달하게 된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물맛도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5년의 구 제주특별법 이래 제주도는 먹는 샘물 제조·판매를 위한 지하수 개발을 제주도지방개발공사에게 국한시켰고 먹는 샘물 이외의 용도도 반드시 허가를 받아 개발하도록 해왔다. 이는 우선적으로 지하수 고갈을 염두에 둔 것이었고 이제까지 도민 사회의 관심도 지하수의 오염보다는 양에 모아져 왔다.

그러나 당면한 문제는 고갈에 있지 않고 오염에 있는 것 같다. 최근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하수 오염의 한 척도인 질산성질소의 비중이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위험 수치를 넘고 있다.

삼다수는 그것을 생산하는 교래리가 해발 400m가 넘는 중산간에 위치해 있어 자칫 깊은 산 속의 약수 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관정을 통해 물을 끌어 올리는 고도는 해발 70m 이하로 매우 낮은 곳이다.

봉개동 절물휴양림에 약수터가 있는데 이곳의 약수는 해발 697m의 절물오름 기슭의 지하수가 용출된 것이다. 집수면적은 큰대나오름, 작은대나오름을 합하여 약 12만평에 불과하다.

흔히 환경이나 자연보호를 말할 때 우리는 경관적인 측면이나 숲 또는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한다. 그러나 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의 은밀한 변화는 간과하기 쉽다.

지난 달 제주수자원공사의 연구 용역팀은 해발 300m 이상의 전 지역을 지하수특별관리 지역으로 지정하여 더 이상의 지하수개발을 허용하지 말 것을 주문하였다. 고갈의 우려 때문이 아니라 오염의 소지를 차단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화산 활동으로 생긴 제주도 땅의 투수성은 지하수의 함양에 있어서는 플러스 요인이지만 오염에 취약하다는 점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우리가 곶자왈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이미 목축업, 골프장, 관광시설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은 용암 바위 층이 지표면에 노출되어 있는 곳으로서 투수성이 극단적으로 높다. 숲이 사라졌다고 곶자왈의 지질학적 특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도민의 정성 어린 성금으로 ‘곶자왈한평사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운동은, 곶자왈을 덮었던 아름다운 상록활엽수림이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사라졌어도 곶자왈은 여전히 지하수를 품고 있는 곶자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기 위한 운동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이 중산간 이하의 곶자왈 지대까지 연장되어야 한다는 의견, 그리고 비록 지상의 습지는 아니지만 최근 확대 적용되고 있는 람사르 습지에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따라서 설득력을 지닌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