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시리게 푸른 염호 성스러운 ‘하늘 호수’
눈 시리게 푸른 염호 성스러운 ‘하늘 호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0.29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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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8)
세계의 소금 호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남초(남쵸) 호수. 티벳의 성스러운 3대 호수 중 하나로 ‘남초’는 티벳어로 ‘하늘의 호수’란 뜻이다.
세계의 소금 호수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남초(남쵸) 호수. 티벳의 성스러운 3대 호수 중 하나로 ‘남초’는 티벳어로 ‘하늘의 호수’란 뜻이다.

■ 해발 4718m,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소금 호수

세계의 염호(鹽湖) 가운데 가장 높은 곳(해발 4718m)에 있는 남초(남쵸) 호수는 녠칭탕구라 산맥(念靑唐古拉山)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려 형성된 티벳에서 가장 큰 호수입니다.

이 호수에 대해서는 2018년 8월 여름 특집 때 소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못 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남초 호수는 티벳 자치구의 당슝 현과 반거 현 사이에 있으며 라싸에서 북쪽으로 약 100㎞에 위치했습니다. 암드록쵸 호수(Yamd rok Lake), 마나사로바 호수(Manasarovar Lake)와 함께 티벳의 ‘성스러운 3대 호수’로 불리며 남초(남쵸)는 티벳어로 ‘하늘의 호수’란 뜻이랍니다.

비가 그쳤으나 하늘은 침침해 금방이라도 한바탕 쏟아질 것 같지만 길을 나섰습니다. 라싸 시내도 아침이면 자동차가 밀려 빠져나가는 시간이 꽤 걸립니다. ‘이곳도 차가 밀리는 걸 보면 조만간 온 티벳이 자동차로 꽉 막힐 날이 머지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걷히는 구름 사이로 만년설이 쌓인 산들이 보이자 “와~”하고 소리를 지르며 “저 산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티벳에서는 7000m급 정도는 이름 없는 산이 많다. 8000m급 정도는 돼야 정식 이름이 붙는다”고 설명하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차로 달리는 길이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며칠 전 칭짱(靑藏)열차를 타고 왔던 길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멀리 라싸로 들어오는 칭짱열차가 보입니다. 칭짱열차 건설계획이 발표됐을 당시 여론이 좋지 않았답니다. 해발 등 지형적 조건으로 건설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공사는 시작됐고 결국 철로가 완성되자 전 세계가 놀랐습니다.

중국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또다시 칭짱고속전철을 만들기 위해 거대한 교각공사와 터널 공사를 곳곳에서 진행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국 철도 공사 기술의 저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보석’이란 말도 있는데 너무 빠르게 변하는 티벳을 보면서 ‘머지않아 오기 힘든 신들의 나라가 아닌 관광객이 넘쳐나는 나라’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끝도 없이 길게 뻗은 고속도로에는 라싸로 향하는 화물트럭이 꼬리를 물고 있어 중국의 경제 성장을 느끼게 합니다. 드넓은 티벳 고원에는 야크와 양들이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서 풀을 뜯고 있습니다. 서티벳에서나 볼 수 있는 풍광이라 차를 좀 세우자고 했으나 갈 길이 멀어 오는 길에 찍자며 그냥 달립니다.

큼지막한 남초 호수 표지석에서 관광객 등이 사진을 찍고 있다.
큼지막한 남초 호수 표지석에서 관광객 등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이렇게 높은 곳에 신비스러운 호수가 있을까?

6시간을 달려 남초 호수 입구에 도착했으나 여기도 도로 확장 공사로 길 곳곳에 차량이 무질서하게 세워졌습니다. 현지 가이드는 예정된 거리를 예정된 시간에 도착해야지, 조금이라도 빨리 오면 벌금을 내기 때문에 시간을 맞춘다고 서 있는 차량들이라고 합니다. 일종의 과속을 막기 위한 조치랍니다.

호수 입구 언덕에 오르자 큼지막한 남초 호수 표지석이 눈에 띕니다. 표지석 주변으로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 언덕은 해발 4918m로 호수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대부분 관광객은 이곳에서 호수를 둘러보고 돌아간다고 합니다.  

다시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달려 도착한 호숫가에는 숙박시설과 식당이 모여있는 자그마한 도시가 형성돼 있습니다. 여기서 점심을 먹고 호수 가운데 있는 작은 산을 올라 호수 전경을 본답니다.

그런데 날씨가 끄물거리는 것 같아 점심도 거르고 바쁘게 산을 올랐습니다. 천천히 다니라는 주의사항을 잊고 서둘렀더니 조금 올랐는데도 숨이 막히고 머리가 어지러워 잠시 멈춰 섰습니다.

초보자 자세로 돌아가 아주 천천히 산을 다시 오르는데 호숫가에서 풀을 뜯던 양 떼가 산 능선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여 또 급히 걷다 보니 온몸에 기운이 빠져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몇 번이고 ‘서둘지 말자’고 다짐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겨 겨우 산 정상에 있는 사원에 도착했습니다. 산 정상에 서자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져 집니다. 호수 주위에 만년설이 쌓인 산들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여 감탄을 자아냅니다. 

남초 호수는 동서로 70㎞, 남북으로 30㎞ 뻗쳐 있고 면적은 1920㎢, 최대수심은 33m에 달한답니다. 호수 주변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하길래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이번 서티벳 대탐사 목적지는 카일라스(수미산)이기 때문에 다른 곳에 정신 뺏겨 선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신비스러운 호수가 있을까?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나 몽골의 홉스쿨 호수 등 여러 호수를 봤지만 남초 호수는 또 다른 신비로움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일행 중 두 사람만 올라오고 나머지 분들은 고산증세로 쉬고 있으니 빨리 내려가자고 합니다. 이 먼 곳까지 왔는데 좀 더 돌아봤으면 좋으련만 단체 활동이니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차로 6시간을 달려와 겨우 1시간 머무르고 다시 라싸로 향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남초 호수로 가는 도로에 양 떼가 몰려 차들이 멈춰서 있다.
남초 호수로 가는 도로에 양 떼가 몰려 차들이 멈춰서 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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