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마음 휴식처, 제주시 노형동 동네책방
도심 속 마음 휴식처, 제주시 노형동 동네책방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10.2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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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동네책방 탐방(24) - 제주시 노형동 편
마음 관련 서적 큐레이션, 꽃피는마음책방카페
소소한 문화 소모임 가득, 유채꽃머리 책방
따뜻한 헌책방, 책대로 책방

제주지역 도심 속 동네 책방. 시골길에 주로 따라 들어선 도내 책방 경향과는 사뭇 다르다.

제주시내 거주민들의 접근이 쉽고 도시 인구의 다양한 연령과 취향을 반영한 서가를 갖춘 게 특징이다. 주민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창작 활동은 덤이다.

도심 속 학생의 하굣길에, 직장인의 퇴근 길에 가볍게 들리기 좋은 작은 문화 쉼터. 제주시 노형동 동네책방 세 곳을 소개한다.

 

#꽃피는마음책방카페

김윤정 꽃피는마음책방카페 대표가 서가 앞에 서 있다.

“마음과 관련된 책들을 한 데 모았습니다. 가끔은 이곳에서 의도적인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꽃피는마음책방카페(대표 김윤정)는 지난 4월 제주시 노형동 건물에 자리 잡고 인문, 심리, 생활, 철학 등 마음 관련 서적을 소개 중이다.

책방은 방문자들로부터 심적 치유나 자존감 회복 관련 책들이 인기가 많은 편이다.

김 대표는 본래 약국을 운영하던 약사였다. 자연계열을 전공해 약사가 됐지만 마음 한 켠에 인문학에 대한 갈증이 있던 그는 약국 운영 당시에도 작은 서가를 마련했다.

이후 김 대표는 생계로 건조해진 삶 속 인문학을 되찾고자 지난 4월 재작년부터 운영하던 약국을 접고 그 자리를 책방으로 변화시켰다.

책방 곳곳에는 책과 커피, 식물이 들어섰다. 조용한 내부 분위기와 도서 배치, 휴식의자, 커피 향이 편안하다.

서가는 ‘마음’을 큰 주제로 ▲인문고전 ▲심리 ▲순수문학 ▲생활 ▲인권 ▲아동 ▲미술 책 등이 소개된다.

독서 매개 문화 프로그램도 잇따르고 있다. 다음 달부터 매달 격주 수‧목요일 오후 6시30분 북토크 프로그램을 신규로 마련한다.

한 달 간 책방 선정 도서를 조용히 필사하거나 서평을 쓰고, 이후 30분 간 참여자 간 의견을 공유한다. 내달 선정 책은 소설 ‘데미안’이다.

도내 일러스트 작가 초청 수채화 강의도 소규모 5명 미만의 수강생을 모집해 격주로 평일 오후, 주말 오전 반을 나눠 진행한다.

책과 음료를 같이 주문하면 할인이 적용된다. 또 책방에서 책을 읽고 한 문장을 남겨 우수자로 선정 시 무료 커피를 증정한다.

내달부터 월별 선정 책과 이에 어울리는 음료를 엮은 ‘베스트 세트’를 주문할 경우 할인된다. 11월은 책 ‘90년생이 온다’와 ‘흑당 밀크티’를 연계했다.

주소=제주시 노형12길 27 1층.
 

#유채꽃머리 책방

유채꽃 머리 책방 전경

“책 한 구절로 좌절 속에서도 힘을 얻었습니다. 책방 손님과 때로는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며 위로와 공감을 얻어가곤 합니다.”

유채꽃머리 책방(대표 이진우)은 지난해 11월 제주시 노형동의 한 건물에 자리잡고 인문학과 철학, 심리학, 과학,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장내에는 재즈 풍 음악과 편백나무 향이 흐른다.

서점 이름은 이 대표의 봄을 좋아하는 취향이 반영돼‘유채꽃 필 무렵’을 뜻한다.

제주 출신 이 대표는 24년 간 서울 등 금융기관에서 일하다 금융 사고를 맞는다. 관리자였던 그는 뜻하지 않은 구치소 생활과 우울을 겪고 병원 치료까지 받게 됐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받은 에세이 한 권에서 큰 위로를 받고 2017년부터 도내‧외 책방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책을 만났다.

유채꽃머리 책방은 이 대표가 지난해 5월 기존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 제주에 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로 서점업을 택해 시작됐다.

서점은 이 대표가 좋아하는 책과 함께 도서관과 대형 서점, 책 블로거와 유튜버 등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책 300권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도심 속 다양한 독서층의 요구를 반영해 권수를 1500권으로 늘렸다.

최근 책방에서는 주민을 위한 문화 소모임과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에는 이 대표가 선정한 책으로 편안히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이 이뤄진다.

내달 29일은 아우슈비츠 감옥 생존자 이야기를 다룬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주제로 진행한다.

또 다음 달 작은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작은 재능 장터가 열린다. 동네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캐리커처나 즉석 소설, 그림 또는 사진 엽서 판매 등을 진행한다.

책방에서는 한 달에 4번씩 모여 책을 만드는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서울 출판사에서 일했던 지역주민인 안숲작가가 진행하는 강좌로 한 달 과정으로 마련된다. 내달 이 대표가 사랑을 주제로 강의도 연다.

주소=제주시 한라대학로 87.
 

#책대로 책방

책대로 책방 전경

“마음이 가는 대로 편안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책 휴식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책대로 책방(대표 강예정)은 지난 6월 제주시 노형동의 한 건물에 정착, 따뜻한 분위기의 헌책방을 이루고 있다.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강 대표는 예로부터 헌책과 필사를 좋아했고, 그의 업무 공간과 책방을 병행하고 있다.

책대로 책방 서가는 ▲한국소설 ▲외국소설 ▲비소설 ▲경제 ▲만화 ▲제주 등 다양한 장르 책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강 대표는 제주 코너 서가를 따로 마련해 소개하고 있다. 제주 한 달 살기 에세이나 4‧3, 요리, 여행, 예술 등이다.

대체로 책의 난이도는 복잡하지 않고 접근성이 높게 선정돼 있어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다.

헌책 보존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헌책들은 알록달록한 외관으로 서점 분위기를 밝히고 있다. 모든 책은 표지가 보이게 정면 비치돼 있다. 

중앙 매대의 두꺼운 책은 1만원, 이외 서가 서적은 모두 3000원이다. 오래된 잡지는 1000원이다.

아울러 강 대표는 통 큰 책 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매대 아래쪽에 어린이 헌책과 판매하지 못하는 헌책들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권수가 100여 권에 달한다.

때로 강 대표가 부동산 업무로 자리에 없을 때가 있다. 이때는 책방은 무인으로 작동돼 손님은 계좌 이체로 책을 결제하면 된다.

‘모든 책은 다르다. 모든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 대표가 서점 내부에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책 모양으로 표현한 작품들 사이로 이 같은 표지를 걸었다. 영국의 유명한 서점에서 영향을 받은 작업이다.

강 대표는 “책을 필사하고 모으는 게 계기가 돼 헌책방을 열게 됐다”며 “누구나 편하게 머물다 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주소=제주시 정존7길 3.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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