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는 과거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방사 기능 및 경계석 역할을 수행했던 ‘신엄리 석상’ 2기를 제주도 향토유형유산 제32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신엄리 석상은 지난 4월 제주시가 향토유형유산 지정을 신청했고 지난 23일 열린 2020년 제10차 제주도문화재위원회 유형분과 심의에서 향토유형유산 가치가 인정돼 원안 가결됐다.
신엄리 석상은 1900년 전후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신엄과 중엄을 잇는 길목 돌담 위에 위치해 마을의 허한 곳을 보강하는 등 신엄리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고 마을 간 경계로도 활용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향토유형유산으로 지정된 신엄리 석상은 2기 모두 원래 위치를 떠나 1기는 신엄중학교 입구(제32-1호), 1기는 제주대학교박물관(제32-2호)에 설치돼 있다.
신엄리 석상은 속칭 ‘돌코냉이’로 불리며 고양이와 말 등 짐승들이 방사 기능을 담당했다는 점에서 희귀한 사례로 꼽힌다. 도내에 전승되는 일반적인 방사용 돌탑이나 석상은 돌을 쌓아 올려 반타원형의 탑을 만들고 맨 위에 새가 얹어진 모습이기 때문이다.
당초 신엄리 석상은 고양이와 개, 말, 사람 형태 4기가 있었으나 2기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엄중학교 입구 석상은 말, 제주대학교박물관 석상은 고양이 또는 개로 추정된다.
신엄리 석상 구술조사에 참여한 주민 고용진씨(92)는 “신엄리 석상은 아버지를 포함한 마을사람들이 마을의 허한 곳(현재 반야사 동쪽 길목, 속칭 ‘가운목이질’) 양쪽 돌담 위에 각 2기씩 세워놓았다”며 “고양이와 개, 말, 사람 형태의 석상 4기가 있었으나 1960년대 마을길을 넓히는 과정에서 돌담이 무너지고 석상도 여기저기 흩어졌다”고 증언했다.
한편 향토유산은 국가・도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향토 역사적・예술적・학술적・경관적 가치가 큰 유산이다. 지금까지 유・무형 향토유산 37건이 지정됐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