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오르는 순례의 길 ‘미륵의 고향’ 한 바퀴
하늘 오르는 순례의 길 ‘미륵의 고향’ 한 바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0.2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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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7)
산등성이 아래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서 한 스님이 사원을 향해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고 있다.
산등성이 아래 돌무더기가 있는 곳에서 한 스님이 사원을 향해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고 있다.

■ 천장(天葬), 하늘로 가는 길

티벳 하면 ‘불교의 나라’, ‘세계의 지붕의 나라’가 먼저 떠오르지만 천장(天葬)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피비린내 나는 천장터에서 티벳의 정신을 엿본다’고 말합니다. 

천장의 기원은 고지대 사는 유목민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장례법인 풍장(風葬)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얼어붙은 땅이 많은 고지대에서는 땅을 파기 어렵고 시신도 쉬이 썩지 않을뿐더러 한 번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곳에 묘지를 만든다는 것은 허망한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야크 배설물을 땔감으로 썼던 티벳에서는 시신을 태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유목민 대부분은 시신을 대자연 속에 내 버려둔 채 떠나는 풍장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 앞에 늘 겸손했던 티벳 사람들에게 풍장은 현실적인 선택인 동시에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방식의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전통으로 자리 잡았던 풍장이 티벳 전통 종교인 ‘본교’와 복잡한 불교 교리를 만나면서 한층 정교해진 장례법이 바로 ‘조장’(鳥葬)으로도 불리는 천장이고, 망자의 영혼을 육신에서 온전히 분리시켜 좋은 곳으로 보내고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은 하늘의 사자로 불리는 독수리들에게 ‘보시’해 마지막으로 덕을 쌓는 것이 천장의 목적입니다(심혁주의 티벳 천장 하늘로 가는 길에서). 

천장터 주변 크고 작은 나무마다 타루초(불교 경전이 적힌 깃발)가 수없이 내걸려 그 사이를 걸어가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간덴사로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차도를 보면 느낄 수 있다.
간덴사로 올라가는 길이 얼마나 가파른지 차도를 보면 느낄 수 있다.

■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간덴사

오늘 우리 일행이 걷는 간덴사 순례길 트레킹은 원불산 중턱 해발 4200m 남짓 한 곳에 있는 간덴사 주변을 돌아오는 코스로 산길은 험하지 않지만 고소적응 훈련하기에는 좋은 것 같습니다. 

3시간 걸어 간덴사에 도착했을 때 마침 강원(講院)에서 수업을 마친 스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간덴사 주지를 맡는 간덴 트리파(Ganden Tripa)는 티벳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 판첸 라마 다음으로 권위를 가진답니다. 

1959년 티벳 동란 때 달라이 라마 측의 거점이 되기도 했던 간덴사는 문화대혁명 때 철저하게 파괴돼 폐허가 됐다가 1981년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거루파 창시자인 총카파(Je Tsongkhapa)의 영탑(靈塔)을 납입하는 얀파첸, 간덴사 주지의 황금좌가 있는 세르티칸, 역대 주지의 주방 티크트칸 등이 2008년에 수복돼 한때의 위용을 어느 정도 찾았지만 아직도 완전한 복구는 요원하다고 합니다.

총카파 영탑에 보존됐던 존체(尊體)는 문화대혁명 때 파괴돼 흩어졌으며 현재 재건된 영탑에는 회수된 일부 유골만 납입됐답니다.

트레킹을 마칠 무렵 하늘에 둥근 무지개 ‘햇무리’가 떠 있다.
트레킹을 마칠 무렵 하늘에 둥근 무지개 ‘햇무리’가 떠 있다.

■ “햇무리가 뜨면 비가 온다”

사원 아래에는 일반 주민들이 사는지 큰 마을이 있습니다. 사원에서 나오는 스님들은 한참을 걸어 나와 마을에 있는 집으로 향하길래 마을 주택들이 스님들의 집이냐고 물었더니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스님들이 생활하는 집인 것 같기도 하다’는 애매한 대답이 돌아옵니다.  

스님들이 걸어 나오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을 때 산등성이 아래 돌무더기 있는 곳에서 한 스님이 사원을 향해 혼자서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관심 없다는 듯 땀을 흘리며 오체투지에 열중입니다. 옆에 앉아 오체투지 하는 스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을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 쳐다봤더니 누군가 하늘을 보라는 듯 손짓합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니 둥근 무지개, ‘햇무리’가 신비롭게 떠 있습니다. 이곳 주민도, 우리 일행도 신비스러운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느라 난리입니다. 햇무리는 공기 중 수분이 많은 날 햇빛이 수증기에 산란하면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무지개입니다. 

저는 햇무리를 촬영하다 문득 오래 전 백두산 백운봉 정상에서 커다란 햇무리를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당시 그곳 현지주민이 “햇무리가 뜨면 큰비가 온다”고 일러줬는데 아니라 다를까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몇 시간 후 폭우가 쏟아졌었습니다. 혹시 오늘도 비가 쏟아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덴사 순례길 트레킹을 마친 우리 일행은 키츄강(라쌰강)이 내려다보이는 산등성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곳까지 걸어왔던 길과 어렵사리 둘러 본 천장터 등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습니다.

라면을 끓여 나눠 먹었는데 티벳인 운전사는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다며 여러 차례 떠먹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떠날 채비를 하자 갑자기 비가 후드득 쏟아집니다. ‘역시 햇무리가 뜨면 비가 오는구나.’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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