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 하나면 제주 곳곳이 ‘약수터’…시민 환경지킴이 ‘톡톡’
물병 하나면 제주 곳곳이 ‘약수터’…시민 환경지킴이 ‘톡톡’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10.2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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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문화기획자를 만나다(3) - 제주시 ‘우물랩’ 프로젝트
일회용 생수병 소비 감축을 위한 시민들의 동참 ‘지구별 약수터’
“환경 문제 인식, 취지 공감” 77곳 지정…홍보단 구성, 확장 박차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공정여행 ‘플로깅’ 투어 추진, 선착순 모집
이경아 우물랩 대표가 지구별 약수터 지정 업체인 아일랜드 팩토리 풍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를 뚜벅뚜벅 걷다 목이 마를 때, 개인 물병 하나면 작은 가게 70여 곳이 ‘약수터’로 변한다.

일회용 생수병 소비 감축을 위한 시민들의 아름다운 동참, 예비문화도시 제주시 ‘우물랩’ 프로젝트다.

지난해 제주시 리빙랩 사업으로 결성된 지구별 약수터 팀(대표 이경아)은 올해 제주시 우물랩 프로젝트로 참여 가게를 기존 제주시 원도심에서 도 전역으로 확장 중이다.

본지는 예비문화도시 제주시가 배출한 시민 문화기획자 이경아 대표를 만났다.
 

#도심 속 옹달샘, 찾아나선다

“제주 도보 여행 시 개인 물병만 챙겨가세요. 지구별 약수터는 곳곳에 있으니까요.”

우물랩 프로젝트는 시민 또는 관광객이 생수병 대신 개인 물병을 지참하고 일명 ‘지구별 약수터’로 지정된 작은 가게를 방문하면 무료 식수를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카페 등 개인 사업장에서 낯선 이에게 자발적으로 물을 내주는 건 어떤 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이에 해당 사업은 지난해 사업 심사 당시 ‘좋은 구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구상을 넘어 지난해 우수사업으로 선정, 올해부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구별 약수터는 지난해 제주시 원도심 가게 10곳부터 시작해 현재까지는 도내 곳곳의 가게 77곳으로 늘었다.

향후 가게 수를 100여 곳으로 늘린다는 입장이다. 인천에는 벌써 도외 1호점이 생겼다.

#플라스틱 사용 줄여야…가게 동참 이끌어내

“생수병 소비는 쓰레기 문제와 함께 상수의 1000배 이상의 탄소발자국을 남깁니다. 이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이 대표 등은 도내 가게 곳곳을 직접 찾아가 일회용 생수병 소비 감축을 위한 우물랩 사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까지 77곳(제주시 35곳‧동부 32곳‧서부 9곳‧서귀포시 1곳)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200곳은 돌았죠. 이들의 생계 현장에서 무례하게 설득하기보다는 의지가 확고한 77곳에 한해 지구별약수터로 등록했습니다. 등록자 대부분이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동시에 이들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에 부담을 느끼는 분도 계셨어요.”(이 대표)

지구별 약수터 중 하나인 아일랜드 팩토리 풍류 신주원 대표는 “거래처를 수백 군데 관리하면서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소비 문제를 인식했었고, 사업 취지에 공감해 참여했다”며 “캠페인이 업무상 부담이 되는 일이 아니기에 향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가게별 주인들은 다양한 물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 물부터 수소수, 꽃잎물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구별 약수터 알리기, 시민도 동참

한 어린이가 지구별 약수터 지정 카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현재 지구별 약수터는 77곳으로 그 분포가 지도를 이룬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구글 지도 중 특정 링크(www.google.com/maps/d/edit?mid=1HPkOKthkiZke2cmni-4vDpiRhlErlGe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구별 약수터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이용할 시민의 참여와 홍보가 없으면 프로젝트는 실현되기 어렵다.

이에 팀은 올해부터 홍보단 ‘지구별 토끼’를 구성, 지구별 약수터를 이용하고 SNS로 후기를 남기게 하고 있다.

프로젝트 진행 도중 지구별 토끼 활동가들의 소개로 지구별 약수터 6군데가 새로 발굴되기도 했다.

아울러 팀은 프로젝트 기획 상품을 매년 다르게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는 지구별 약수터 로고가 새겨진 대용량 텀블러를 한정 수량으로 제작해 나눠줬다.

올해는 코로나19에 맞춰 관련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를 제작해 무료 배포했다. SNS로 자체제작 영상과 카드뉴스도 선뵌다. 

또 팀은 지정 가게가 지구별 약수터라는 작은 팻말을 설치했고, 국영문으로 기재된 홍보지도 비치 중이다. 향후 작은 기부함도 들어선다. 
 

#걸으며 쓰레기도 줍고, 물도 마셔요

지구별 약수터 팀은 이달부터 지구별 공정여행 플로깅(plocking‧줍고 걷는다는 뜻의 합성어) 투어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지난 18일 세화에서 진행된 1차 행사를 시작으로 다음 달에는 1일 오후 2시 도두에서, 15일 오후 2시부터 곽지에서 이뤄진다.

참여자들은 지역의 쓰레기를 직접 주우며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후 해당 지역의 지구별 약수터를 찾아가 개인 물병에 물을 얻어 마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참여자는 선착순 7명이다. 이달 말까지 지구별약수터 공식 인스타그램(plasticfreejeju) 댓글로 신청하면 된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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