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현실’ 내몰린 미혼모...‘자립안전망’ 필요
‘육아현실’ 내몰린 미혼모...‘자립안전망’ 필요
  • 정용기 기자
  • 승인 2020.10.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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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도 경제적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육아라는 현실을 맞닥뜨렸을 때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이지 않은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누구라도 그 상황에 처해지면 잘못된 순간의 실수를 할 수도 있죠. 부모와 아이의 생명을 위해 우리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미혼모를 위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입니다.” (제주지역 입양기관 관계자)

아기를 20만원에 입양 보내겠다는 게시글이 큰 파장을 부른 가운데 미혼모가 아이와 자립할 수 있는 지원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원치않는 임신으로 ‘육아 현실’에 내몰린 미혼모의 경우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고 사회적 고립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정서적 안정을 위한 상담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도내 미혼모는 459명이다. 미혼부는 158명으로 미혼모가 3배 가까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 가정에 지원되는 대표적인 복지급여가 아동양육비다.

매월 최소 20만원이 정액 지급되고 있다. 도내에서는 35명의 아동이 한부모 가정 아동양육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양육비에 미혼모나 미혼부가 고정적인 수입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거, 육아 등을 혼자서 부담하기엔 빠듯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복지업계의 중론이다.

또 정서적, 심리적 안정을 위해 도내 미혼모시설에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입양도 시일이 오래 걸리고 출생신고를 마쳐야만 입양이 합법적으로 가능해 미혼모 등이 힘들어하는 과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연화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수급 대상자에서 벗어난 하층에 있는 미혼한 부모들은 자립해서 정착해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추가 아동 양육비가 월 5만원 정도 되는데 복지업계 현장에서는 미혼한 부모의 월급 등 고정 수입 관계 없이 조금이라도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혼모는 산후우울증이라던지 심리적으로 엄청난 고립과 남자친구에 대한 배신감,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이런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의해 정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런데도 미혼모가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상담 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현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20만원에 입양 보내겠다는 당사자를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된다”며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임신에 대해서는 남자, 여자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미혼모, 미혼부의 자립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6일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서귀포시 지역 카테고리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신생아 사진 2장과 함께 거래 금액 20만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도내 한 산후조리원에서 엄마와 아이가 무사히 있는 것을 확인했다. 미혼모 A씨는 출산과 산후조리 중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입양 기관 상담 중 절차가 까다로워 게시글을 올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이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바로 글을 삭제했으며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경찰 등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는 입양 절차, 미혼모 지원 개선점 등을 검토키로 했다.

정용기 기자  brave@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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