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른 ‘원희룡’
떠오른 ‘원희룡’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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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주 주필·부사장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정치를 설명해 주는 지표는 바로 여론조사 선호도의 움직임이다. 대선 출마를 사실 상 선언했거나 곧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른 바 대권 잠룡들도 시시각각 여기에 촉각을 모을 수밖에 없다.

또 대한민국 국민이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국민의힘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주목한다.

제1당과 제2당 밖에서도 이미 정치 행보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무소속의 홍준표 의원,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여론에 뜨는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언론이 대선 차기 주자 선호도나 지지율을 알리면서 대권 주자의 선호도 조사 자체가 ‘지지율 정치’를 사실 상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한국 정치는 선호도 조사의 노예가 됐다느니 지지율의 덫에 빠졌다느니 하는 얘기가 나온다.

▲어떤 정치인이나 정치세력도 선호도 지지율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함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지율이란 것이 얼마나 덧없이 허물어질 수 있는지 여러 차례 목격했다. 떼어놓은 당상으로 여겼던 이회창 후보의 패배가 그랬고 돌풍을 일으킨 안철수 현상과 이후의 침체 과정이 또 그랬다. 

하루아침이라면 어폐가 있을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계기만 주어지면 뽕밭이 바다로 변하듯 선호도 지지율이 요동을 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 선호도 조사에서 바닥을 기며 왜 이리 안 뜨냐며 조바심을 내는 야당 잠룡들이 너무 미리 좌절하지 말아야 할 이유일 수도 있다. 

한국갤럽이 해석한 지난 주말(16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지난 13~ 15일 조사)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듯싶다.

▲한국갤럽은 ‘다음 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자유응답으로 물어봤다. 

그 결과 1위가 이재명 경기도지사(20%), 2위는 이낙연 대표(17%), 3위가 4%를 얻은 안철수 대표였다. 이어 4위 윤석열 검찰총장(3%), 5위 홍준표 무소속 의원(2%) 순이었다. 

그런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인사 중에서는 원 지사가 유일하게 1%의 선호도를 얻었다. 당내 선두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후보군 중 1% 이상의 선호도를 받은 인사가 나온 건 넉 달 만이다. 지난 7~9월은 1% 이상 선호도를 얻은 국민의힘 인사가 아예 없었다. 지난 6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황교안 전 대표가 각각 1%씩 지지를 받은 게 마지막이었다.

갤럽이 보도자료를 통해 “원 지사의 선호도가 1%에 불과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는 유일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배경이다.

▲경기도에서 이재명, 전라도에서 이낙연 하듯이 제주도민들이 원 지사에게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갤럽의 해석도 큰 의미를 갖지만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관점이 있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권에 ‘뉴 페이스’를 희망한다. 과거 대선에서 입었던 헌 옷을 드라이클리닝 해 내놓는 ‘빈티지 상품’이 아니라 ‘새 상품’을 원한다. 성장 과정에 스토리가 있고 통합의 비전을 갖고 있는 인물을 원한다.

정치권이 원희룡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런 뉴 페이스 모델에 상당히 부합하다는 것이다.

핸디캡이 있다면 그의 배경이 제주도라는 섬이다. 그러나 원 지사는 지난 15일 ‘마포포럼’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고 “제주도 출신이라서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다 하나로 크게 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제도에서도, 하의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왔다. 제주도에서 용(龍)이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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