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맞닿은 그곳에 ‘미륵의 고향’이 있다
하늘 맞닿은 그곳에 ‘미륵의 고향’이 있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10.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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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6)
원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간덴사 전경. 간덴사는 티벳 3대 거루파 사원 중 하나로 ‘간덴’이란 명칭은 도솔천(兜率天·미륵보살이 수행하는 정토)을 의미한다.
원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간덴사 전경. 간덴사는 티벳 3대 거루파 사원 중 하나로 ‘간덴’이란 명칭은 도솔천(兜率天·미륵보살이 수행하는 정토)을 의미한다.

■ 고산지역 여행 땐 자만은 금물

예전에 어떤 분이 서티벳을 여행하려고 중국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싸까지 갔습니다.

그분은 비행기에서 내릴 때 약간 숨이 차는 것을 느꼈으나 별것 아니라 생각해 포탈라궁 등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돌아오자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어 급히 병원을 찾았고 고산증세가 더 심해지면 위험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분은 다음 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갔답니다. 라싸까지 비행기를 타고 와서 고소적응이 전혀 안 된 상태로 돌아다닌 게 문제가 된 것이랍니다. 

‘자신은 고산지역을 많이 다녀 걱정이 없다’는 자만심이 화를 부른 것으로 서티벳 여행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할 때 자주 언급하는 이야기입니다.

과거 경력에 자만해 방정을 떨거나 술을 계속 마시고, 또 몸이 피곤해도 무리하게 트레킹에 나서거나 무턱대고 빨리 걷는 등의 행동은 곧바로 고산병을 부릅니다. 지난 번 무스탕 트레킹에서 제가 겪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 티벳 불교 거루파의 총본산

라싸에 도착한 지 4일째, 일행 대부분 고소적응이 된 것 같아 오늘은 좀 더 고도가 높은 간덴사(甘丹寺)를 찾아간답니다. 이곳에 온 후 매일 저녁 비가 쏟아지고 아침이면 걷혀 여행하기에는 최고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간덴사는 라싸에서 47㎞ 떨어진 타크트현 키츄강(라싸강) 남쪽의 원불산 능선 해발 4200m 남짓한 곳에 위치했습니다. 세라 사원, 트레펑 사원과 함께 티벳 3대 거루파(겔룩파·황교) 사원 중 하나로 ‘간덴’이란 명칭은 도솔천(兜率天·미륵보살이 수행하는 정토)을 의미한답니다. 청나라 옹정제에게 영수사(永壽寺)라는 이름을 받기도 했답니다.

사원은 거루파 창시자인 총카파(Je Tsongkhapa)가 세웠으며 거루파 총본산으로 정치적 권력을 가졌답니다. 그리고 총카파의 법좌를 계승하는 역대의 거루파 교주, 즉 간덴 트리파(Ganden Tripa)가 이 사원의 주지랍니다.

1시간30분을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간덴사는 멀리서 봐도 규모가 상당한 사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티벳 불교 최초의 거루파 사원이라고 하지만 라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참배자나 관광객의 발길이 잦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무척 한적한 느낌입니다.

간덴사 뒤쪽에 있는 천장(天葬)터. 높지 않게 사각으로 돌담이 쌓여져 있다.
간덴사 뒤쪽에 있는 천장(天葬)터. 높지 않게 사각으로 돌담이 쌓여져 있다.

순례길을 걷기 시작하자 안내를 맡은 오영철씨가 “원불산 정상 타루초(불교 경전이 적힌 깃발)가 걸린 곳에 올라 사진을 찍으면 사원과 강이 함께 보여 좋습니다. 사진을 찍고 뒤따라와도 일행들과 시간이 맞을 거 같으니 다녀오시죠”라고 특별 배려(?)를 해줍니다.

산꼭대기에 타루초가 많이 걸린 풍경이 좋을 것 같지만 높이가 만만치 않아 보여 주저하자 오영철씨는 “별로 힘들지 않다”며 독려합니다. 

일행들의 응원을 받으며 산행에 나섰으나 어제저녁 비가 와서 그런지 산비탈이 미끄러워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발고도가 높아서 오를수록 숨이 가빠옵니다.

‘나를 골탕먹이려고 장난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갈수록 주변 풍경과 분위기가 달라져 지친 줄 모르고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수많은 타루초가 바람에 나부끼는데 산 아래 간덴사와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연출합니다. 거기다 피뿌리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눈길을 끕니다. 피뿌리풀은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동쪽 높은오름과 백약이오름 지역에서 주로 발견됐는데 지금은 거의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산을 내려가는데 올라올 때보다 더 힘이 듭니다. 짧은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겨우겨우 내려가 보지만 미끄러지기를 몇 차례, 엉덩이가 얼얼합니다. 그래도 늦을세라 얼른 일행들 뒤를 따라갔습니다.

외국, 그것도 초행길에 혼자 산길을 걷다 보니 약간 겁이 나기도 해 뛰다시피 걸었더니 멀리 일행들 모습이 보입니다. 그제야 안심이 돼 숨을 돌려봅니다.

원불산에는 피뿌리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눈길을 끈다.
원불산에는 피뿌리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눈길을 끈다.

■ 티벳인의 장례 문화 ‘천장’(天葬) 

멀지 않은 곳에 간덴사 천장(天葬)터가 있으니 가보자고 합니다.

티벳에 올 때마다 천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또 라싸에 도착한 다음 날 순례길 트레킹 중 멀리서 나마 천장터를 본 적이 있었지만 막상 직접 현장에 간다니 살짝 망설이게 됩니다.

얼마 후 도착한 천장터. 넓은 벌판에 높지 않게 사각으로 돌담이 쌓여 있습니다. 시신을 눕히는 곳은 따로 돌을 깔았습니다. 불을 때다 남은 나무의 온기가 아직 느껴지고 도끼 등 장비가 흩어져 있는 것으로 봐 천장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답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데 일행 중 한 분이 천장 체험을 한다며 돌 바닥에 드러눕습니다. 대단한 담력입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천장터 주변으로 마니석(불교 경전을 새긴 돌)들이 놓여 있다.
천장터 주변으로 마니석(불교 경전을 새긴 돌)들이 놓여 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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