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형’의 ‘너 자신을 알라’
‘테스형’의 ‘너 자신을 알라’
  • 부남철 편집국장
  • 승인 2020.10.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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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테스형’이 무슨 말이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당황했다.

갑자기 무슨 인간형을 묻는가 했다. 워낙 많은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시대이기에 새로운 신조어가 나왔나 했다.

검색을 해보고는 웃음부터 나왔다. 나훈아가 지난달 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단독 콘서트에서 공개한 노래 제목이 ‘테스형!’이었고 이 방송에서 나훈아가 한 말이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테스형’도 화제에 오르고 포털사이트 검색순위를 점령한 것이었다.

나훈아가 부른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우리가 평소에 ‘누구형(兄)’하듯이 호칭한 것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남긴 고대 그리스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연에 관한 생각에 머물렀던 당시 철학의 초점을 인간중심으로 옮겼고, 인간본질에 대한 탐구에 집중했다.

그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들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그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킨 위대한 철학자로 남아있다.

이런 소크라테스를 나훈아가 2020년에 소환했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나훈아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문장에 대해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소크라테스를 제외하면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누가 알 것인가.

하지만 나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내가 내 자신을 얼마나 알고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해라’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손자병법에서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 즉 ‘나 자신을 알고 남을 알아야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긴다’라는 말이 있듯이 동서양 철학자들은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내 자신을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늘 아는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 내 자신을 성찰하는 것은 힘이 든다.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블랙홀’로 작용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 사안에 대해 조언을 한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사안에 대해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입장에서 조언을 했고 과연 내 조언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됐는지 고민한다.

반대로 내가 타인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서 조언을 구하고 나서도 내게 유리한 조언만 듣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랄 때가 있다.

타인에 대해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조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내 입장에서 조언을 하고 있고 또 내 입장에서 타인의 조언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후회를 한다. 덧붙여 내가 그런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자괴감이 더 늘어난다

경험이 많아질수록 내 주장이 강해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대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가 이런 선택을 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지지의 입장을 밝힌다. 개인적으로는 원 지사가 현실 정치의 정치공학적 계산을 넘어서 진정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려해 내린 결단이라고 받아들인다.

다만 원 지사가 정리해야 할 것이 있다. 원 지사가 민선 7기 출범 이후 따르겠다고 한 ‘도민의 뜻’이다.

방송사들이 추석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도민들은 원 지사의 대선 도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의 의지와 도민의 뜻이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를 이끌 대선에 나서겠다는 원 지사가 먼저 풀어야 할 실타래다.

 

부남철 편집국장 기자  bunc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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