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탈의장
해녀 탈의장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10.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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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턱은 해녀공동체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옛 제주해녀들은 바닷가에 돌을 둥그렇게 혹은 네모지게 쌓아 만든 불턱에서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피워 언 몸을 녹였다.

또 물질하다 뭍에 올라 아기에게 젖을 먹이던 공간이자 마을과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했던 곳도 불턱이다.

과거의 불턱은 지금의 현대식 해녀 탈의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위치와 구조, 모양 등 외형은 아예 다르지만 기능과 역할은 옛 불턱 그대로다.

비어 있는 망사리에 슬쩍 해산물을 넣어주는 해녀들의 공동체정신도 불턱에서 탈의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해녀 탈의장은 제주해녀의 명맥을 잇는 주요 시설이지만 지난 연쇄 태풍으로 입은 피해는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자연재난조사 및 복구 계획 수립 지침’에 해녀 탈의장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복구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시는 매년 해녀 탈의장이 태풍 피해를 입을 때마다 보수보강 사업비로 복구비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지출 구조조정으로 해당 사업비를 일부 삭감한데다 나머지는 대부분 집행돼 태풍 피해를 입은 해녀 탈의장 14곳을 모두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녀를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해녀 탈의장 피해 복구는 각 어촌계에서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정부의 지침에 사유 재산인 어선과 양식장도 포함되는데 해녀 명맥과 해녀공동체 유지라는 공익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해녀 탈의장이 제외됐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등 제주해녀의 가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도 지침을 이유로 태풍에 부서진 해녀 탈의장을 손 놓고 있는 것은 제주해녀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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