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건축 폐자재로 동네 어르신 집수리 ‘뚝딱’
제주 건축 폐자재로 동네 어르신 집수리 ‘뚝딱’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10.1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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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문화기획자를 만나다(2) - 제주시 ‘집랩’ 프로젝트
예비문화도시 제주시가 배출한 문화기획 팀 ‘수눌엉멩글엉’
조천읍 어르신 4개 가옥 수리
유휴공간 조천야학당도 문화공간으로 개조
이창열 수눌엉멩글엉 팀 공동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주지역 건축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재로 오래된 집을 ‘뚝딱’ 수리한다. 예비문화도시 제주시 ‘집랩’ 프로젝트를 이끄는 시민들, 수눌엉멩글엉 팀이다.

제주시민들로 구성된 수눌엉멩글엉 팀(공동대표 이창열‧김형훈)은 활용 가능하지만 건축현장에서 버려지는 각종 자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난해 제주시 리빙랩 사업으로 결성, 올해는 제주시 집랩 프로젝트로 조천읍 홀몸 어르신들의 집 등을 수리하고 있다.

본지는 예비문화도시 제주시가 배출한 시민 문화기획자 이 공동대표를 만났다.
 

#건축 폐자재로 오래된 집 고친다

“폐기처분되는 건축현장 자재로 노후화 된 제주 가옥을 고칩니다.”

수눌엉멩글엉 팀이 활용하는 재료는 벽돌과 목재, 철근 등 멀쩡하지만 도내 건축현장에서 10% 이상은 줄곧 버려지는 각종 폐자재들이다.

수눌엉멩글엉 팀은 본인의 건축 현장 자재 및 지역에 버려진 건축 폐자재를 모아 지난해 조천읍 가옥 6곳을 수리했고 올해는 현재까지 조천읍 가옥 4곳을 수리했고 현재 조천야학당 개조가 막바지 단계다.

건축 폐자재로 오래된 집을 수리한다는 사업 취지에 공감해 동참한 시민은 지난해 6명에서 올해 10명으로 늘었다.
이중 70%는 인테리어업, 열쇠업 등 도내 건축업계 종사자들로 이뤄져 있다.

#유휴공간 조천야학당, 복합문화공간으로

“일제강점기 제주인의 야학이 이뤄지고 조천만세운동도 모의됐던 이곳에서 향후 조천리 용천수 이야기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수눌엉 멩글엉 팀은 이달까지 유휴공간 조천야학당을 조천리 용천수를 전시‧홍보‧교육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들은 폐자재를 활용해 비가 센 건물 창문 곳곳에 방수작업을 하고, 건물 내부 페인트 작업을 한다. 또 기본적인 전선작업을 진행한다.

제주 항일운동의 정신적 뿌리였으나 현재 빈 건물로 방치된 조천야학당은 해당 터에 자리잡은 신축 건물로 향후 조천리 주민들이 결성한 단체 ‘물학당’이 조천리에서 정비한 용천수 23곳에 대한 전시‧교육‧홍보를 선보이게 된다.

#조천읍 홀몸 가구 어르신을 찾다

“어르신과의 지속적인 대화로 개선이 가장 시급한 곳을 파악해 차근차근 고쳐가기 시작했죠.”

수눌엉 멩글엉 팀은 지난 7∼9월까지 제주시 조천읍 어르신 가정 4곳을 방문해 해당 가구가 개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을 수리했다.

도내 전통 돌집에 거주하는 A 어르신 집에는 푸세식 화장실에 좌식 변기가 설치됐다. 기존에 부엌과 샤워실로 같이 쓰던 공간도 분리됐다.

수눌엉멩글엉 팀은 보일러실을 개조해 부엌을 만들고 기존 부엌은 세면대를 설치해 샤워실로 용도를 바꿨다.

제주지역 초가집에 거주하는 B 어르신 집에는 노후화됐던 마루를 전면 교체됐다. 벽돌을 쌓은 자리에는 장미와 난초가 그림으로 새겨졌다.

이외 불 나간 조명과 노후화 된 전선의 일부가 교체됐다.

옛 절 터에 자리잡은 C 어르신 집에는 지붕 곳곳이 개선됐고 입구의 문 등이 고쳐졌다. 도내 돌집에 거주하는 D 어르신 집에는 부서진 창고 문이  폐목재로 고쳐졌다. 노후화된 전기도 신식으로 교체됐다.

#조천읍서 시작해 도 전역에 확산되길

수눌엉멩글엉팀은 향후 조천읍을 거점으로 프로젝트가 도 전역으로 확장되길 바라고 있다.

“건축 현장에서 버려지는 폐자재를 재활용할 좋은 방안이 될 것 같아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어르신을 직접 만나고, 변화하는 집의 모습을 보면서 점차 마음이 뜨거워졌죠. 향후 프로젝트가 조천을 시작으로 마을별로 진행되기 바랍니다.”(이 공동대표)

취재 당시 집에 있던 C어르신과 D어르신은 “이용이 불편했으나 거동이 불편해 참았었던 가옥의 부분들이 고쳐지면서 편해진 것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시 관계자는 “향후 대상 가옥 수와 해당 지역을 더욱 확장해 캠페인으로 이어나가고자 하고 있다”며 “특히 이 사업이 제주 전역에 확산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랩 프로젝트는

예비 문화도시 제주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랩파이(일상 속 문제를 시민이 해결하는 캠페인)’ 사업 중 건축 폐자재로 도내 오래된 집을 수리하는 프로젝트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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