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너무 많이 했다는 데…
‘쇼’를 너무 많이 했다는 데…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0.10.0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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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주 주필·부사장

10월 첫 날부터 빨간 날로 시작된 연휴는 훗날 정사(正史)가 아니면 야사(野史)에라도 기록될 만한 추석 연휴였다.

전국에서 코로나19 방역전쟁이 벌어지면서 ‘마스크 추석’이란 말도 나왔다.

토·일요일 이틀을 쉬고도 월요병을 호소하는 데 이런 마스크 연휴의 후유증이 없을 리 없다. 흔히 연휴 후유증은 휴일 동안 흐트러진 생체 리듬 때문에 출근 첫 날 아침에 특히 피곤한 상태를 말한다. 

피곤, 우울 등을 유발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질병이 아닌 일종의 부정적 심리상태로 분류된다. 오늘 아침 직장인들은 대부분 연휴의 피로감 속에서 출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연휴 후유증을 두고 ‘배부른 사치(奢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연휴 동안 제대로 쉬지 못 한 사람도 많고 연휴로 인한 매출 감소에 한숨을 쉬는 자영업자들에겐 죄송스러운 얘기다. 

▲연휴 증후군을 이기자면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기 위해 평소보다 아침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고 30분 일찍 출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료 직원들에게 먼저 웃는 낯으로 인사하고 잠시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 마음도 상쾌해진다. 당분간 술자리를 피하고 산책 등 간단한 운동을 하면 신체 리듬도 빨리 정상으로 돌아온다.

마스크 속에 보낸 올해 추석 연휴는 어느 해보다 우울했던 한가위가 아니었나 여겨진다.

월요병은 어김없이 화요일이 되면 치료되듯이 연휴 후유증도 마찬가지다. 내일에는 깨끗하게 사라질 것이다. 단지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로감을 느끼는 직장인이나 매출 감소로 인해 우울한 자영업자나 지난 연휴를 삶의 재충전 기회로 여기는 마음가짐이다.

▲연휴의 압권은 계엄령급이라는 떠들썩한 방역 비상과 이구동성으로 쏟아놓은 경제 불안과 정치 불신의 하소연이었다.

올해 연말이 되면 침체된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희망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그만 허탈감에 빠지고 말았다. 어느 누구도 경제에 대한 밝은 전망을 예측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경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치에 대한 불신인 것 같다. 정치라도 안정되면 경제 걱정이라도 달랠 수 있으련만 그렇지 못 해 이중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더욱 분통이 터진다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우리 이웃들이 터트린 분통의 핵심은 국민 눈높이 이하의 ‘극장 정치’에 대한 불신이었다. 

정치권이 국민을 바보로 아는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쇼’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쇼’를 해도 이젠 다 안다고 한다. 이런 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몹시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번 추석 연휴는 대선 직전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승부처가 되는 민심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기다.

전 국민 휴대전화 시대와 인터넷을 통해 이슈가 빨리 소비되면서 추석의 ‘민심 용광로’ 기능은 거의 사라졌다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하지만 추석 민심 용광로는 꼭 가족과 친척이 모이는 물리적인 결합만 의미하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 즉 SNS를 통해 추석 민심은 더 활발하게 교류된다.

올해 ‘마스크’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안부 인사를 더 많이 했고 서로에 대한 동정과 동향을 더 많이 살폈다. 

몇 년 전까지 추석 명절이 모두가 모여 강강술래 하는 화합과 교류의 장이었다면 이제는 SNS를 통해 추석은 민심 교류의 중앙 광장이 된 셈이다.

추석 민심은 그동안 ‘쇼’를 너무 많이 했다고 한다. 추석 민심을 겸허히 살피고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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