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시민이 만드는 ‘문화도시’ 제주시…현대판 ‘수눌음’ 숨결 확산
[창간] 시민이 만드는 ‘문화도시’ 제주시…현대판 ‘수눌음’ 숨결 확산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9.28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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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75주년 특별 기획]
시민 문화기획자를 만나다(1) - 제주시, 문화도시 도약

제주시, 지역민과 문화 프로젝트 시행
화북·원도심·우도·금악 거점 공간 지정
문화 모임·유휴공간 활성화 등 진행
버려진 자재·현수막 활용 사업 눈길
아트페어·예술가 주택 사업 마련 시도

시민이 만드는 문화, 수눌음 도시 제주시. 제주 옛 공동체 정신의 산물 ‘수눌음’을 현대판으로 재해석해내는 큰 판이다.

오는 12월 정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 선정 여부를 기다리는 예비 문화도시 제주시가 올 한 해 발굴한 시민 문화 기획자는 70~80명, 문화공간은 3곳이다.

유관기관과 기업, 문화예술인, 시민 또한 사업에 함께 뛰어들며 파트너십이 늘고 있다.

본지는 창간을 맞아 예비 문화도시 제주시의 큰 그림을 짚어본다. 아울러 향후 7회에 걸쳐 제주시 발굴 시민 문화기획자들을 만난다.

#지역별 현안, 문화적 접근으로 풀다

제주시는 문화도시 4대 거점 공간(화북, 원도심, 우도면, 금악리)을 지정, 시민들과 문화 프로젝트를 선뵈고 있다.

제주시는 원도심에 문화공간 ‘문지방’을 개소, 주민들의 문화 모임을 관리‧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총 9개 문화 모임이 만들어졌다.

우도면에서는 유휴 담수화 시설을 전시장으로 개조, 사전 답사로 주민 삶을 들여다본 미술가들의 신작을 선뵌다.

화북은 화북공단 배후지 소재 유휴공간 김석윤 가옥을 임대해 지역 주민들과 역사자원을 활용한 문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금악리에서는 도내 돼지 축사가 많은 마을 이미지를 ‘돈사 마을’에서 ‘꽃마을’로 바꾸기 위한 가드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상 속 문제, 시민 아이디어로 해결

일상 문제를 시민이 머리 맞대 해결하는 랩파이 사업도 눈길을 끈다.

버려진 건축 자재로 조천읍 지역 어르신들의 집을 수리하는 ‘집랩’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집랩은 올해 거동이 불편한 조천읍 어르신 거주 가옥 5곳을 선정, 거주자들과의 지속적 대화로 대문과 화장실, 지붕 등 해당 가구가 개선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을 수리 중이다.

애월읍의 버려진 현수막이나 천 등을 활용해 에코백을 만들고 이를 지역 내에 무료로 공유하는 캠페인인 ‘비닐랩’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또 제주시 원도심 카페들과 협력해 개인 물통에 식수를 제공, 플라스틱 생수병과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는 환경 캠페인 ‘우물랩’ 사업도 시행되고 있다.
 

#동네책방 많은 제주, 연결고리 구축

제주시 동네책방들 주도로 진행된 제주책방예술제가 관심을 끌었다.

동네책방이 주인공이 된 이번 행사 기획은 도내 최초였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지난 7~8월 진행된 제주책방예술제를 통해 축제 기간 내 방문객들이 제주 전역에 들어선 책방을 찾아가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제주시 동네책방네트워크가 결성되기도 했다.

#문화도시로 브랜딩 공고히

제주시는 브랜드 사업과 예술가 파트너십 등을 통해 문화도시의 입지를 공고히 한다. 도내 문화를 다양한 주제의 영상으로 제작하고 공유한다.

또 도내 활동 기반 예술인을 공모, 발굴‧지원해 예비 문화도시 사업의 중요한 조력자이자 파트너로 협업한다.

아울러 지역을 문화적으로 읽어내는 현장의 지식을 구축하는 문화도시 R&D사업으로 문화아카이브 구축, 리서치랩, 청년 연구자를 지원한다.
 

#작품 유통망‧상주공간 부족 해소되나

예비 문화도시 제주시가 조심스레 기반을 닦는 사업이 두 가지다. 첫째는 제주아트페어, 둘째는 제주형 예술가 주택 사업이다.

두 사업 모두 도내 예술인이 겪는 고질적 문제인 작품 유통(판매기반)과 거주‧작업 공간 마련 어려움 등 문제를 담고 있다.

이에 제주시는 도내 유관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및 라운드테이블 마련 등을 시도하고 있다.
 

김병수 제주시 문화도시센터장 인터뷰

김병수 센터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올해 예비 문화도시 사업 핵심은 제주 ‘수눌음’ 정신의 현대화입니다. 내년엔 문화 다양성과 수용성, 욕망 등이 더해져 의미가 확장될 걸로 보입니다.”

김병수 제주시 문화도시센터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향후 사업 방향을 밝혔다.

김 센터장은 사업 핵심어로 수눌음을 정한 이유로 “제주의 옛 농촌 사회 유대감이 도시 사회로 전환되면서 잊혀졌던 공유가치라거나 집단적인 지혜를 현대적으로 되살리고자 한다”며 “현장에서 시민 기획자가 많이 발굴됐고, 현재 그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변화에 대해 “코로나19로 아시아 컨퍼런스 등이 취소됐다. 코로나19 시기 예술의 역할을 고민하다가 지역예술계가 소상공인을 조명하는 ‘단골집 예술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아울러 올해 진행된 대부분 사업의 회의는 화상회의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김 센터장은 “유관기관과 기업, 예술가, 시민 간 네트워크 형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이달부터는 도내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트레킹 코스 걷젠을 개발해 선보인다. 올해 지역사회의 공동 참여로 시민 주도 캠페인이 진행될 수 있었고, 문화기획에 제주문화예술재단과 더큰내일센터 등이 동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예비문화도시 사업의 성과로 “개념 설계가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사업을 단순히 문제 해결로 끝나는 게 아닌 지역사회에서 사업 대상을 찾고, 현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철저한 검증을 통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내년에 구상 중인 사업 중 하나는 도내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활발한 토론을 통해 문화도시 사업의 예산 설계를 함께하는 것”이라며 “시민이 만드는 문화, 수눌음 도시 제주시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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