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건강보험 적용의 의의
첩약 건강보험 적용의 의의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9.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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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진 한의사

다음 달 부터 한방첩약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다. 중풍후유증(65세 이상)과 월경통, 구안와사 3가지 질환으로 대상이 한정되고 1년에 10일 한도로 본인부담금 50%를 지원해주는 시범사업이다.

수천 년 동안 임상적으로 유효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한약은 서양 신약 계발의 보고가 돼왔다. 소화력을 개선시키고 진통 항균하고 풍사(風邪·체외 질병원인)를 배출하는 작용이 있는 팔각회향이 좋은 예이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의 원료인 스타아니스가 한약재 팔각회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한약은 권위 있는 양의사집단에 의해 철저히 배척당해왔다. 때론 한약재 중금속문제로, 때론 간독성, 때론 근거 기반 의학(EBM: Evidence-Based Medicine)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의 중금속 안전기준을 충족시키고 한의학 석·박사들이 간()에 대한 안정성과 임상효과에 관한 수많은 연구를 논문으로 발표한 끝에 국가가 효과를 인정하는 급여 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최근 양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 와중에 한약급여 철회가 요구조건이었던 것을 보면 아직은 한약이 미래 약학의 보고로서 대우받을 상황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한약이 급여로 적용돼 양약처럼 환자가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게 해야 이유는 양약과 대조해 생각해보면 쉽게 헤아릴 수 있다.

한약은 복용하는 음식 중에서 성질이 치우쳐 적절한 진단과 처방 하에 복용 시 인체 불균형을 신속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속이 냉해서 소화가 안 되고 한기(寒氣)가 느껴지며 설사할 때 따듯한 성질의 생강을 차로 달여 마시는 것처럼 한약은 이미 우리 삶에 녹아 있다. 생강 마늘 대추 진피 산수유 계피 꿀 등등 수많은 한약 재료가 식품에 안전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첩약보험의 대상이 된 월경통에 대한 양한방의 접근방법 차이만 봐도 한약의 존재 가치를 헤아릴 수 있다. 생리통을 통증으로 접근한 양약이 진통제 투약으로 통증기전을 억제하는데 반해 한약은 소통이 되지 않아 통증이 발생한다는 통증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의 이론 하에 하복부를 따듯하게 해서 순환을 개선시켜 통증을 근본적으로 잡아낸다. 진통제의 화학적 약리 기전에는 환자가 관여할 만한 구석이 없지만 한약의 직관적인 기전에는 환자 스스로 노력할 만한 여지가 있게 된다. 아랫배를 따듯하게 하는 핫팩을 댄다든지 손발의 냉기를 녹이기 위해 족욕을 하는 것으로도 월경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한의사가 바라는 한약 급여 적용과 양의사가 바라는 철회요구 사태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한약은 양의사와 한의사라는 고래 등 싸움에 낀 새우일 뿐이지 한약 자체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우리 식생활과 함께하고 있다. 한약 건강보험 적용이 한약의 효과를 누구나 부담 없이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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