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넘어 예술이 된 살아있는 부처의 ‘겨울궁전’
종교 넘어 예술이 된 살아있는 부처의 ‘겨울궁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9.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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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5)
포탈라궁은 해발 3600m 홍산(紅山) 기슭에 지어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거대 궁전 알려졌다. 전체 높이는 117m, 동서길이는 360m로 총면적은 10만㎡에 달한다.
포탈라궁은 해발 3600m 홍산(紅山) 기슭에 지어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거대 궁전 알려졌다. 전체 높이는 117m, 동서길이는 360m로 총면적은 10만㎡에 달한다.

■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진 궁전

티벳 역사를 살펴보면 한대(漢代)에는 산시(陜西)·간쑤(甘肅)·쓰촨(四川) 지방에서 살았고 저(底)·강(羌)이라 불렸던 유목민족을 티벳족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 당시부터 중국 서부 일대에 이들이 살았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원전 2세기에 티벳 내 여러 국가가 등장했으나 최초의 통일국가는 여러 부족을 통합해 왕국으로 다스린 송첸캄포(581~649)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663년 수도를 지금의 라싸로 정한 뒤 티벳 왕조를 열었고 당나라 황실의 딸 문성공주와 네팔의 공주인 브리쿠티 데비와 혼인했습니다. 

티벳 군대는 663~672년 동북방의 칭하이(青海)와 간쑤 지방의 토욕혼 왕국을 점령했고 670~692년 당나라와 대비천 전투를 통해 타림분지와 인접한 신장(新疆)과 카슈가르시를 점령하는 등 국토를 넓혀갔습니다. 티벳은 9세기 중엽에 이르기까지 중앙아시아에서 왕국을 유지했습니다. 이 시기의 티벳은 토번(吐蕃)이라 불렸으며 자신들의 문자를 사용하고 9대의 왕을 거쳐 약 3세기 동안 존속했다고 합니다. 

송첸캄포왕이 문성공주를 위해 7세기에 지은 건축물이 바로 라싸의 상징이자 달라이라마가 거주했던 궁전, 포탈라궁입니다.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까지 1300년에 걸쳐 9명의 왕과 10명의 달라이라마가 이곳에 살았고 약 300년 전 5대 달라이라마가 재건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합니다.

달라이라마는 티벳인에게 살아있는 부처로 여겨지는 정신적·정치적 지도자로 역대 달라이라마들이 겨울에는 이곳에서 지내 ‘겨울궁전’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해발 3600m 홍산(紅山) 기슭에 지어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거대 궁전 알려졌으며 티벳 전통 건축예술의 백미로 꼽히면서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전체 높이는 117m, 동서길이는 360m로 총면적은 10만㎡에 달합니다. 본관 건물은 13층 규모인데 1000여 개의 방으로 구성됐다고 합니다. 궁전 건물은 백색과 붉은색의 조화가 아름답고 짙푸른 하늘과 선명한 색상 대비를 이뤄 감탄을 자아냅니다. 

궁전 중심에는 역대 달라이라마들이 거주했던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궁전 중심에는 역대 달라이라마들이 거주했던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 그야말로 귀중한 세계문화유산

이 포탈라궁은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입구에서부터 곳곳에 배치된 무장군인들이 심하게 검문검색을 하자 짜증이 치밀어 발길을 돌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어렵게 이 먼 곳까지 왔으니 어쩔 수 없이 참고 기다렸습니다.

저를 비롯한 일행들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자 가이드는 “이게 중국의 현실이니 참아야 티벳 여행을 마칠 수 있다”며 달랩니다.

뙤약볕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 겨우 구경에 나섰는데 계단을 오르니 벌써 숨이 가빠옵니다. 사람에 치여 떠밀리듯 계단을 오르는데 티켓을 사야 한답니다. 입장이 어려운 것은 물론 가는 곳마다 티켓을 사야 하고 카메라는 꺼낼 생각도 말라 하니 너무 답답해 가이드에게 “티켓을 몇 번 사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수시로 상황이 변해서랍니다. 한국말이 서툴러 제대로 설명을 못 하는 듯합니다.

티벳 전통 명절인 ‘싸가다와’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꽉 들어차 어디 앉아서 쉬지도 못 하고 떠밀려 다니다 보니 어느 새 궁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궁정 안은 역대 달라이라마부터 여러 성인이 모셔져 마치 거대한 박물관처럼 보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도, 사진 한 장을 찍을 수도 없어 냉가슴 앓는 심정으로 구불구불한 계단만 돌고 돌다가 밖으로 밀려 나왔습니다. 비록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돌아봤지만 포탈라궁이 그야말로 귀중한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점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들어와 뒤로 나오다 보니 일행이 뿔뿔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어디서 어떻게 떨어지게 됐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40분 동안 어찌저찌 일행이 모였는데 한 여성분이 보이지 않아 사방으로 흩어져 찾느라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분은 궁전에서 나오자 먼저 숙소로 돌아갔던 것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겪는 일이지만 이런 오지에서 잘못되면 큰일 날 수도 있기에 서로 조심해야 합니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서티벳 답사가 시작됩니다. ‘절대 금주’하라던 안내자가 삼겹살에 소주를 꺼내놓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서로에게 소원했던 이야기를 하며 한 잔씩 소주를 마시다 보니 꽤 얼큰해졌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티벳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이 궁전을 돌고 있다.
티벳 각지에서 온 순례객들이 궁전을 돌고 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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