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시골길에 들어선 '십인십색' 책 문화곳간
고즈넉한 시골길에 들어선 '십인십색' 책 문화곳간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9.24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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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네책방 탐방(23)-제주시 애월읍 편
90년 넘은 흙집 복원, 몽캐는책고팡
창문 밖 퐁낭이 멋진 돌집 서점 윈드스톤
피아노 버스정류장 옆 갤러리책방 섬타임즈
몽캐는책고팡 전경

물가에 뜬 달, 제주 서쪽 애월(涯月) 지역을 따라 십인십색 책 문화 곳간이 들어서고 있다. 

90년 넘은 제주 옛 흙집을 복원한 몽캐는책고팡은 언어 특화 서적들을 소개하고 있다.

돌집 서점과 창문 밖 퐁낭이 멋진 윈드스톤은 커피와 책이 있는 도내 1.5세대 책방이다.

갤러리책방 섬타임즈는 수필가이자 작사가가 세운 출판사 겸 책방이다.
 

#몽캐는책고팡

“아버지가 도내 신문인이었던 저는 초등학생 때 신문 배달 일을 하곤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게 활자는 친숙했고, 언어를 전공했죠. 현재 작가 꿈을 이루고자 책방을 열었어요.”

작은 할머니의 근현대사 속 옛 제주 흙집을 복원한 언어 특화 서점이 문을 열었다. 지난 7월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자리 잡은 몽캐는책고팡(대표 임현정)이다.

임 대표의 책방은 1913년 제주 출생인 작은 할머니의 신혼집이자, 현재 제주에 얼마 남지 않은 흙집을 복원한 공간이다. 책방 이름은 제주어로 ‘느릿한 책 곳간’을 뜻한다.

임 대표는 애월 출신으로 본지의 전신인 옛 제주신문의 조판 기술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언어를 전공, 통역가로 일하다 2013년 내도했다. 이후 2014년부터 약 1년 간 작은할머니의 옛집을 복원했다.

그는 복원 과정에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었던 작은 할머니와 가족, 집에 얽힌 역사를 알게 됐다. 그는 함께 집을 고친 건축 현장소장과 결혼해 현재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출산 전후로 경력 단절을 겪었던 임 대표는 해당 공간으로 제주 가옥의 변화상을 드러내고 옛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 위한 습작 및 학업을 이어갈 공간으로 활용코자 책방 문을 열었다.

임현정 몽캐는책고팡 대표가 서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 대표의 서가는 ▲약 100년 전 근대문학 ▲독일문학 ▲제주 번역가 3춘 ▲제주 특화 서적 ▲중국어 원서 ▲문학공모 낙선작 등으로 나뉜다. 

약 100년전 제주 흙집이 있었을 당시 동시대 우리 문단을 빛낸 작가의 글과 제주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외국 문학, 애월 어르신이 쓰고 직접 그린 동화 등 언어가 특화돼 있다.

그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고팡’을 열고 있다. 향후 그는 한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중국어고팡 수업도 개강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내년 쯤 책방 내 독립출판사를 설립, 도내 작가나 청년작가 등을 발굴해 중국어번역단행본과 제주어번역 단행본을 발행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소=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1476.
 

#윈드스톤

제주 돌집에 들어선 윈드스톤 책방 앞 퐁낭이 멋스럽다.

“책과 커피 향이 나는 고즈넉한 돌집에서 제주의 가을을 느껴보세요.”

윈드스톤(공동 대표 이언정‧유준영)은 2016월 5월 제주시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옆 오래된 돌집을 개조해 커피와 책을 즐기는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책방은 도내 독특한 주거양식인 돌집을 개조해 들어선 첫 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1964년 만들어진 돌집의 뼈대를 남기고 개조한 겁니다. 애월에 대형마켓이 생겨나면서 구멍가게가 쇠퇴하기 시작했고, 이후 옛 슈퍼마켓과 가정집 두 채를 이어 한 건물로 만든 거죠.”

책방 이름은 제주 삼다(三多) 정신 중‘바람(wind)’과 ‘돌(stone)’에서 따왔다.

10여 년 간 북 디자이너로 일한 아내 이 공동 대표와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커피를 공부해 온 남편 유 공동 대표는 2014년 입도 후 책방에서 각기 특화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북 큐레이션을 맡은 이 공동 대표는 인문서적과 문학, 요리, 건축 등의 장르 서적이 소개되고 있다.

제주특화 서가가 별개 마련돼 해녀 그림책이나 오름 책, 제주 잡지 등이 조명되고 있다.

윈드스톤 서가

커피 제조를 담당하는 유 공동대표는 기본 아메리카노부터 시작해 드립커피, 아이스 아몬드 라떼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가벼운 음식으로 뉴욕 치즈 케이크와 모닝 토스트 등이 있다.

책방 내부에는 제주 생태 미술가인 홍시야 작가의 굿즈 등도 판매되고 있다. 또 책방은 이따금씩 책 무료 나눔이나 향초나 문구류 등 가벼운 생활용품들로 기획전을 열기도 한다.

아울러 책방 앞에는 예로부터 제주 가정집 내에 한 그루씩 있곤 했던 퐁낭(팽나무)이 지키고 있어 창문 너머로 감상할 수 있다. 책방 내부는 예스런 외부와 달리 현대적이어서 인상 깊다.

두 공동대표는 향후 책방 운영 목표로 “손님이 책방을 계속 방문해도 마음이 편하고, 손에 가는 책이 있는 장소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주소=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1227-2.

#갤러리책방 섬타임즈

이애경 갤러리책방 섬타임즈 대표가 서가 앞에 서 있다.

“제주를 기반으로 치유와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신간 도서를 기대하세요.”

갤러리책방 섬타임즈(대표 이애경)는 이달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신생 동네책방 겸 출판사로 문을 열었다.

연예부 기자 10년, 연예기획사 10년. 치열한 서울 생활에도 틈틈이 감성 에세이 발표 및 대중가요 작사를 해왔던 이 대표는 2015년 제주에 입도, 최근 정식적으로 책 매개 문화 향유 공간을 꾸렸다.

지난달 출판사 사업자 등록을 낸 이 대표는 향후 섬타임즈에서 발간될 책과 타 출판사의 우수 도서를 함께 소개하고자 이달 서점으로도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현재 섬타임즈 서가에는 국내 문화계 분야별 전문가가 추천한 100종의 책이 소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문인과 화가, 인문학자, 출판사 대표 등 분야별 전문가 5인을 선정했고, 이들에게 분야별 인생 최고의 책 20권씩을 추천 받았다.

이로써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추천한 20권씩 총 100종의 책이 모였다. 제주 서적은 별개 서가로 소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제주지역 사진가와 일러스트레이터 등과 협력해 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섬타임즈가 발간한 책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책방 섬타임즈의 서가 중 중고책 서가

아울러 이 대표는 서점 벽면을 활용해 갤러리 공간을 만들고 현재는 유명 미술가 작품의 포스터 작품 등을 벽에 걸어 전시‧판매하고 있다. 작품은 계절별로 순환될 예정이다.

갤러리책방 섬타임즈는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고 각종 문화행사를 기획할 예정이다.

책방은 최근 태풍으로 취소됐던 주민을 위한 아나바다 장터를 향후 재개할 예정이다. 또 책방은 지역 거주 기타리스트와 함께 매주 1회씩 어린이를 위한 기타 레슨을 열고 있다.

책 매개 문화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또 책방은 내달 인문학적 글쓰기 수업과 에세이적 글쓰기 등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

주소=제주시 애월읍 소길리 650-1.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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