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에 찾게 되는 노래
‘위드 코로나 시대’에 찾게 되는 노래
  • 김태형 선임기자
  • 승인 2020.09.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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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풍경 속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최근 제주시내 교보생명 사옥 앞에 붙여진 글판 문구가 친근하면서도 새롭다. 이는 한국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포크 듀오 그룹인 ‘시인과 촌장(市人과 村長)’이 1986년 발표한 앨범 ‘푸른 돛’에 수록된 마지막 노래 ‘풍경’의 가사를 그대로 옮긴 글귀다.

‘시인과 촌장’의 리더이자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인 하덕규는 노래 ‘풍경’에서 도시인들의 마음 깊숙한 언저리에 자리 잡은, 언제나 포근한 고향과 추억들에 대한 그리움을 특유의 서정적 선율로 승화시키면서 ‘음유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느덧 30년 넘은 세월이 흘렀지만 ‘풍경’의 노랫말은 여전히 ‘평온한 안식’과 ‘마음을 비우게 되는 힐링’을 가져다준다.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여파로 무너져버린 일상을 견디는 데 지쳐버린 도시민들에게도 작은 소망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예전부터 무언가 고민하거나 성찰할 일이 있을 때마다 노래 ‘풍경’을 찾게 된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게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돌아오는 풍경’이라는 가사가 지닌 함축적인 의미 때문이다.

노래를 듣다보면 어느덧 ‘초심’을 떠올리게 된다. 다시 가다듬은 초심이 가져다주는 비움과 평온함 속에서 ‘걸어가야 할 길’을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으면서 한층 정화된 마음을 갖게 된다. 그래도 정리가 되지 않을 때에는 하덕규의 또 다른 명곡인 ‘숲’이나 ‘가시나무’를 들으면서 길을 찾게 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깨닫는다. ‘좋은 노래들이 들려주는 토닥거림과 가끔씩 눈물도 훔치게 되는 진정성이 듣는 이에게 얼마나 소중한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주고,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되는지를….’

장르를 떠나 만인들의 감성을 짚어내는 노래들은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여전히 유효한, 어지럽혀진 세상을 치유하고 회복시키는 순수한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 블루’로 대변되는 우울해지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트로트든, 디스코든, 발라드든, 포크든, 록이든, 힙합이든 등 장르를 떠나 스스로의 상황에 맞게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고 즐기면 된다.

시나브로 지구촌 세상은 2020년대로 들어서면서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폐해이자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 위기 등에 놓이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시대’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이어가며 미래까지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아직까지 첨단과학조차도 손을 쓰지 못하는 현실 속 위기는 그저 ‘버티기’로 감내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무게로 우리들을 짓누르고 있다.

그렇다면 첨단과학 문명도 쉽게 전망하지 못하는 예측불허의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 포스트 코로나 세상은 근본적으로 예전과 다른 생존 방법과 생존 가치에 대한 원초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해답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살거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몫이다.

이 같은 질문에서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왕 조용필이 1997년에 발표한 16집 앨범 ‘Eternally’에 수록된 불후의 명곡 ‘바람의 노래’가 그것이다.

‘살면서 듣게 될까 /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 꽃이 지는 이유를 /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담담하게 절제된 보이스로 원숙미를 더하는 조용필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스스로의 삶과 주변을 사랑하는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라는, 작지만 소중한 지혜’라 할 수 있다. 이는 시나브로 가속화되는 대립과 갈등, 양극화 사회에 직면한 구성원들이 한번쯤 되새겨보면 좋을법한 ‘시대적 가치’이지 않을까. 오늘도 다시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해본다.

김태형 선임기자  kimt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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