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에 투영된 한국사회의 여성문제 막 내리다
제주 섬에 투영된 한국사회의 여성문제 막 내리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0.09.2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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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윤 감독의 영화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 스틸컷
차정윤 감독의 영화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 스틸컷

“가부장제의 모순과 폭력 속에서, 가족 해체의 혼돈 속에서, 자본주의가 만든 양극화와 빈곤의 연쇄 속에서, 여성들은 아파하고 연대의 손길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시급한 여성 문제를 제주 지역사회에 투영한 ‘제21회 제주여성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제주여민회는 20일 메가박스 제주점에서 진행한 폐막식을 끝으로 제21회 제주여성영화제를 마무리했다.

지난 16일부터 진행된 이번 영화제는 ‘우리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를 주제로 세계 각국의 46개 작품을 제주에 소개했다.

‘요망진당선작’의 영예는 차정윤 감독의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We Need to Talk about Her)이 안았다.

‘야무지고 똑 부러진’을 뜻하는 요망진당선작은 한국 단편영화 중 여성주의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든 여성영화인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섹션이다.

차정윤 감독은 영화 ‘비 내리는 날의 양자강’을 통해 여성을 착취하며 작동하는 한국 자본주의의 폭력적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허지은·이정원·윤홍경숙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극적인 장면이 등장하지 않지만 너무나 비극적이고, 비가 쉴 새 없이 쏟아지지만 영화 내내 건조하고 숨이 막혔다”며 “착취의 구조는 여성들을 분리시키고 서로 착취하게 만든다. 이 거대한 악순환을 끊고자 낸 한 여성의 용기는 적어도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여성의 현실에 대한 성찰과 연대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관객 심사단의 투표로 결정된 ‘요망진관객상’은 백지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결혼은 끝났다’가 차지했다. 결혼 23년 만에 이혼한 부모, 그리고 가족들이 이혼 사유로 꼽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제주여성영화제를 개최한 ㈔제주여민회 관계자는 “제주여성영화제는 제주사회의 성평등과 여성주의 문화 확산이라는 초심을 품고 한 걸음 한 걸음 굳건히 걸어왔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혐오와 차별, 편견의 시선은 만만치 않고 성평등 세상은 요원하다고 느껴진다. 이에 굴하지 않고 다양한 곳에서 주도적인 삶과 관계를 만드는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맘껏 보고, 듣고, 말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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