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투지 순례의 종착지 ‘부처의 집’
오체투지 순례의 종착지 ‘부처의 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9.17 2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4)
티벳 최고의 성지로 여겨지는 조캉 사원의 전경. 티벳 최초의 목조 사원으로 13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원 이름인 ‘조캉’은 티벳어로 ‘부처의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티벳 최고의 성지로 여겨지는 조캉 사원의 전경. 티벳 최초의 목조 사원으로 13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원 이름인 ‘조캉’은 티벳어로 ‘부처의 집’이란 뜻이라고 한다.

■ 중국의 침공에 맞선 승려들

1950년 중국은 티벳을 침공해 점령했습니다. 당시 세계 각국은 한국에서 6·25전쟁이 발발하자 연합군을 편성해 참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중국은 이 틈을 이용해 세계적 이목을 끌지 않으면서 거의 무혈입성이나 다름없이 티벳을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 가장 격렬하게 중국의 침공에 저항한 집단이 바로 티벳 불교였습니다. 이에 중국군은 티벳 불교 교단조직을 해체하는 등 저항세력을 제거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959년 티벳 수도 라싸에서 승려들을 중심으로 대중봉기가 일어나 전국 곳곳으로 불같이 번졌으나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지 못 하면서 성공을 거두지 못 했습니다.  

중국은 또 다른 대중봉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강제로 티벳 사회를 개조했고 귀족과 사찰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불교에서 거행하는 공공집회를 완전히 통제했다고 합니다.

중국은 고문과 학살로 티벳인들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1959년 3월 말에는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인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하게 됩니다. 이어 1960년대 중국을 휩쓴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티벳에도 불어닥치면서 3700개에 이르던 사찰이 13개만 남고 모조리 파괴되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 인파 북적이는 티벳 최고의 성지

어제 트레킹 덕분인지 일행들도 서서히 고소 적응을 하는 듯해 다행입니다. 오늘은 라싸 최대 불교 사원인 조캉 사원과 포탈라궁을 둘러본다며 천천히 다녀도 된다고 합니다. 

오체투지(五體投地)하며 라싸를 향하는 이들이 찾는 마지막 순례지 조캉 사원. 아침부터 각지에서 온 신도들이 사원 앞을 꽉 메워 발 디딜 틈도 없습니다.

여권과 휴대전화, 카메라 등을 일일이 체크하는 등 까다로운 검사를 마치고 나서야 광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광장을 지나 사원 안으로 들어서자 가족 단위나 개인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오체투지하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조캉 사원은 7세기 중엽 티벳의 군주 송첸캄포왕에게 시집온 당나라 황실의 딸 문성공주의 주관으로 창건됐다고 알려졌습니다. 티벳 최초의 목조 사원으로 13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티벳인들에게 영적인 중심지이자 최고의 성지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사원의 이름인 ‘조캉’은 티벳어로 ‘부처의 집’이란 뜻이랍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려면 두 줄로 나눠 서야 하는데 오른쪽 줄은 사원에 공양하려는 현지주민이, 왼쪽 줄은 관람객이 이용합니다. 걷는 게 아니라 떠밀려간다고 표현할 만큼 사원 안을 사람이 밀려 잠시 서서 무엇을 볼 여력이 없습니다. 

관람객들이 사원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관람객들이 사원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인파가 가장 붐비는 곳은 본당 안에 있는 문성공주가 시집올 때 가져왔다는 불상 앞입니다. 이 불상에 금종이를 붙이겠다고 몇 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어 이 곳을 빠져나오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밖으로 나와 보니 천천히 걷거나 오체투지하며 사원을 돌고 있는 인파가 눈에 띕니다. 이 광경을 보니 2년 전 동티벳 여행 때 찾았던 인경원이 떠올랐습니다. 불경 목판 인쇄를 해 성스러운 장소로 여겨져 그 곳에서도 수많은 불자가 건물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광장을 둘러보니 탑처럼 생긴 화덕이 있는데 불자들이 그 곳에서 지전이라는 것을 태우고 있어 매캐한 연기가 풀풀 피어나와 숨쉬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조캉 사원의 면적은 2만5100㎥로 정문 위에는 사원의 상징인 법륜을 받든 두 마리 사슴 상이 있습니다. 사원 내에는 1백여 개의 법륜통이 있는데 그 안에는 불경이 인쇄된 종이가 들어 있습니다. 티벳인들은 법륜통을 한 번 돌리는 게 경전을 한 번 읽는 것과 같다고 믿어 사원뿐만 아니라 신성한 장소라 여기는 곳곳에 설치해 놓는다고 합니다.

사원 2층에는 방마다 상들이 모셔졌고 문성공주 일행이 티벳에 도착하는 장면 등을 담은 벽화가 있다는 데 사람이 너무 몰려 근처도 못 가봤습니다. 그 외에도 석가모니 생애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놓은 탱화 등 볼거리가 많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눈에 다 담지 못 했습니다. 

이 사원은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는 중심지이기도 해서 안팎으로 무장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은 사원에 있는 법륜통을 돌리며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우리 일행이 라싸를 찾았을 때 마침 티벳은 ‘싸가다와’를 맞았습니다. 싸가다와는 우리의 석가탄신일과 같은 티벳의 전통 명절로 티벳인들은 15일간 육식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조캉 사원을 둘러본 이날이 명절의 마지막 날이라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내 식당마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조캉 사원 주변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오체투지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조캉 사원 주변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오체투지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