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
제발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0.09.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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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비상품감귤을 유통하려던 선과장이 적발됐다. 올해 처음이다. 

서귀포시는 지난 11일 덜 익은 극조생감귤을 강제로 착색해 유통하려던 선과장을 적발했다. 극조생은 노지감귤 중 가장 먼저 수확하는 품종이다.

시민의 제보가 있었다. 감귤유통지도 단속반이 현장을 덮쳤다. 적발된 물량은 56톤이다. 해당 선과장은 행정당국에 등록도 안했다.

당시 선과장은 덜 익은 감귤을 열심히(?) 선과하고 있었다. 강제착색된 것으로 보이는 감귤도 발견됐다. 단속반은 작업을 중단시키고 확인서를 징구했다. 위반 물량에 대해서는 모두 폐기조치할 것을 명령했다. 과태료 500만원 부과도 예고했다.

경고는 이미 했다. 서귀포시는 지난 2일 추석을 전후해 덜 익은 극조생감귤을 유통하는 사례가 빈번할 것으로 보고 강력한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부터는 감귤유통지도 단속 요원 16명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비상품감귤을 상습적으로 출하하는 선과장을 전담하는 단속반도 구성했다.

단속에는 자치경찰도 가세하고 있다. 주요 도로변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감귤운반 차량을 살피고 있다. 제주시산(産)을 서귀포시산으로 표시하는 원산지 위반 여부와 비상품감귤 출하 우려가 있는 선과장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10월 10일 이전에 출하를 희망하는 농가나 상인에 대해 사전 당도검사를 실시하고 8브릭스 미만의 비상품감귤 출하를 막고 있다. 사전 당도검사를 이행하지 않고 비상품감귤을 유통하는 농가와 선과장에는 각종 보조사업을 진행할 때 페널티를 준다.

단속에는 드론도 동원되고 있다. 올해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일 동홍동 감귤원에서 극조생 수확현장 시연을 했다. 다음달 10일까지 드론을 활용해 입체적인 단속을 벌인다. 단속 지역은 남원읍과 동(洞)지역 등 극조생감귤을 많이 재배하는 곳이다.

특별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비상품감귤을 출하하다 적발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2회 이상 적발되면 품질검사원을 해촉해 선과장 운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쯤 되면 겁날 만도 한데 벌써부터 비상품감귤을 유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행정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비상품감귤 유통은 제 값을 받기 위한 농가들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하지 말라는 건 꼭 하고야 마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감귤은 제주의 생명산업이다. 최근들어 관광산업과 다른 작목에 밀리면서 재배농가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제주농업의 버팀목이다

실제 노지감귤의 경우 도내 재배농가는 2015년 2만2659, 2016년 2만2415, 2017년 2만259, 2018년 1만9863, 지난해에는 1만9611 농가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줄어든 것은 당연하다. 하우스와 비가림, 만감류를 포함한 제주도 전체 감귤재배 농가는 지난해 기준으로 3만711 농가다. 모든 품종을 망라해 도 전체로도 농가와 재배면적이 줄었다.

그러나 농가들은 고품질ㆍ고당도 감귤 생산 재배기술과 다양한 신품종 개발로 수입을 지지하며 제주의 생명산업을 지키고 있다.

노지감귤은 출발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출하를 앞두고 덜 익은 감귤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 형성에 악재로 작용한다. 그 해 제주감귤 이미지에도 타격을 준다. 농가들은 그런 사례를 여러 번 겪었다.

올해산 노지감귤 가격 전망은 밝다고 한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노지감귤의 포전거래 가격이 역대 최고치”라며 “비상품감귤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면 농가들이 최고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상품감귤 차단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감귤 제 값 받기는 행정의 노력만으론 안 된다. 행정이나 전문가들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강조한다. 농가와 생산단체들의 자구 노력이다. 비상품감귤은 절대 출하하지 않는.
그리고, 이제는 제발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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