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문즉답’ 주고받는 승려들…곳곳에 스민 부처의 가르침
‘즉문즉답’ 주고받는 승려들…곳곳에 스민 부처의 가르침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9.10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3)
트레킹 도중 티벳 불교 겔룩파의 6대 사원 중 하나라는 세라사원에 도착했다. 오후 3시가 되자 강원(講院)에서 수업을 마친 스님들이 밖으로 나와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즉문즉답’ 토론을 하고 있다.
트레킹 도중 티벳 불교 겔룩파의 6대 사원 중 하나라는 세라사원에 도착했다. 오후 3시가 되자 강원(講院)에서 수업을 마친 스님들이 밖으로 나와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즉문즉답’ 토론을 하고 있다.

■ 라싸의 전통 순례길을 걷다

티벳의 기후는 대체로 건조하며 습도가 낮습니다. 고도가 높은 곳은 기온이 낮으나 낮은 곳에 있는 계곡은 온화하답니다. 

1년 내내 강한 바람 때문에 아침과 밤은 혹독하게 추운데 서늘하고 건조한 공기 때문에 곡물을 50~60년 동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기후 덕분인지 날고기를 1년 이상 보존할 수 있고, 전염병도 드물다고 알려졌습니다. 지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큰 재앙을 겪고 있는데 티벳은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티벳인 다수가 인종학 상 같은 조상으로부터 나왔고 같은 종교와 언어를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기초적 경제행위에 따라 유목민, 반농·반목민, 그리고 숲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있답니다. 

상인·장인(匠人)·정부관리 및 승려와 여승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구걸하거나 시체를 처리해 살아가는 특수한 신분 집단도 있습니다. 

승려도 정부관리가 될 수 있는 등 신분적 구분이 엄격한 것은 아니라는데 귀족과 농민 사이에는 갈등 존재했다고 합니다. 귀족의 지위는 혈통에 근거를 두고 있고 주민 대부분이 농민 또는 유목민으로 구성됐답니다.

밤에 천둥벼락이 치면서 큰비가 내려 은근히 걱정했으나 날이 밝으면서 파란 하늘이 보여 안심했습니다. 여행할 때 비가 오면 여러 가지 차질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 고산지대에서 비를 맞으며 다니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라싸에 온 지 이틀째, 오늘은 라싸의 전통 순례길인 파풍카 트레킹을 5시간 돌면서 고소 적응훈련을 할 계획입니다. 

하늘은 맑으나 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드디어 길을 나섰습니다. 라싸에서 조금 떨어진 산 중턱에 있는 여러 사원을 도는 참 좋은 순례길로 순례를 나온 현지 주민도 많이 보입니다. 마을과 사원이 서로 이웃해 트레킹하면서 주민 삶의 현장도 엿볼 수 있습니다. 

산길을 걷다 보니 큰 바위가 보이는데 표면에는 부처가 그려졌고 그 앞에는 순례객 등이 안전을 기원하며 올린 제물과 돈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트레킹 도중 크고 작은 사원과 불탑, 그리고 부처가 그려진 바위 등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새삼 티벳이 진정한 불교국가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름 모를 고산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는 고산증세마저 잊게 해 줍니다.

산 능선을 따라 걷고 있는데 안내자가 가던 길을 멈추고 아래쪽 연기 나는 곳을 가리키며 “조금 전 저곳에서 천장(天葬)을 지냈고 지금은 뒤처리하고 있다”며 “천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안내하겠다”고 말했지만 일행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봤습니다.

주변에 있는 산 중턱에 올라 내려다 본 세라사원 전경.
주변에 있는 산 중턱에 올라 내려다 본 세라사원 전경.

■ 문답 통해 지혜 나누는 토론

이후 몇 시간을 더 걸어 티벳 불교 겔룩파의 6대 사원 중 하나라는 세라사원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불교식 점심을 먹으며 주변을 둘러봤는데 한 벽면에 걸린 커다란 사진이 눈에 띄었습니다. 산 중턱에 많은 사원이 모여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저곳은 어디냐”고 묻자 안내자는 바로 이곳 세라사원이랍니다. 높은 장소에서 촬영을 한 듯합니다.

점심을 먹고 난 뒤 무조건 높은 곳을 올라보자 하고 이곳저곳을 살피다 뒷산을 향했는데 문이 다 잠겨 나가는 곳이 없습니다. 

무너진 벽을 수리하는 곳으로 나가보려 했으나 다른 쪽으로 돌아서 가라고 제지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길은 너무 먼 듯해 눈치를 보다 모퉁이로 얼른 빠져나가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서두른 탓인지 숨이 가빠지고 길마저 미끄럽고 가팔라 뭔가 붙잡고 의지할 게 필요한데 주변에 있는 작은 나무들은 온통 가시투성이라 산을 오르는데 애를 먹습니다. 

겨우 산 중턱에 이르러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까 사진에서 봤던 모습과는 무척 달라 보입니다.

그래도 위에서 내려다 본 세라사원은 곳곳에 크고 작은 사원이 자리해 느낌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산에서 내려온 뒤 안내자에게 벽에 걸린 사진과 산 위에서 본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그 사진은 옛날 모습이라 그렇다”고 알려줍니다. 

오후 3시, 사원에서 행사가 열리는데 스마트폰으로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카메라는 금지라고 합니다. 별일이라고 투덜대면서 들어선 사원에는 이미 수많은 현지 신도와 외국인이 몰려 있어 겨우 한 모퉁이를 비집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시 뒤 강원(講院, 사찰 안에서 불가의 경전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도량)에서 수업을 마친 스님들이 나오더니 곳곳에 있는 나무 아래 모여 앉기 시작합니다. 

붉은 가사를 두른 스님들은 종이 울리자 손뼉을 치면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습니다. ‘즉문즉답’ 토론시간이랍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지만 그들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어떤 말을 나누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척하다가 몰래 카메라를 들고 얼른 몇 장 찍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꼭 하지 말라는 짓을 한 것 같아 도망치듯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번 트레킹을 통해서 서티벳을 조금씩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순례길을 걷는 트레커들이 자신들을 찍는 카메라를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
순례길을 걷는 트레커들이 자신들을 찍는 카메라를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