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에도 돌아온 '벌초의 계절'…안전한 성묘 방법은
코로나 사태 속에도 돌아온 '벌초의 계절'…안전한 성묘 방법은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0.09.10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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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벌초(伐草)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추석이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들녘 곳곳에서 벌초객 행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예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조상과 후손을 잇다…제주의 독특한 공동체 문화
예로부터 제주도민들은 추석을 보름 앞둔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집안 산소를 찾아 지난 1년간 자란 풀을 베어내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육지와는 다른 독특한 벌초문화다.

제주에서 벌초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4~8촌 이내 집안이 모여 고조부 묘소까지 정리하는 ‘가족 벌초’와 각 지파 대표가 함께 고조부 이전 선조들의 묘소를 돌보는 ‘모둠 벌초’가 있다.

도민에게 벌초는 추석을 앞두고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추석 명절에는 가지 않더라도 벌초엔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을 정도였다. 벌초에 참여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는 집안도 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벌초문화도 변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 농촌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가족 구성원의 참여율이 떨어지고 젊은 층의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벌초 대행’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벌초방학도 변화의 증거 중 하나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도내 학교들은 매년 음력 8월 1일 임시 휴교했다. 학생들이 벌초에 참여하도록 배려한 것으로 도민사회에서 벌초 참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하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벌초방학 역시 시대를 거스르지 못했다. 직장인 등을 고려해 벌초날짜가 주말로 바뀌면서 2010년 이후 벌초방학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장례문화의 변화도 벌초를 퇴색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매장이 크게 줄어들고 화장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묘지가 없어지다 보니 벌초도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다 가족묘지 등을 정리해 자녀들에게 벌초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벌초는 제주공동체 문화의 뿌리다. 외형은 축소됐지만 조상과 후손을 잇는 고리란 가치와 정신만큼은 지키고 계승해야 한다는 도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깊고 또렷하다. 육지부와 다른 환경‧문화에서 잉태해 제주를 제주답게 차별화하는 풍속이란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코로나 사태 속 “벌초 자제해주세요”

코로나19가 벌초 풍습도 바꿔놓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 벌초시기를 앞두고 코로나19의 지역 전파를 막기 위한 ‘벌초 방역’ 3대 수칙을 발표했을 정도다.

제주도가 발표한 벌초 방역 3대 수칙은 △이번 벌초는 우리끼리! △이번 벌초는 안전하게! △이번 벌초는 마음으로! 등이다.

육지부 친척의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 지역사회 감염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함으로써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제주를 지켜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제주도는 벌초 종료 후 뒤풀이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는 벌초방역 3대 수칙의 실천을 위해 자생단체와의 협력을 비롯해 도민을 대상으로 홍보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도민 대상 방역수칙 홍보 △민간자생단체 연계 벌초 방역수칙 안내 △도청·행정시를 포함한 도내 행정·공공기관 대상 방역수칙 전파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벌초 사고 이렇게 예방하세요”
거친 풀을 베어내기 위해 예초기와 낫 등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초기 작업 시 장화와 장갑, 보호안경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작업 중인 예초기 주위로는 절대 접근해선 안 된다. 음주 벌초작업도 물론 금물이다.

벌도 조심해야 한다. 이 시기 벌들은 활동력과 식욕이 왕성해진 반면 꽃은 적다 보니 공격적으로 변한다. 벌초 전 산소 주변에 벌집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고, 벌을 자극할 수 있는 향수나 화장품 사용은 피해야 한다. 벌에 쏘일 경우 신용카드 등으로 벌침을 밀어 제거한 후 얼음찜질을 하면 도움이 된다.

독사도 가을에 독성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벌초 시 두꺼운 장화나 등산화를 착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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