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운영 효율성 평가 1위’ 공항의 불편한 진실
‘공항 운영 효율성 평가 1위’ 공항의 불편한 진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9.0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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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환 제주경영자총협회 회장

지난 7월 제주공항이 세계항공교통학회(ATRS)의 2020년 공항 운영 효율성 평가에서 4년 연속 1위를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항공교통학회는 1995년 설립된 항공교통 분야의 세계 최대 규모이자 최고 권위를 가진 학술단체로 2002년부터 매년 대륙별 전 세계 공항의 경영성과를 평가해 공항운영효율성상(ATRS Efficiency Excellence Award)을 수여하고 있다.

제주공항은 ‘아시아지역 중·대규모 공항’(연간 이용객 2500만~4000만명 이하)부문에서 공항 운영 효율성 평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제주공항은 저비용 항공사를 적극 유치해 급부상하고 있는 해외 관광지를 중심으로 노선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꾸준한 여객 증가세를 보여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셀프 체크인과 바이오 정보를 이용한 신분 확인 서비스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운영 프로세스 최적화와 시설 관리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가운데 세계적 권위의 공항 운영 효율성 평가에서 제주공항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소식은 항공업계의 쾌거이자 자랑스러운 결과임이 틀림없다. 필자 또한 항공업계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해서 세부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효율성’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제주공항의 압도적으로 1위를 나타내는 지표가 세 가지 있다. 바로 게이트당 여객수(Passengers/Gate), 종사자당 여객수(Passengers/Employee), 터미널 면적당 여객수(Passengers/Terminal ㎡)다.

첫 번째 게이트당 여객수가 156만명으로 2위 그룹 80만~90만명보다 60% 이상 많다. 두 번째 종사자당 여객수가 12만명으로 2위 그룹 7만~8만명보다 50% 가까이 많으며 세 번째 터미널 면적당 여객수가 305명으로 2위 그룹 160~190명보다 70% 이상 많다.

게이트 수, 종자사 수, 터미널 면적에 비해 여객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그만큼 제주공항이 다른 공항에 비해 매우 혼잡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투입 대비, 공간 대비, 시설 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공항이 바로 제주공항이다. 효율성을 위해 마른걸레를 쥐어짜고 있는 형식이다.

이는 한두 해가 아니라 2015년부터 제주공항은 적은 직원 수와 비용에 대비해 월등한 항공운송 실적을 자랑하며 4년 연속 효율성 1위의 영예를 이어가고 있다. 

효율적인 시설 관리로 노동 생산성은 해마다 가중되고 있다. 종사자들의 피로도는 효율성의 그늘에 가린 지 오래다. 

공항 이용객들은 똑같은 공항 이용료를 지불하면서도 서비스 수준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 한다. 이로 인한 항공안전 역시 뒤편으로 밀리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공항 운영 효율성 1위’라는 표현은 현 제주공항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다른 한 편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혼잡한 공항 1위’로 바꿔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제주공항의 교통체증 및 주차 문제, 잦은 항공기 지연, 기상 악화로 인한 결항, 연휴 때마다 반복되는 제주행 항공권 기근 현상 등 고질적인 문제들도 상존한다. 

공항 혼잡으로 인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고 있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미 포화 상태인 현 제주공항의 땜질식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효율성이란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제주공항은 ‘가장 혼잡한 공항 1위’의 꼬리표를 계속해서 달고 다닐 것이다.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장 혼잡한 공항 1위’가 아닌 ‘가장 쾌적한 공항 1위’를 우리의 미래 세대가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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