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엔 인사청문회 없애자
이럴 바엔 인사청문회 없애자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0.09.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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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그냥 밀고 나갔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 1일 고영권 정무부지사와 김상협 제주연구원장의 임명을 강행했다.

고 정무부지사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28일 열렸다. 도의회는 인사청문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과 농지법 위반 혐의 등을 지적하면서 ‘사실상 부적격’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에게 ‘신중한 인사’를 당부했다.

당시 도민들은 ‘적격’과 ‘부적격’ 결정을 내리지 못 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무능함을 꼬집기도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김 제주연구원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기획관 등을 지내면서 4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이력, 김 예정자가 이사장으로 있던 단체에 원 도정이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인사청문보고서는 ‘부적격’ 이었다.

원 지사가 두 사람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자 정의당 제주도당은 논평을 내고 “인사청문회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은 원 지사가 고 정무부지사에게 임용장을 수여하기 전날(8월 31일) 성명을 통해 “도의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농지법ㆍ변호사법 위반, 공직후보자 재산 축소 신고,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제기됐다”며 고 예정자에 대한 임명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지만 원 지사는 ‘특유의 돌파력(?)’으로 밀어붙였다.

고 정무부지사 인사청문 위원으로 참석했던 홍명환 위원(더불어민주당)도 “한 마디로 염치없는 인사”라며 “원희룡 지사에게 신중한 인사권을 부탁했지만 실행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제주사회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예정자가 원희룡 지사와 사적인 관계가 돈독하다는 이유로 낙점됐다”며 “인사청문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은 만큼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원 지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출범 이후 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부적격’ 결론을 내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이성구 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과 손정미 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 등 세 차례다. 고영권 정무부지사와 김성언 전 정무부지사처럼 ‘사실상 부적격’ 의견에도 임명을 강행한 사례를 포함하면 다섯 차례다.

그 때마다 인사청문 결과를 무시한 독단적인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원 지사가 그렇게 강조했던 협치도 ‘실종 일보 직전’이다.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정무부지사와 감사위원장을 대상으로 했다. 

양 행정시장과 지방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은 민선 6기 후반기다. 제주시·서귀포시 행정시장, 제주개발공사 사장, 제주관광공사 사장,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제주국제컨벤션터 사장, 제주발전연구원장 등이다.

이들 가운데 감사위원장은 도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감사위원장 예정자는 도의회가 ‘부동의’하면 없었던 일이 된다. 도의회가 반대하면 감사위원장이 될 수 없다.

나머지는 도의회 인사청문 결과와 관계없이 도지사가 임명을 강행하면 그만이다.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의회도 그렇다.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을 했으면 도지사가 임명하든 말든 결과를 내놓아야 하지 ‘신중한 인사’를 당부하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 건 납득이 안 간다. 그래서 스스로 권한은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얘기도 들린다. 과거와 최근의 사례에서 보아 왔듯이 ‘부적격’으로 결론을 내도 임명을 강행할 것이 뻔한데 ‘알아서 하라’며 공을 도지사에게 넘긴 것 아니냐고. 그래도 ‘무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의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말이 많다. 할 때마다 시끄럽다. 결과도 ‘예상대로’다. 이럴 바에는 인사청문회를 없애자.

안 그러면 감사위원장처럼 다른 인사청문 대상자도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던지.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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