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일생을 지켜줄까?
개의 일생을 지켜줄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9.0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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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훈식 시인·조엽문학회 회장

최근에는 애완견 열풍이 넘쳐서 반려견을 키우는 시대다. 마음에 없는 사람은 손으로 슬쩍 건드려도 기분이 나쁜데 키우는 개는 긴 혀로 얼굴을 핥아도 오직 반가울 따름이다. 그래서 아기대신 개를 안고 사는 것은 아닌지?

늙으신 부모는 산전수전 다 겪은 관록으로 살아가리라 믿지만 반려견이 걱정스러운 개주인은 제주도 여행 중에도 차마 개만 집에 남겨 둘 수가 없어서 최고급 가방에 조심스럽게 넣고 비행기를 같이 타는 안도감을 만끽한다. 개가 목줄을 하면 아플까봐 옷을 입히고 줄을 단 배려 또한 감동이다.

아가들은 유년을 거치면서 베개를 자기가 낳은 아기로 생각하고 안기도 하고 업고 놀다가 아기처럼 생긴 인형을 보듬고 소꿉장난하면서 소녀시대를 거친다. 그때도 집집마다 개가 살고 있었다. 그 시절 개는 거의 다 우리나라 토종견 품종으로 그저 그렇게 생겨서 집이라도 잘 지키라고 마당에서 키웠다. 집안에 들어가지 못 했으니 개는 갓난아기보다도 서열이 꼴찌다. 그러므로 비바람 눈보라, 뜨거운 햇볕을 막아주는 판잣집이 개집이라 한들 감지덕지해 마당 구석에 살아도 식구들에겐 온갖 애교로 꼬리를 흔들지만 낯선 사람이 방문하면 겁을 주려고 일부러 짓기도 하고 으르렁거리기도 했던 역사적인 문지기 증거가 찬란히 빛난다. 그래서 개는 마당에 살아야 함이 당연했다. 바야흐로 외국산 개가 많이 수입되고 보니 매력을 발산하는 우수품종이 많아 저절로 같은 침대를 쓰기에 이른 거다.

굳이 따지면 개를 키우는 것이 아기를 낳아 키우는 양육비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개 사료가 있으니 매끼 주방을 들락거릴 수고도 없고 울고 보채지도 않으니 대소변만 잘 치워주면 되고 산책을 나갈 때도 자동으로 길어지는 목줄만 죄고 있으면 발이 네 개라서 잘 뛰어다니므로 혼자 거니는 산책보다 훨씬 풍성하다. 드물게는 개의 야성을 미리 방지한다고 송곳니를 갈아버리거나 이웃집에 항의가 싫어서 성대를 못 쓰게 하거나 새끼를 낳지 못 하게 중성화 시키는 용의주도함도 개 주인에 따라서 있긴 하다. 어떤 경우엔 키우다가 굶어죽으라고 내다버리는 사례도 허다하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개도 수명이 10년이 넘어 15년까지 산다.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선 개가 눈도 뜨기 전에 분양받아서 죽을 때까지 일생을 지켜주고 개 무덤까지 만들어서 가끔 찾아가는 개주인은 그야말로 자기 개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살펴준 거다.

젊은 한 때 나도 그러고 싶어서 토종견을 마당에 키우면서 이름을 붙여주고는 앉아, 엎드려, 물어, 핧아, 왼손, 오른손, 그러다가 총을 쏘는 흉내를 내면 우리 개는 죽는 시늉까지 했지만 4년 정도 키우다가 용돈이 궁한 나머지 개장수에게 팔아먹고 말았다. 개를 아끼는 누이들이 줄줄이 서서 떠나는 개를 안타까이 바라보며 대성통곡했던 추억이 생생하다. 지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토종견을 키우면서 일생을 지켜주고 싶지만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희망사항일 뿐이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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