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열차’ 타고 고원 달려 미지의 땅에 발 딛다
‘하늘열차’ 타고 고원 달려 미지의 땅에 발 딛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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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부.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1)
‘하늘열차’라고 불리는 세계 해발 최고, 최장의 고원 철도인 칭짱열차를 타고 도착한 티벳 라싸. 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라싸 시내는 중국의 여느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멀리 그 유명한 포탈라궁이 보인다.
‘하늘열차’라고 불리는 세계 해발 최고, 최장의 고원 철도인 칭짱열차를 타고 도착한 티벳 라싸. 산 능선에서 내려다본 라싸 시내는 중국의 여느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멀리 그 유명한 포탈라궁이 보인다.

■ 16년 만에 실천한 다짐

2018년 8월, 여름특집 ‘서티벳 대탐사’를 5회에 걸쳐 연재했습니다. 

당시 특집편에서는 서티벳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수 없었습니다. 서티벳을 다녀와 바로 마련한 특집편이기도 했고 이미 계획된 다른 연재기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간 계획했던 연재를 마치게 돼 그때 취재했던 서티벳의 여러 곳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미지의 나라’ 티벳으로 갈 계획을 세웠던 것은 몽골을 여행할 무렵부터였습니다. 당시 ‘몽골 여행을 마치면 바로 티벳으로 가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몽골 여행이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이 다짐을 실천하는데 무려 16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티벳 여행을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속만 태웠답니다. 그러던 중 2016년 동티벳을 여행하면서 다시금 서티벳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고 2018년 6월 한 달간 서티벳 대탐사를 진행하는 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일행에 합류, 그렇게 꿈에 그리던 신들의 땅 서티벳을 갈 수 있었습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들다는 칭짱(靑藏) 열차표를 어렵게 샀다는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서티벳으로 향했습니다. 

칭짱열차는 중국 칭하이성(靑海省)과 티벳 라싸를 연결하는 열차로 이른 바 ‘하늘열차’라고 불립니다. 칭짱철로는 세계 해발 최고, 최장의 고원 철도로 정확히는 칭하이성 거얼무에서 라싸까지의 1142㎞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청하이성 시닝에서 거얼무까지 814㎞ 구간은 이미 1984년 열차가 운행됐기 때문이랍니다. 시닝을 기점으로 하면 전장 1956㎞에 이른답니다. 

해발 4000m 이상 구간만 960㎞에 달하며 그 가운데 가장 높은 지역은 탕구라 산업구역으로 해발 5000m가 넘는다고 합니다. 

베이징에서 라싸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40여 시간, 수차례 열차가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사이 새벽을 맞았습니다. 

몇 개의 도시와 사막지대 등을 지나자 드디어 티벳 고원지대에 들어섰습니다. 고원지대에 이르자 열차는 문을 닫고 산소 공급을 시작합니다. 미처 몰랐는데 어젯밤 해발 5000m가 넘는 지역을 지나며 이미 산소 공급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 구간부터 고산병 증세를 겪을 수 있으니 천천히 움직이라고 알려줍니다. 일행 중 몇 사람은 벌써 힘든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드넓은 티벳 초원에 야크와 양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드넓은 티벳 초원에 야크와 양 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날이 밝아오자 티벳 고원지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고지대라 그런지 열차도 헉헉거리며 다니는 듯합니다. 밖에는 비가 섞인 눈이 내리고 있는데 한참을 달려도 마치 제자리인 듯 티벳 고원지대는 너무나 광활합니다. 열차 왼쪽 창을 보니 분명 비가 내리는데 오른쪽 창으로는 하얗게 눈 덮인 고원이 펼쳐집니다. 

눈 덮인 벌판에는 수많은 양과 야크가 곳곳에 무리 지어 있고 그 너머로 펼쳐지는 호수는 주변에 쌓인 눈과 대비돼 파란 물빛이 더 도드라집니다. 6월인데 눈이 내리는 모습에 놀란 일행들이 놀라서 한 마디씩 합니다. 어느 해 6월 몽골 알타이 산맥을 종주할 때 눈이 덮인 벌판을 본 기억이 있어 저는 일행들에게 이곳이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지대라서 눈이 내리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안내를 맡은 오영철씨가 “열차 안에서 고산병 증세를 느끼면 라싸에 가서도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수도 있다”고 겁을 줘 일행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입니다.

보통 해발 2500m 이상 높이에서는 기압이 내려가는데 이때 산소 부족으로 나타나는 급성반응을 고산병이라고 합니다. 두통과 호흡 곤란, 식욕부진, 구토 따위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심하면 폐부종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서티벳 여행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고소 적응이랍니다.

■ “빨리빨리는 독이니 조심”

낮 12시40분, 45시간을 달려온 칭짱열차가 드디어 라싸역에 도착했습니다. 라싸역 건물이 너무 화려해 예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봤던 라싸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진 것 같아 첫인상부터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칭짱열차가 개통한 것이 몇 년 안 됐는데 무슨 변화’ 하고 정신을 차리고자 뺨을 쳤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본 라싸 시내는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으로 둘러싸여 마치 분지 같은 인상을 풍기는데 그 한가운데 라싸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서티벳, ‘그 유명한 포탈라궁은 어떤 모습일까?, ‘오체투지하면서 몇 년에 걸쳐 라싸를 향해 온다는 순례자들을 볼 수 있을까?’ 온갖 기대를 하고 왔지만 라싸 시내는 상상과는 다른, 중국의 여느 도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모여 앉자 안내자가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합니다. 우선 라싸에서 3일간 머무르면서 고소 적응을 한 후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하루에 고도를 300m씩 높일 것인데 과로하지 말고 물을 많이 마시라고 당부합니다. 그 외에도 식사를 잘하고 음주하지 말 것 등 주의사항을 알려줍니다.

설명을 듣다가 주섬주섬 카메라는 챙겨 들고 어슬렁거리는 저를 보더니 안내자는 “혼자 밖으로 나갈 때는 조심하고 여기에서 ‘빨리빨리’는 독이니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티벳 라싸의 기차역이 너무나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놀랐다.
티벳 라싸의 기차역이 너무나 현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 놀랐다.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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