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매개 제주 동쪽 문화사랑방…작지만 강한 울림
책 매개 제주 동쪽 문화사랑방…작지만 강한 울림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0.08.27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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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네책방탐방(22) - 제주동쪽(구좌읍‧우도면)편
제주 ‘섬 속의 섬’, 우도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발자국처럼 남는 독서경험, 카페 책자국
정겨운 주인장의 인심 가득, 서실리책방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독서의 달 9월을 앞둔 여름의 끝자락. 제주 올레길을 따라 펼쳐진 동쪽지역 동네책방들이 쉼터를 이루고 있다.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와 카페책자국, 서실리책방은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서가와 공간 구성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대표가 서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호에 물고기가 모여 조화로운 삶을 살듯 책방도 독서 애호가들이 찾는 문화사랑방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책방. ‘섬 속의 섬’ 우도에 위치한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대표 이밤수지)다.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는 2017년 7월 제주시 우도면 옛 제주형 농가를 개조해 독립출판물, 생태, 인문 위주 서적을 소개하고 있다.

서점 이름은 도내 해안가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분홍색 산호 밤수지맨드라미에서 따왔다. 밤수지맨드라미는 우리 삶에서 멀어져만 가는 책의 모습과 닮아있다.

2013년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우도로 이주한 이 대표는 우도에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을 마련코자 책방 문을 열었다.

책방 앞은 동네 해녀삼춘들과 마을 주민들이 자주 다니는 골목길이다.

이 대표 부부는 농가를 개조하면서 우도 바다에서 떠내려 온 부표와 폐그물 등으로 책방 곳곳을 꾸몄다.

이 대표의 서가에서는 ▲독립출판물 ▲생태‧자연‧환경 ▲제주 ▲인문 등의 서적을 만날 수 있다. 그 외에는 과거 이 대표가 재밌게 읽었던 책들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밤수지맨드라미는 주요 문화 프로그램으로 오는 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심야책방’ 사업을 진행한다.

방문객은 해당일자에 좋아하는 책을 갖고 오거나 서가의 책을 골라와 심야까지 자유롭게 독서, 음악감상, 글쓰기 시간을 즐기면 된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 구전을 통해 제주해녀항일운동가를 유일하게 부를 수 있는 우도 해녀 이성은 할머니(83)를 초대해 토크쇼를 갖는 등 지역특색에 맞는 문화 프로그램을 간간이 선보인다.

또 책방 유리창 너머로 우도 서쪽 해안이 보인다. 일몰 시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주소=제주시 우도면 우도해안길 530.
 
#카페책자국

고승의 카페책자국 대표가 서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발자국처럼 가슴에 남는 독서경험을 선사합니다.”

한 시간 책 읽으면 만원을 주는 독서대회. 책방 손님과 끝 없이 오가는 편지. 활자를 통해 작지만 놀라운 기획을 일삼는 책방이 들어섰다.

카페책자국(대표 고승의‧점장 송혜령)은 2019년 6월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자리 잡고 여행책과 그래픽노블, 인문예술, 사회과학, 제주 분야 도서를 판매하고 있다.

책 모으는 게 취미였던 고 대표와 방송작가였던 송 점장 부부는 2011년 각자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세계여행을 한 뒤 제주에 정착했다.

당초 북카페로 시작된 카페책자국은 판매용 서적 100권(비매용 서적 외)으로 시작해 점차 책이 늘면서 명실상부한 서점이 됐다.

판매용 서가는 작가의 명성만으로 기본적인 판매부수가 나오는 책이나 베스트셀러, 별도 안내를 하지 않아도 잘 팔리는 책이 제외됐다.

그 대신 제목은 들어 알고 있지만 관심분야가 아니라 일찌감치 밀어버렸을 법한 책들 위주로 채워져 있다.

카페책자국

송 점장은 판매용 서적들 중 재밌게 읽은 책의 흥미가 가장 두드러지는 페이지에 책갈피식 설명문을 써 꽂아뒀다.

비매용 서가는 고 대표가 직장생활 일주일에 10권씩 구입하곤 했던 소장도서들을 비치해 손님이 자유롭게 꺼내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다.

카페책자국만이 가진 프로그램은 ▲책자국편지 ▲비밀책장 등이다.

책자국편지는 익명의 서점 손님들이 방명록에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고 간 것에서 착안, 송 점장이 손님과 편지를 주고 받는 프로그램이다.

비밀책장은 온라인 홈페이지(naver.me/FMxWhP5t)를 통해 책장에 진열된 책 중 어떠한 사전정보도 제공치 않고 주인장의 설명만 읽고 마음이 가는 책을 주문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책방은 이달 문화 프로그램으로 28일 오후 7시 은유 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에 관한 토크쇼 ‘다가오는 말들’을 개최한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종달로1길 117.
 
#서실리책방 

황숙자 서실리책방 대표가 서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풀, 나무, 그림, 마음, 사람, 모듬살이를 다룬 책이 있습니다.”

서실리책방(대표 황숙자)은 2020년 5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자리 잡은 도내 신생 동네책방이다. 생태와 먹거리, 교양과학 분야 서적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서울 금호동에서 시작된 황 대표의 서실리책방은 올해 제주에서 문을 닫은 ‘달빛서림’ 책방이 있던 자리로 이전했다.

“달빛서림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제주를 찾았다가 서실리책방이 서울보다 제주와 결이 더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생태와 교양과학 위주의 책을 소개해왔기 때문입니다.”

서점 이름은 한자로 ‘글 서’(書)에 ‘열매 실’(實), ‘마을 리’(里) 자를 쓴다. ‘글 열매 맺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책방의 정겨운 녹색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오면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목가구로 만든 서가에 비치된 책들은 분야별 특징에 맞게 비치돼 있다.

숲 해설사 자격증 소지자인 황 대표의 서가는 그의 취향이 반영된 ▲생태‧교양과학 ▲사회학 ▲철학‧예술 ▲헌책 등으로 나뉘어 소개되고 있다. 헌책은 보존 상태나 절판여부 등에 따라 할인 판매되고 있다.

서실리책방

황 대표는 이따금씩 책방 입구에 ‘1권씩만 가져가세요’라고 써진 종이상자를 놓고 책방을 찾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료 책 나눔을 진행한다.

황 대표는 서점을 찾은 방문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원하는 경우 그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책 외로는 일러스트 작가가 만든 드로잉 다이어리 등이 판매되고 있다.

책방 한 켠에는 황 대표가 도내 미술관들에 다녀와 모아둔 발간물과 굿즈, 팜플렛 등을 소개하고 있다.

주소=제주시 구좌읍 중산간동로2262.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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