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코로나 위기의식, 망가지는 지역경제
안일한 코로나 위기의식, 망가지는 지역경제
  • 김태형 선임기자
  • 승인 2020.08.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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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제주에서도 잇따른 확진자 발생으로 ‘n차 지역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일상이 위협받는가 하면 관광을 비롯한 지역경제가 또다시 충격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우선적으로 지역감염 확산 차단을 위한 전방위 방역에 모든 역량을 총결집하는 건 당연하다. 방역당국의 신속한 조치는 물론 도민과 관광객 스스로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제주형 방역시스템 가동과 별도로 지금부터 꼼꼼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최악의 경고등이 켜진 지역경제다. 진정국면 기대와 달리 전국 재확산으로 번지고 있는 ‘코로나 악몽’은 상상 이상의 피해를 예고하고 있다. 이미 2년 전부터 침체기로 접어든 제주경제에 코로나 쇼크까지 겹치면서 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당장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경제동향을 살펴보면 올 1·2분기 코로나 사태로 전국에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은 지역이 제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5일 발표한 관련 조사에서도 코로나 충격파로 제주의 서비스업 피해가 전국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광업을 비롯한 서비스업 비중이 70%를 웃도는 지역경제 구조 특성 상 코로나 직격탄에다 그동안 경기 상승을 견인해온 건설업마저 위축세에 허덕이면서 지역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그나마 관광객이 몰린 8월 반짝 회복세가 단비로 작용했다 치더라도 코로나 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피해를 입어야 할 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올해는 피해를 감수하고 돈을 빌려가며 버티고 있지만 당장 내년에 더 악화될 상황에 무너지지 않을까 잠을 못 이루는 하루하루를 과연 정책 당국자는 조금이라도 체감하고 있을까?

최근 정부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요청한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을 반려한 사실로 볼 때는 정책 당국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탁상행정에 머물고 있다는 말 밖에 나올 수 없다. 코로나에 대처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의식은 국민과 지역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방역’과 ‘풀뿌리 경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방역만 앞서고 풀뿌리 경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방역이 최우선이라는 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코로나 피해 장기화로 지역경제 전반에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 우려되는 만큼 지금부터 선제대응이 필요하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를 촉진하면서도 자금 유동성을 늘리는 위험한 정책은 한번이면 족하다. 오히려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해 당장 어려움에 놓인 지역경제 주체에 선별적인 경영안정자금을 수혈하면서 위기를 이겨내 ‘지역경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 더욱 바람직하다.

더욱이 제주의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반려한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에서 고시한 관련 지정기준을 보면 지정 기준 충족을 떠나 ‘지역경제의 위기가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산자부 장관이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코로나 경제쇼크에 대한 정부의 위기의식에 대해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을 신청한 제주도 역시 정부 설득 논리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허술한 대응으로 중앙 절충력 부재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또 국회의원들도 지역 최대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적어도 여당의 재선 의원들과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출신 의원이라면, 더욱 성숙된 정치 지도자로서 도민들에게 평가받고 싶다면 초당적으로 제주도와 협력하면서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 지정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제주경제는 최대 위기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큰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커진다. 위기 상황에서 정책은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정확한 현실 진단과 함께 제주경제의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와 국회의원, 지역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그렇게 제주경제는 위기를 이겨내면서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코로나 시대에서 제주경제가 걸어가야 할 길이다.

김태형 선임기자  kimt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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