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 누운 부처, 찬란했던 佛心 전하네
폐허 속 누운 부처, 찬란했던 佛心 전하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0.08.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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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역사 속 찬란한 불교 사원국가 아유타야(3)
왓야이차이몽콘 광장에 있는 거대한 와불상(臥佛像). 그 옛날 전쟁으로 훼손된 부위에는 석고가 덧입혀져 있다.
왓야이차이몽콘 광장에 있는 거대한 와불상(臥佛像). 그 옛날 전쟁으로 훼손된 부위에는 석고가 덧입혀져 있다.

■ 하루에 9개의 사원을 방문하라

14세기 말까지 아유타야 왕국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세력으로 성장했답니다. 

세력이 커지는 만큼 왕조 유지는 쉽지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유타야 왕조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동남아지역으로 영토 확장을 시도하면서 라마티보디는 말년인 1362년 당시 쇠퇴하고 있는 크메르 왕조를 공격했지만 당시 베트남세력에 대항하기에는 군인 수가 부족해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후 버마(현재 미얀마) 군의 침공으로 화려했던 왕국은 폐허로 변하고 말았답니다. 

번영했던 왕조는 외세의 침략과 파괴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지역 곳곳이 처참하게 파괴된 사원과 불상으로 가득 차 417년간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번창했던 왕조의 흔적과 전쟁이 남긴 상흔이 지금은 훌륭한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이 된 것입니다. 

얼마나 불교 유적이 많았으면 “아유타야에 가면 하루에 9개의 사원을 방문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루 9개의 사원을 찾아간다 해도 1000여 개의 사원을 다 돌아보려면 무려 111일이나 걸린다는데 저는 하루에, 그마저도 한나절에 아유타야 유적을 다 돌아보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폐허 속을 뒤지는 심정으로 돌아다니다 이 선생 부부를 만났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사진 찍는 저를 보면서 그들은 “그렇게 좋습니까. 우리도 세 번째 오지만 아유타야는 올수록 매력이 있는 곳이랍니다. 저 건너 쪽으로 가면 사진 찍을만한 곳이 있습니다”라고 안내해 줍니다. 

무너져 내린 붉은 벽돌 더미를 넘어 올라서니 왓 프라 마하탓 사원이 보입니다. 아유타야의 대표적인 사원으로 1384년 나레수엔 왕이 수도승이었을 때 수도의 중심 사원으로 세운 건물입니다. 원래 중앙부에 옥수수 모양을 한 50m의 ‘프라프랑’(크메르 양식의 탑)이 세워졌었으나 쏭탐 왕 때 버마 군의 침공으로 무너졌고 후대 왕인 프라삿통 왕이 1663년에 복구했답니다. 

폐허가 된 사원들이 그 옛날 전쟁의 참상을 전해주는 듯하다.
폐허가 된 사원들이 그 옛날 전쟁의 참상을 전해주는 듯하다.

이후 1767년 다시 사원은 심하게 파괴됐고 1904년(라마 5세) 5월 다시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답니다. 현재 프라프랑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옆에 있는 왓 랏부라나를 통해 추정할 수밖에 없답니다. 

장소를 이동해 다른 사원으로 간다는 약속 때문에 아쉽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여러 나라 사람으로 이뤄진 팀에서 시간을 안 지키면 크게 낭패를 보기 때문에 서둘러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한 여행자가 “아유타야는 그렇게 넓은 지역이 아니니 길을 알면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여행기에 썼는데 그 뜻이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 멸망한 왕조의 유산, 관광자원이 되다

불에 타 뼈대만 남은 불탑.
불에 타 뼈대만 남은 불탑.

그리 오래지 않게 차를 타고 이동해 커다란 와불상(臥佛像)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에는 폐허가 된 사원 탑들이 서 있고 왓야이차이몽콘 광장에 길게 누워있는 와불상은 전쟁의 상흔을 석고로 덧입혀 있습니다. 

얼마나 큰 와불인지 발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자그마하게 보이는 것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원 내부에는 옛 버마와 전쟁 당시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 전시돼 있으나 시간이 촉박해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아유타야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것부터 비교적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까지 크고 작은 사원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 옛날 화려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폐허가 된 현장에서 당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일부 사원을 보수하는 현장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폐허가 된 지금 모습 자체가 더 훌륭한 문화유산이자 관광자원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답니다.

라오스에서 본 한 장의 사진에 감동해 그토록 찾았던 역사 속 불교사원 국가 아유타야. 한나절이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돌아보면서 전쟁이 남긴 상흔 속에서 그 옛날 찬란하게 꽃 피웠던 불교문화를 상상해 봤습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찾아와 천천히 구석구석을 돌아보겠다’고 다짐하며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계속>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기자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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