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보내며
8월을 보내며
  •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 승인 2020.08.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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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 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물이 빠진 주택가는 쑥대밭이다. 농경지는 진흙탕이다. 농가들은 망연자실이다.

영호남 화합의 상징 화개장터는 참혹했다. 상인들은 흙탕물을 뒤집어쓴 집기를 연신 닦아보지만 역부족이다.

장마를 품은 8월의 출발은 집중호우다.

중남부 지방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 그것도 ‘물폭탄’이다. 댐은 엄청난 양의 물을 방출했다. 제방은 무너졌다. 하천은 범람했다. 마을은 물에 잠겼다.

집 지붕 위로 올라가 위태롭게 서있던 소가 TV화면에 나온다. 공무원과 119구조대원이 출동했다. 마취총과 크레인을 동원해 소를 옮겼다.

구조된 소는 다음 날 쌍둥이 낳았다. 새끼를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집 지붕 위로 올라갔나? 참, 그렇다.

물난리통에 태풍이 북상했다. 제5호 태풍 ‘장미‘다. 지난 10일 한반도에 상륙했다. 비와 바람을 동반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태풍 북상 이전의 폭우 피해가 너무 컸다.

제주도와 양 행정시도 태풍 북상 소식에 바짝 긴장했다. ‘장미’는 제주를 그냥 지나쳤다. 세력이 약한 탓에 태풍 관련 피해 신고는 없었다.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40편이 결항됐고  9개 항로 여객선 15척의 운항이 통제됐을 정도다.

올해 제주지역 장마는 49일로 가장 길었다.

1973년 기상관측 이후 가장 빠른 6월 10일 시작돼 7월 28일 오전까지 산발적으로 비를 뿌렸다. 강수일수도 29.5일로 가장 많았다.

장마기간 동안 강수량은 562.4㎜(평년 398.6㎜)로 역대 10위에 머물렀지만 평년에 비해 1.4배 정도 많은 비가 내렸다. 간간이 폭염도 이어졌다.

장마와 폭염으로 인한 농작물 병해충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노지감귤에는 궤양병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풍상과(파치)와 잿빛곰팡이병도 꿈틀하고 있다. 예찰 강화와 적기 방제 등 예방이 요구된다.

제주지역의 장마는 끝났지만 중부지방은 ‘아직도’다. 지긋지긋하다. 기상청은 중부지방 장마는 당초 예상보다 긴 오는 16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예보대로라면 54일로 역대 최장이다. 태풍이 소멸하자 다시 찾아온 장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어제는 54명이다. 지역 발생이 해외 유입보다 많다. 전 세계적으로는 200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지역에는 지난 달 20일 26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아직까지는 없다.

그래서 그런가? 관광객들이 제주를 많이 찾고 있다. 단체보다는 개별관광객이다. 특급호텔과 렌터가 업체의 매출이 전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전세버스와 여행사의 매출은 급감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제주관광 패턴이다.

제주가 ‘코로나19 안전지역’은 아니다. 증상이 있는 관광객은 제주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제주도도 신신당부하고 있다. 어기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제주에서 꼭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

코로나19사태에 폭우 피해까지 겹치면서 제4차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야 정치권에서다.

정부는 난처해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3차 추경 편성으로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집중호우 긴급점검 국무회의에서 4차 추경 언급 없이 “예비비와 재난재해기금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충분한 재정지원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이 낸 세금은 이럴 때 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주도가 모든 도민에게 2차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현금으로 10만원씩 지급한다.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받는 도민은 69만9000여 명이다. 등록 외국인도 포함하고 있다. 오는 24일 신청 접수를 시작으로 추석(10월1일) 전까지 준다.

폭우 피해에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이다. 폭염도 기승이다.

수재민들에게 ‘힘내시라’는 말 밖에 못 하는 미안함으로, 무더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며 코로나19를 이겨내는 이웃들에게는 존경을 표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2020년 8월을 보낸다.

한국현 서귀포지사장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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